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경영 관련 주제 중의 하나는 지식 경영이다. 지식 경영이란 개념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학교나 다른 교육기관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처럼 조직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 역시 각각의 업무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문제는 학생의 경우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시험을 볼 때 개인으로서 평가를 받는 반면 조직에서는 팀 단위로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차이점이 학문적으로는 미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지식 경영의 핵심적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교육 체계상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협동을 강조하고 있는 서구 국가조차도 조직을 통해 구성원들이 아이디어와 생각을 공유한다는 팀 경영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단지 지식 경영 프로세스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식 경영의 핵심은 창출된 지식을 보유하는 과정에 있다. 이 지식 보유 프로세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예를 들어 한 직장에서 20년간 일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쌓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지식을 부하 직원들과 공유하라는 지시를 받는다면 어떨까. 이 사람은 틀림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의 미래 가치가 제한될 것이 분명하고 부하 직원들이 그의 지식을 익히게 됨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과도하게 단순화한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직의 거의 모든 학습 과정에 적용될 수 있다. 영업직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지식이 우량 고객 기록이나 거래 목록일 것이다. 구매직의 경우에는 우수 공급업체의 명단이 될 것이다. 기술직의 경우에는 몇년에 걸쳐 익힌 특정 기계를 다루는 노하우가 이런 종류의 지식이 될 것이다.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에 대해 논의할 때 사람들은 회사나 조직 자체를 지적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이 회사는 X를 개발하는 방법을 안다」 「저 회사는 Y를 만드는 방법을 안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조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중요한 아이디어나 특징들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보유되고 있으며 이 사람들이 없다면 그 조직은 다른 조직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게 된다.컴퓨터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식 경영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지식 경영을 수행하기 위해 서구 기업이 선택하고 있는 방법은 인센티브를 주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인력을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다. 일하던 회사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이 있고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등진다는 것은 부당하게도 경멸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사회내에서 인력의 수평 이동이 제한됨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지식이 최적의 상태로 확산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스카우트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스카우트를 할 수 있을만한 적절한 동기 부여 수단이나 인센티브가 없다.이것이야말로 정말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종종 어떤 회사가 지식 경영을 위해 특정 형태의 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이런 수단이 지식을 전파해주지는 못한다. 지식 확산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보 및 지식을 창출하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보상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