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업무, 자동화 채널로 유도 ... 점포, 금융 자문 등 고차원 서비스 제공

은행들은 효과적인 유통 채널 구성을 통해 다음의 세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용을 절감, 은행 전체의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고 △고객과 좀더 장기간 대면함으로써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돼 결과적으로 고객 유지율을 높일 수 있으며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국내 은행들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유통 채널의 구조를 최적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비록 고객과의 직접 대면 증대와 관계 친밀화가 강조되지 않았다는 아쉬운 점은 남지만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고객들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 업무의 상당 부분을 현금자동입출금기(CD기와 ATM기), 폰뱅킹, PC뱅킹 등과 같은 자동화 채널로 전환하는데 노력해왔다. 또 이에 대해서는 지난 3∼4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1995년의 경우 은행 업무의 약 40∼50%만이 자동화 채널로 처리됐던 반면 98년에는 약 70%가 자동화 채널에서 처리됐다.◆ 유통 채널 개선 노력의 결과그러나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말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는지, 서비스의 수준은 향상됐는지, 고객들과의 대면은 증대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비용 절감 부문을 살펴보면 채널을 관리하는 비용이 절약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은행 유통 부문에서 비용 절감의 효과는 점포수를 줄여 점포에서 일하는 인력을 축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이자를 제외한 국내 은행들의 순수신고 증가율이 5%에 불과했던데 비해 국내 은행들의 총 점포수는 연간 약 8%씩 꾸준히 늘어났다. 이외에도 자동화 채널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증대돼 총 채널 관리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다. 고객들이 자동화 채널을 이용함으로써 더 많은 경로를 통해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4∼5년간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느낀 가장 큰 불만인 점포가 너무 혼잡하다는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은행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시중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래 은행을 바꾸고 싶다는 고객 중 약 54%가 「점포들에 손님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점포에서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10분이 넘는것으로 나타났다.고객과의 대면에서도 질적으로 큰 발전이 없었다. 평균 1∼2분에 불과한 고객과의 대면을 통해 은행 직원들이 고객을 이해하고 금융 자문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 고객의 마음을 포섭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었음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은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제고 등과 같은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시중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채널 구성 전략이 부적절하고 △효율적인 채널 구성을 위한 점포망 합리화 및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자동화 채널로 이동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으며 △점포에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미흡했기 때문이다.첫번째 이유를 검토해 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유통 채널 구성을 조화시켜 은행 전체의 서비스 수준을 조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 은행들은 점포에서 발생하는 거래량을 줄이려는 노력없이 단지 자동화 채널을 도입하는데만 초점을 맞춰 왔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자료에 따르면 4년간 자동화 채널을 통한 거래량은 1백%가 증가했다. 그러나 자동화 채널 이용이 늘었다고 해서 점포를 통한 거래량이 기대치만큼 감소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점포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고 점포에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점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점포 유지 비용이 절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화 채널을 구축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국내 은행들의 전반적인 채널 관리 비용을 증가시켰다.두번째 이유는 국내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면 고객이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해 점포망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국내의 CD기와 ATM기의 수가 거의 2배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점포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약 20%가 증가했다. 물론 많은 고객들이 아직도 창구 직원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점포수를 줄이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점포망을 합리화하기 전에는 채널 관련 비용을 절감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고객을 자동화 채널로 체계적으로 유도, 고객들의 점포 방문 빈도수를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마지막 이유는 국내 은행들이 기존의 업무 관습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선진은행들은 점포에서의 단순 업무 처리를 최소화하고 고객들에게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고객들에게 불쾌함을 갖게 하는 혼잡한 점포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점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창구 직원들이 많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은 미국이나 유럽, 또는 호주 등 선진국의 은행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가 힘들다. 높은 비용을 발생시키면서도 품격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현재의 점포 모델에서 국내 은행들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채널 관리 방법 재정비개선된 유통 채널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시급히 추진해야할 과제는 △적절한 채널 관리 체제 설정 △점포망 합리화 △점포 역할 재정립 등 세가지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할 과제는 각 채널이 가지고 있는 인력과 정보시스템, 고객 정보 등의 자원을 조화시키고 각 채널의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적정 채널 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국내 시중 은행들에 가장 적합한 채널 관리 체제는 채널간 자원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각 채널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부여하는 분산 경쟁성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은행의 전반적인 자원 및 인프라를 공유 업무 형태로 중앙에서 관리, 모든 채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채널간에 서로 중복되는 자원 및 인력을 통합하고 중복 업무를 제거함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관리 업무의 통합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분산 경쟁성 모델은 또한 각 채널에 경영층에서 설정한 명확한 성과 지표를 할당, 이를 달성하는데 초점을 두도록 한다. 각 채널의 경제성 및 전략적 중요도와 연계된 목표 설정은 각 채널들에 각자의 경제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보유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은행은 고객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사항들은 △채널들이 성과 목표 달성의 중요성과 경제성에 따라 존재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고 △중앙에서 관리되는 자원 및 인프라 비용을 각 채널에 정당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배분, 채널의 경제성을 공정히 평가해야 하며 △공유되는 자원과 채널 전체의 조화를 관리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점포망 합리화다음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는 은행에서 가장 많은 자원과 비용 소요를 초래하는 점포망을 합리화하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점포에서 이뤄지고 있는 거래량을 점포 합리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까지 감소시키는 것이 필수다. 국내 7개 시중은행들의 자료에 따르면 점포 업무 중 약 75%는 자동화 채널에서 제공될 수 있는 입출금 서비스다. 여기에 계좌 이체 및 간단한 은행 정보 서비스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점포에서 이뤄지는 업무 중 거의 대부분을 다른 채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점포 업무의 대부분을 자동화 채널로 전환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객들이 점포를 방문할 때 창구 직원에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미국의 시티뱅크나 내이션즈뱅크 등 많은 선진은행에서 사용한 방법은 고객이 점포를 방문했을 때 은행 안내원이 고객에게 방문 목적을 묻고 이용하려는 서비스가 입출금이나 잔액 조회, 계좌 이체 등 단순 업무일 경우 은행에서 가장 효율적이면서 고객에게도 편리한 채널로 고객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문 목적이 잔액 조회이고 고객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전화라면 안내원이 고객을 점포내의 전화로 유도, 폰뱅킹을 통해 얼마나 쉽게 잔액을 조회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입금일 경우 고객을 점포내 ATM기로 인도, ATM기가 안전하며 믿을만하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의 사용 빈도를 높인다.한 미국 은행은 이 방법을 한 지역에서 시험한 결과 고객들의 입금 90% 이상이 ATM기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ATM기를 통해 입금했을 때 경품 티켓을 배포, 사용 빈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고객들은 점포를 방문해도 창구 직원으로부터 특별히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더욱 편리한 채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은행측은 이로 인해 점포수와 창구 직원의 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점포의 역할 재정립마지막으로 점포의 역할을 재정립, 은행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앞으로는 점포에서 입출금 등의 단순 서비스가 아닌 금융 자문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요구를 파악,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은행은 고객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점포 환경을 재편해야 한다. 점포에 배치되는 대부분의 인력은 입출금 등의 단순 업무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재무 상황을 파악,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이와 동시에 점포당 고객 교통량을 줄이고 고객 서비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 관리 업무를 공유 업무 형태로 통합함으로써 고객 서비스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 점포 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 이런 환경이 형성되면 점포 분위기가 사무실 분위기로 전환돼 은행 직원이 금융 컨설턴트로서 고객과 1대 1로 대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자문 서비스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지향해야할 고객과의 대면은 고객의 입금을 창구 직원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고차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시중은행들이 유통 채널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은행의 얼굴을 바꾸는 것과 같이 고객들에게는 상당한 변화로 인식되므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먼저 한 지역을 시범 지역으로 지정, 새로 설정된 모델을 시도해보고 성공 여부에 따라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