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익 실현' 평가 ... 주가 1천2백 예상 '한국 증시 낙관'

프로중의 프로인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요즈음 급격히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순매도를 하든 순매수를 하든 주가는 아랑곳없이 오른다. 지난해나 올연초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의 경우 외국인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출 정도였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외국인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젠 거꾸로다. 외국인이 투신사를 중심으로한 기관투자가들의 위세에 휘둘리고 있다.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적어도 겉모습만 보면 그렇다.그러나 외국인의 투자방향을 짚지 않고서는 국내 증시의 진로를 가늠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지난 97년9월, 10월 외환위기를 미리 감지, 「Sell Korea」를 외치며 한국 증시를 대거 이탈했던 외국인의 파괴력을 우리 증시는 잊지 않고 있다. 98년 상반기와 올상반기엔 거꾸로 「Buy Korea」로 주가 상승에 추진력을 가했다.천사와 마녀의 얼굴을 한 외국인은 주가 1천시대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투자전략은.● 올해 이렇게 매매하고 있다외국인은 지난 4월까지 한국주식을 사들이기에 바빴다. 1월의 경우 1조2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4개월 동안 2조7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런데 5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서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5월(9백62억원), 6월(7천3백22억원)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7일 현재까지 순매도 규모가 1천5백29억원에 달한다.1, 2월 순매도를 보인후 줄곧 순매수를 유지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매패턴과는 대조적이다. 투신사를 중심으로 기관들은 지난 6월 한달 동안에 1조1천억원을 순매수했다.주식매매 비중에서도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지난 1월 외국인의 매매 비중은 6. 4%였으나 6월엔 5.4%로 낮아졌다. 반면 국내 기관들의 매매비중은 11. 1%에서 20. 9%로 급격히 높아졌다. 그만큼 외국인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왜 팔고 있나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이익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기간에 한국 주가가 많이 올라 팔아서 이익을 챙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사들이기에 부담이 된다고 해석했다. 가쁜 숨을 고른후 싸게 사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다.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공필 책임연구위원은 『외국자본 유출입확대로 경제안정기조가 일시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외환위기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시각이다. 단순히 따져봐도 꺼림칙하다. 주식을 판 자금을 한국에 그대로 놔뒀다가 다시 주식을 사면 될 것이지 왜 가져나가느냐다.일부에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태도를 바꿀만한 징후를 감지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매패턴에서도 전과는 다른 점이 엿보인다. 지난 연말의 경우 외국인은 많게는 하루 2만계약 이상의 선물 순매수잔고를 기록했다. 선물을 대규모로 매수해 놓고 있다는 것은 향후 국내 주가를 밝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후 피치IBCA, 무디스, 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 등급으로 속속 상향조정했다.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물론이다.그러나 지난 7일 현재 선물 순매수잔고는 5천56계약에 불과하다. 신규로 선물을 매수했다가도 단기간에 매도해 이익을 챙겨놓는 모습이다. 비록 선물을 대거 매도하는게 아니지만 뭔가 불안한듯하다.● 향후 한국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나이런 엇갈린 분석 속에서도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의 한국 주가 전망은 낙관적이다. 경기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가가 추가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척후병」인 셈이다. 자딘플레밍증권의 에드워드 켐밸 해리스 지점장은 『투신사의 매수세 지속여부가 추가적인 주가상승의 열쇠』라며 상승세를 점쳤다.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조사담당이사는 『경기회복 등으로 연내 종합주가지수가 1천2백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가상승 속도가 빠르다고 보는 외국인은 아직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이 밝아 투자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이옥성 지점장은 『외국인들은 지난 94년의 전고점인 종합주가지수 1천1백38선을 조만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래서 강하다영향력이 높아지든 낮아지든 외국인의 투자수완은 알아줘야 한다. 지난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30개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1백3.6%에 달한다. 한국통신 국민은행 주택은행 신한은행 LG화학 등에 투자한 결과다. 한 종목에서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 순매도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7.3%에 그쳤다.연초부터 지난 7일까지 외국인, 국내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들의 성적을 비교하면 더 분명하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20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1백36.7%, 국내 기관투자가는 1백3.4%였다. 개인들은 15.1%였다. 외국인의 매매 내용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개인투자자들에 비해 외국인의 투자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것은 투자원칙이 확연하게 다르고 시장및 종목분석력, 정보력이 뛰어나서다. 우량종목을 산 이후 꾸준히 보유하는 인내력 덕분이다.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일반인들의 매매패턴과는 정반대다. 이런 인내력은 정보력과 분석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자료를 통해 한국의 경제상황 등을 비롯, 개별 종목을 선택한다.일반투자자들이 이런 외국인의 분석력과 정보력을 갖출순 없다. 그날 그날의 외국인 전체 매매규모를 파악해 다음날 또는 향후 증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속적으로 사들이거나 파는 종목을 체크하며 따라가는게 상책이다. 7월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기 대림산업 쌍용정유 한진중공업 외환은행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