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세계 제일 투자처....아팔루사, 대기업 구조조정 관건

『이머징 마켓의 리더로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아시아이고, 올해 아시아 경제의 견인차는 한국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이라는게 우리의 판단이다.』월가의 대표적 증권회사인 메릴 린치가 펴낸 4월28일자 조사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메릴 린치는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에 따라 통화 운용에 여유를 되찾게 됐고, 이에 따라 금리가 하락하면서 실물 경제 전반이 성장을 재개한 점 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덕분에 한국 증시는 메릴 린치가 운영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자리를 굳혔다. 아시아 중남미 유럽 중동-아프리카의 30개 이머징 마켓 가운데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14.9%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메릴 린치의 이머징 마켓실장인 브루스 스타인버그 선임 연구위원은 『물론 아시아 이머징 마켓들이 외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며 증시 등에 일부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금융권에 이어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구조 조정작업에 돌입한만큼 향후를 낙관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메릴 린치가 아니더라도 월가의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국 증시의 활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슈로더 증권의 줄리언 슈로더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탄탄하게 바닥을 다지며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일부 해외 증시의 거품 현상과는 구별돼야 한다』며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의 실적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 외에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율이 늘어남에 따라 구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환경이 적극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수익에 대한 주주배당비율이 2~4%선으로 미국(평균 40%)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외국인 주주들의 적극적인 배당권 요구에 따라 배당률의 대폭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게 슈로더측의 판단이다.외환 위기 직후였던 98년 상반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에 앞장서며 월가에서 「한국 붐」을 조성했던 아팔루사 펀드측도 『한국 증시의 활황은 당연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편이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테퍼 사장은 『한국 증시의 요즘 활황 장세는 일차적으로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금이 달리 갈데가 없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의 관건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결실을 낼 것이냐에 달려 있는데 현재로서는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올 아시아 경제 견인차는 ‘한국’일례로 최근 대우그룹이 발표한 대우중공업의 해외 매각 계획만 해도 세계적으로 조선업계가 시설 과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우를 선뜻 인수할만한 외국 회사를 찾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발표내용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기피증」이 재발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히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베어 스턴즈의 한국계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전도 비슷한 입장이다. 월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몰려들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경영 개혁과 이에 따른 수익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만큼 이 부분에서 차질이 빚어진다면 언제든 반대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결국 「앞으로의 한국 증시」에 대한 열쇠는 한국 경제 내부, 특히 구조 조정 과제와 씨름하고 있는 개별 기업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