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ㆍ장거리 통신분야 분할 ... 높은 코스트 개선해야 성공

NTT(일본전신전화)가 7월1일자로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지주회사 밑에 동서지역통신회사와 장거리국제통신회사로 분할 재편됐다. 신생 NTT로 새출발한 것이다. 우정성과 NTT가 「분리 분할」을 합의한지 2년반만이다.종전의 NTT는 연구개발부문을 가진 순수지주회사로 변신, NTT도코모(이동통신업체) NTT데이터 등을 산하에 거느리게 됐다. NTT동일본(동일본전신전화)은 간토 고신에쓰의 동쪽을, NTT서일본(서일본전신전화)은 도카이 호쿠리쿠의 서쪽을 맡는다. 광역인 도도부현(都道府縣)안의 통신요금은 지역회사에서, 현보다 작은 지역의 경우 장거리국제회사인 NTT커뮤니케이션에서 받는다.신생NTT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연결매출은 10조2천억엔으로 세계통신회사 가운데 1위. 주식시가총액은 20조엔으로 3위. 「세계최대 전화회사」로 손색이 없다.엄격히 따져볼 때 이번 개편으로 NTT가 분리 분할됐다고 할 수도 없다. 국제통신분야 진출을 위해 설립된 NTT도코모와 데이터 등 자회사가 지주회사로 편입됐다. 독립적인 색채를 오히려 잃어버렸다.국제표준인 연결경영의 척도로 볼 때 지주회사 NTT그룹의 모습은 더욱 거대화됐다. 공룡기업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치열한 국내외 경쟁에서 「덩치만 크고 체력은 떨어지는 전화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생NTT의 미야즈 쥰이치로사장(원내 사진)은 『외자참여로 국내통신시장도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며 『지주회사에 의한 연구개발이 구심력을 발휘하는 촉매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분할된 동서지역회사의 과제는 합리화』라며 『요금인하로 수요를 창출하고 인원도 삭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는 시내통화를 거리에 따라 차등화, 근거리요금을 할인해줄 방침이다. 올해안에 인터넷용 시내요금을 정액화할 예정이다.◆ 계열사까지 높은 코스트 시달려분리된 기업들도 한 목소리로 변신을 외치고 있다. 『우리들은 컴퓨터통신 세계시장의 도전자이다. (중략)우리들의 동지를 믿는다.…』 7월1일자로 NTT에서 분리된 장거리국제전화회사 NTT커뮤니케이션의 경영진이 국내외 전사원들에게 배포한 책자의 한 구절이다. 장거리국제전화회사이행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오키미상무는 『전전공사(電電公社)로부터 NTT로, 또다시 완전민영회사로 탈피하기 위해서는 회사문화를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세계시장에서 결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AT&T와의 네트워크시스템분야 제휴로 강력한 지원자를 얻었지만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NTT서일본의 아사다사장은 『3년내 흑자화가 지상 명제』라고 강조했다. 서일본이 인수한 서일본지역영업부문은 99년3월기에 6백82억엔의 경상적자를 냈다. 서일본부문은 동일본과 장거리부문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동일본지역과 장거리부문은 지난 3월기에 각각 1천6백35억엔, 1천4백20억엔의 경상흑자를 냈었다.연구소는 연구성과를 상품화하기 위해 부장급 2명을 포함 4∼5명으로 짜여진 「기술캐러번」을 전국에 파견하고 있다. 『종전에 상아탑 등으로 야유를 받아왔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업부문과 연구소가 일체가 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게 기술캐러번을 지휘하고 있는 가토 사이버커뮤니케이션종합연구소장의 설명이다.그러나 NTT가 세계수준의 통신회사로 거듭 태어날지는 의문이다. NTT의 체형은 영락없이 성인병에 걸린 환자의 모습이다. 회사 규모를 표시하는 신장은 미국의 AT&T나 영국의 BT 미국지역회사 등에 비해 크다. 그러나 자산효율은 뒤떨어진다. 안정성(주주자본비율) 또한 떨어진다. 따라서 배가 불룩하게 나온 모습이다. 한마디로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얘기다. 만성적인 고코스트체질도 풀어야 할 숙제의 하나다. NTT사원의 평균연령은 43세에 이른다. 사원수 또한 엄청나게 많다. 본사의 사원은 85년 민영화당시 31만3천6백명에서 98년도말에 13만8천2백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속은 그렇지 않다. 감원된 사원의 대부분이 계열사로 옮겼다.이로 인해 계열사까지 고코스트에 시달리고 있다. 전화나 통신회선의 수리사업체인 NTT ME의 평균연령은 47세. 사원수는 1만8천명. 『한 사람이면 충분한 일을 3명이 함께 한다』는게 ME관계자의 설명이다.민원의 대상인 통신요금이나 통신공사비 등의 인하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다. 동일본과 서일본은 「시내 3분통화에 10엔」이라는 기본 요금 체계는 유지하되 이용자에 따른 할인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코스트삭감에 의한 통신요금의 저렴화를 이룩할지는 의문이다. 『서일본회사는 적자로 인해 향후 3년간 동일본에 의해 이익을 보전받을 예정이다. 따라서 동일본과 서일본간 요금 경쟁은 당분간 일어나기 어렵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지주회사로서의 구심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이냐는 점도 과제의 하나로 꼽힌다. 『지주회사의 구심력은 기초연구부문을 하나의 조직으로서 수용,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인사권과 돈을 쥐고 있다고 해서 구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우리가 잘 해나간다면 세계의 기업이 흉내를 내게 될 것이다.』 미야즈사장은 이처럼 자신감을 피력한다. 기술분야 출신인 그로서는 당연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연구개발력이다.◆ 경쟁력 약한 공룡이미지 벗어야22만명을 거느린 거대그룹의 사업을 완전장악, 균형잡힌 전체사업 전략을 짜는 것도 간단치 않다. 『그룹 전체와 자회사의 이익이 상반되는 경우가 항상 생겨날 것』이라는게 와다 지주회사이행본부장의 설명이다. 지주회사 설립 때도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주회사 운영에도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유럽 미국에서는 지주회사 사원이 간부후보로 육성되는게 대부분이지만 NTT는 사업 자회사와의 사이에 2∼3년 정도 인사 로테이션을 반복해가면서 지주회사 업무를 익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그룹전략에 익숙한 전문가 육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NTT는 지난 6월8일 국제통신전문업체인 국제디지털통신(IDC) 매수경쟁에서 영국의 C&W측에 밀려났다. 종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NTT는 6백90억엔을 제시한 C&W에 비해 10억엔이 적은 6백80억엔을 고수했다. 코스트계산의 결과라는게 NTT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체면에 큰 손상을 입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세계의 정보통신시장은 디지털혁명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통신산업의 운명을 걸머지고 대표주자로 나선 신생 NTT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