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누리투자증권의 구본준 선임조사역은 증권가에선 보기 드물게 이공계 출신(와세다대 물리학과)이다. 나이도 서른두살로 상당히 젊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는 반도체 부문에서 국내 애널리스트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경BUSINESS designtimesp=18326>를 포함해 지금까지 네차례나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물론 구본준 조사역은 이같은 결과를 쉽게 납득하지 않는 기색이다. 『주가도 잘 못맞히고 분석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을 상대하는 애널리스트와 비교하면 더욱 자신이 없다고 푸념한다.그러나 그는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본인 표현대로 주가를 잘 못맞힐지는 모르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반도체업계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 D램의 가격이 올라도 그것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칩사이즈 수율 회로폭 기술력 등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재무회계 분석이라면 이렇게 차별화된 분석이 나올 수 없다. 결국 그는 보통의 애널리스트가 갖고 있는 능력 외에 엔지니어적 측면에서의 기술적 분석 능력을 추가로 갖고 있는 셈이다.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체가 과점상태에 접어들면 국내 반도체업계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나친 낙관이라는 것이다. 『과점상태에서 경쟁이 격화되면 이익실현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일본업체들이 설비재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오히려 고전이 예상됩니다.』◆ 자신있게 가격 제시하는게 꿈따라서 구본준 조사역의 결론은 현재 주가가 펀드멘털에 기초한 「적정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삼성전관 삼성전기 LG전자 한국전자 LG정보통신 미래산업 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여느 애널리스트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주가 산정 능력이 모자란다는 얘기도 「엄살」처럼 들렸다. 아마도 기술적 동향을 추가해 주가동향을 분석하다 보니 다른 애널리스트보다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탓일게다.그러나 구본준 조사역의 진짜 강점은 젊음을 앞세운 「현장 장악」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분석 대상업체 주요 인력들의 면면을 줄줄이 꿴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코엑스같은 곳에서 각종 전시회나 로드쇼가 열리면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해외 바이어나 다른 엔지니어들의 의견을 듣고 회사 관계자들에게 꼼꼼하게 캐묻기도 한다. 『반도체 부문이 고급 분석업종이라고는 하지만 맨투맨 방식의 리서치를 병행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탁상 공론입니다.』다만 한누리투자증권이 완벽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것이 그의 아쉬움이다. 외국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해외정보 서비스를 받긴 하지만 상당수가 후행성 정보이기 때문이다. 구본준 조사역은 이런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부터 키워온 꿈이 최고의 애널리스트였던만큼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감수할 자세가 돼 있단다.『누가 봐도 의심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