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은 다른 소비성 업종에 비해 주택 수요자들의 입맛에 민감하지 않았다. 일단 지어놓으면 팔리는게 지금까지의 보편적인 경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일이 개개인의 취향에 아파트를 맞추는 것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L건설의 한 관계자는 『맞춤형으로 아파트를 짓다 보면 설계나 건축 등 건축 원가 부분에서 일반 아파트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쉽게 결정할 수 없고 정해진 설계와 건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요즘 다시 주택건설업체들의 수요자 맞춤형 아파트들이 활발히 선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면서 주택을 선택하는 눈이 높아진 수요자를 상대로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다. 최근 쉐르빌(CHEREVILLE)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분양한 삼성중공업, 베스트홈(Best Home)·베스트 빌(Best Vil)이라는 브랜드로 분당 일산 용인 등에 주택을 공급한 금호건설, 고객만족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아파트 평면을 재구성한 현대산업개발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택 소비자의 수요에 어필하는 아파트를 내놓은 곳은 삼성중공업. 소비자가 첨단 CAD시스템을 이용한 15가지의 평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인테리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마감재 등 세부사항까지 고르는 적극적인 맞춤설계·맞춤시공의 아파트를 쉐르빌이라는 브랜드로 선보였다. 방의 크기와 개수, 주방, 거실, 욕실 등 모든 공간이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설계되고 인테리어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철골조공법으로 시공해 건축 원가 절감은 물론 공간구조 변경이 쉽고 내구성이 뛰어난 아파트의 맞춤설계와 맞춤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측의 설명이다.이러한 맞춤형 아파트라는 장점에 힘입어 주상 복합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구의동에서 1차 분양을 성공리에 마친 삼성중공업은 입주 2∼3년후 도배 장판 등을 무료로 바꿔주는 약정 리노베이션 서비스, 경조사시 공동시설 무료 제공, 쉐르빌 입주자의 전국 쉐르빌 무료 주차 등 입주후 서비스도 소비자의 수요에 발맞춰 적극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입주후 서비스도 소비자 수요 맞춰 제공금호건설의 베스트홈은 태스크포스팀에서 주부들로 구성한 평가단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소비자 수요를 조사해 마감재 색상 수납공간 등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아파트를 짓는 맞춤형 주택이다. 주방의 전면 배치와 가변형 벽체를 도입했으며 최근 구리 토평지구에서는 1층 입주자를 위해 발코니에 단독현관문을 달아주는 맞춤서비스로 인기를 모았다. 금호건설의 한 관계자는 『(맞춤형 아파트를 지으면)공사원가가 올라가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 앞으로도 단지내 고속발효기 설치 등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지난해 대전 노은지구 분양계약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조사를 계기로 고객만족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24평형의 2∼3베드 도입, 거실과 주방의 일자형 배치와 독립형 현관 채택, 가변형 벽체도입과 샤워부스설치 등으로 신영통지구의 아파트분양에서 인기를 얻었다. 현대산업개발측은 안목치수 자연환기시스템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부분을 살리는 한편 소비자조사를 바탕으로 분양예정인 광주 양촌 현대아파트의 경우 32평형에 드레스룸과 샤워부스를, 2001년 완공되는 방배동 이수아파트의 경우 49평 이상에 스팀사우나를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