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치중하기보다 장기 비전 감안해야 ... 조직 발전이 궁극적 평가 목표

경영자가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핵심적인 업무 중의 하나다. 경영자란 기업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리는 의사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결정 하나는 한 조직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크다. 이런 이유로 해외 선진기업들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좋은 경영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물론 경영자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 경영자가 연봉만큼의 실적을 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실적과 역량을 평가한다. 이런 평가 시스템을 통해 경영자가 조직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이 결과에 따라 그의 연봉을 결정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경영자가 더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한 조직의 성과에 어느 정도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과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경영자 자신에게도 유리세계적인 인사관리 전문 컨설팅회사인 타워스 페린의 박광서사장은 『경영자를 평가할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부터 검토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기업의 비전과 목적을 파악, 기업이 무엇(What)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한다. 둘째는 기업의 목적에 어떻게(How) 도달할 것인지 전략을 구축한다. 셋째, 설정한 전략 아래에서 인사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결정한다. 넷째, 기업의 목적과 전략에 비춰 조직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목적과 전략에 조직의 역량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사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경영자 평가 기준은 인사 프로그램을 짜는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된다.그렇다면 누가 이 다섯가지 단계를 거쳐 인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경영자 평가 기준을 마련할 것인가. 경영자 스스로 자신이 평가받을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인사부 소속의 부하 직원들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해외 선진기업들의 경우 이사회 소속의 보상 위원회와 외부 컨설팅회사가 함께 경영자 평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매년 경영자의 실적도 평가한다. 타워스 페린의 경우 포천 5백대 기업 중 3백33개 기업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이들 기업의 경영자에 대해 평가하고 적정 수준의 연봉을 결정하는데 조언을 해주고 있다.경영자를 평가하는 지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성과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역량 평가이다. 성과 평가란 한마디로 얼마나 수익을 많이 냈느냐, 경영하는 동안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고 매출액이나 자산 규모는 어떻게 변했는가 등과 같이 주로 재무적인 실적에 의해 이뤄진다.이사회내의 보상 위원회와 외부 컨설팅회사는 미리 경영자가 달성해야 할 실적 목표를 정해두고 경영자가 이 목표를 어느 정도나 달성했는지로 그의 실적을 평가한다. 실적 평가에는 매출액이나 이익 등과 같은 재무적인 지표 외에 일정 기간 동안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 등에 대한 프로젝트 성과 여부도 반영된다. 그러나 성과 평가에서는 대부분의 실적이 계량화돼 측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역량 평가란 한마디로 경영자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역량이란 크게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행동(Behavior) 등의 세가지로 나눠진다. 경영자가 어떤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조직원들을 이끌고 있는지, 어떤 행동으로 조직의 통합과 팀워크에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역량 평가에서는 특히 비즈니스 마인드와 리더십 통찰력 도덕성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들이 된다.◆ 연봉만큼 실적내는지 끊임없이 평가성과 평가가 주로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역량 평가는 프로세스를 중시하며 성과 평가는 단기간에도 이뤄질 수 있는 반면 역량 평가는 좀더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목적과 비전, 그리고 경영자에게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명확히 검토한 뒤 두가지 평가 지표를 적절히 혼합해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평가 시스템에서 어떤 항목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경영자의 경영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수익 창출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고 있다면 경영자는 자연히 수익을 많이 올리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박사장은 『기업의 경영 전략과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경영자의 특징, 기업 문화 등에 따라 평가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너무 결과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너무 결과 중심으로 경영자를 평가하다보면 경영자가 단기 목표 달성에 급급하게 되고 기업의 장기적인 역량 축적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제품 개발 등에는 소홀하게 되기 때문이다.경영자 평가 제도는 기업 전체의 발전에도 좋지만 경영자 자신을 위해서도 유리한 제도다. 박사장은 『경영자 평가 기준을 결정하기 전에 이사회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경영자는 또 무엇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지 오랜 시간 인터뷰를 하게 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경영자에게 어떤 역량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 경영자가 어떤 능력을 더 개발하기를 원하는지 경영자가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즉, 경영자 역시 평가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경영자 평가 제도의 목적은 단지 경영자의 실적을 평가, 경영자의 연봉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를 통해 경영자에게 기업의 비전을 알리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해와 경영자의 이해를 일치시켜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격려하는데 주요한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기준으로 또 어떤 가중치로 평가 지표를 만들었을 때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자를 가장 잘 유도할 수 있는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한국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의 이주연본부장은 『경영자의 성과 평가와 성과를 관리하는 과정이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며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보다 평가 과정을 통해 경영자와 조직의 역량을 변화, 발전시켜 나간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