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외환시장은 정중동(靜中動)이다. 겉보기에는 안정돼 있는 것 같으나 속에서는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엔/달러환율이 특히 그렇다. 엔화가치는 연초에 달러당 1백8엔까지 크게 오른후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돼 있다. 지난 5개월간 달러당 1백15~1백25엔의 박스권에서 소폭 등락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세를 지속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 억지로 엔화강세를 저지하고 있는 덕분이다.따라서 최근의 엔화안정세는 시장의 자연스런 결과물이 아니다. 인위적인 안정일 뿐이다. 엔화는 언제라도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휴화산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신(新) 엔고(高)」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연말쯤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달러당 1백엔」은 대단한 엔화강세다. 1년도 채 안된 작년 8월 엔화가치가 1백50엔 근처까지 폭락했던 것에 비하면 달러당 1백엔은 90년대중 「제2의 엔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5년 달러당 80엔대의 엔고가 제1의 엔고시대였다.전문가들이 연말쯤 엔고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일본이 엔강세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점이 엔고 가능성을 높여주는 첫번째 요소다. 일본은행은 그냥 내버려두면 엔고가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한달동안 5번이나 시장에 개입했다. 매번 엔화를 팔고 달러나 유로화를 사들였다. 문제는 시장개입이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하루 세계외환거래량이 1조5천억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30억~50억달러로 시장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일본은행이 결국에는 엔고로 나아가고 있는 시장세력에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고 재료 ‘일본 경기 회복세’엔고전망의 가장 근본적인 재료는 일본 경기 회복세다. 일본경제는 지난 1/4분기중 1.9%의 성장률을 기록, 6분기(1년반)만에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실업률은 지난달 4.6%로 전달(4.8%)보다 떨어졌다. 기업들의 경기체감지수도 호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경제는 작년 4/4분기의 6.1%를 꼭지점으로 성장률이 3~4%대로 둔화중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도입국)경제는 성장세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엔화가 오르는게 정상이다.외국인들이 일본증시로 몰려가고 있는 것도 「연말 엔고」 전망의 재료다. 이달초 외국인들의 일본주식보유량은 도쿄증시 전체물량의 14.1%로 일본은행들의 주식보유량(13.7%)보다 많았다. 주식보유량에서 외국인이 일본은행들을 능가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경제의 2/4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는 오는 9월께 외국인들의 일본주식 매입열기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때부터 엔화오름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엔화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달러당 1백엔까지 간다는 것이다. 엔화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급등, 현재 유로당 1백25엔선에서 그때쯤엔 유로당 1백엔 안팎으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예상대로 엔고가 되면 우리경제에는 실보다 득이 많다. 반도체 가전제품 조선 자동차 등 일본상품과 경쟁하는 우리제품들의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커지기때문이다. 그렇지만 엔고로 일본경제 회복세가 다시 주춤해지고 이것이 세계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엔고로 일본경제가 재차 허우적대면 급격한 엔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처럼 1백20엔 주변에서 안정되는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우리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