일회성 판촉, 판매 증대 효과 없어 ... 고객 연구후 창의적인 기획 필요

최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는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전국의 정육점에서 일하는 정육인들이 모여 살코기를 자르는 커팅(Cutting) 기술을 겨루며 기량을 자랑한 것. 경쟁 끝에 LG백화점 구리점에서 일하는 이창희씨가 작품의 창의성과 부재료와의 조화, 작업의 위생적이고 예술적인 측면 등 다양한 기준에서 가장 뛰어난 점수를 얻어 올해의 최고 정육인으로 선정됐다.이 행사는 미국 육류수출협회가 93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정육인대회」의 한 장면. 미국 육류수출협회는 정육인들의 직업 의식을 고취하고 사회적인 이미지를 높인다는 취지로 매년 정육인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류보희 미국 육류수출협회 홍보실장은 『이 행사는 단기적으로 정육 판매를 늘리거나 정육점 유통망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정육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정육의 다양한 부위를 상품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정육인들에게 알린다는 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대회의 취지를 설명한다.◆ 기업 잠재적 가치 표출 기회 삼아야류실장의 설명에서도 드러나듯 이 행사는 전형적인 서구식 이벤트 마케팅의 특징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가지 이벤트를 실시하기는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사들은 단기적인 판촉을 목적으로 한다. 이벤트가 한번 열리고 끝나듯 이벤트의 목적 또한 단기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백화점들의 경품 행사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그릇이나 가방 등을 선사하고 추첨을 통해 세탁기나 자동차 등을 경품으로 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들의 한계는 신규 소비자를 확보하는데만 급급하다는 점과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판매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반면 선진기업들의 이벤트 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자연스레 상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예를 들어 한국코카콜라의 경우 95년부터 뛰어난 활약을 한 스포츠인들을 선정, 상금을 수여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이라는 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김우영 한국코카콜라 홍보실 대리는 『단기적인 판촉 목표를 가지고 이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스포츠를 지원하는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심고 코카콜라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코카콜라는 오랫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대형 스포츠 행사들을 후원하며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왔고 코카콜라 체육대상도 이런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즉 행사 하나도 회사 전체의 마케팅 전략에 맞게 적절한 수단으로 기획되고 추진된다는 것이다.선진기업의 경우 일회성일 수밖에 없는 행사에도 장기적인 판매 목표와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열리는 신제품 발표회의 경우 대부분은 제품 유통업자나 언론사 등을 초청, 회사 관계자가 신제품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난다. 언론 매체를 통해 신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데 신제품 발표회의 주요한 목적을 둔다.반면 최근 P&G가 섬유 전용 탈취제인 「페브리즈」를 선보이면서 기획한 발표회는 일회성 행사를 어떻게 장기적인 판매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P&G는 섬유의 냄새를 없애는데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들을 파악, 이 잠재 고객들을 위주로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시켰다. 우선 요리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단체와 애완동물들의 냄새로 고민할 만한 수의사나 애완동물 관련 협회 회원들, 호델의 객실 관리 담당자, 청소전문대행업체 관련자 등 잠재 고객을 행사에 초청했다. 또한 페브리즈의 주고객이 25∼49세의 주부라는 점을 감안, 행사 자체를 주부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했다. MC 정은아씨와 방송인 이다도시씨, 미리 페브리즈를 사용해 본 주부, P&G의 마케팅 담당자 등 4사람을 내세워 이들의 토크쇼 형식으로 제품을 소개한 것. 무대 자체도 침실과 거실, 부엌 등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제품이 집안 곳곳의 냄새를 없애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P&G와 함께 신제품 발표회를 기획한 홍보대행사 에델만코리아의 백은경 대리는 『회사 관계자들이 나와 일방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사용해본 소비자의 입을 빌려 잠재 고객들 앞에서 제품의 장점을 알릴 수 있도록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밝힌다.◆ 선진 기업, 일회성 행사에도 목표 부여선진기업들은 이벤트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벌일 때도 다음의 세가지를 유의한다. 첫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 의사를 유발할 수 있는가. 둘째, 기업의 이미지에 이 행사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셋째, 구체적으로 누구를 타깃으로 행사가 열리는가. 즉 △이벤트를 통해 일회성 고객을 유혹하는게 아니라 단골 고객의 충성심을 올리거나 단골 고객이 될 수 있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 하고 △상품의 다양한 소비자 중에서 어떤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며 △그 고객들에 대한 기업의 이미지를 고려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이벤트 하나도 고객의 구매 행동과 니즈(요구) 변화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 고려돼야 하며 이를 통해 고객 유형별로 차별화되고 내용적으로 창의성있게 기획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벤트 또한 진정한 마케팅 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