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선호주가 단연 화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관들보다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사는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종목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르는 것도 외국인들의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주택은행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관심의 핵이다. 올해 초만 해도 1만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불과 수개월만에 3만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특히 주택은행 주가는 최근의 폭락 장세에서도 끄떡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연일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뭘까.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일차적으로 김정태 행장의 영입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동원증권 사장을 지내며 탁월한 경영실적을 냈던 김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주택은행의 경우 기본적으로 우량한데다 최고경영자의 능력에 대한 신뢰감 때문에 외국인들이 주저없이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평가로 적절한 보상 해줘야주택은행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최고경영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날로 높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경영자의 능력을 투자를 결정할 때 주요한 판단근거로 활용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아예 투자종목 선정에 「경영력」을 측정하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이렇듯 경영자의 능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경영자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만한 능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영실적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경영자의 무능이나 독선 때문에 힘없이 무너진 기업이 많은 것을 봐도 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특히 최근 들어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구조 재편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앞을 내다보는 독자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조직원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규모·특성따라 평가 차이그렇다면 경영자의 능력은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물론 어느 기업에나 들어맞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규모와 업종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 경영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평가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하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분명히 있다. 이번 취재과정에서도 이런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기업경영의 목표가 이익추구에 있는만큼 최대의 실적을 냈는가, 그리고 기업의 리더로서 개인적인 역량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가 등을 중점적으로 체크한다.여기에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미래에 대한 전략이다. 지금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21세기를 내다보고 어떤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나가고 있는지도 기업경영에서 무척 중요한 까닭이다. 최근 들어 일부 기업에서 경영자를 평가하면서 주가의 흐름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가야말로 지금의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업가치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기 때문이다.누가 뭐래도 지금은 경영자 한 사람의 능력이 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면 누가 경영을 하느냐에 따라 그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외국기업들이 최고경영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하며 최고의 실적을 내주기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사실과 관련이 깊다.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경영자에게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주는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스톡옵션(Stock Option) 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크게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자에게 실적에 따라 일한만큼 주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에서는 경영자 보상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정당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의 경영자 보상제도를 어설프게 도입해 시행하다가는 자칫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는만큼 각각의 기업에 맞는 평가시스템을 마련한 다음 보상을 해주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