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통제속 조직원 능력 발휘 못해 ... 경영진ㆍ상사 신뢰해야 혁신 가능

일하기 가장 좋은 포천 1백대 기업의 사원들은 자기 회사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높다. 이러한 회사의 사원들은 임원과 자기 상사에 대한 신뢰도 다른 회사보다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사원들은 임원과 자기 상사가 시키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에도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들 회사의 사원들은 아침에 눈만 뜨면 회사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단순히 매출이 업계의 1위이거나 순이익을 많이 낸다고 초일류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일하기에 훌륭한 곳이라고 느끼지 않는 한 업계1, 2위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기업은 일터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실제로 월급이 많고 복리후생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기업의 사원이나 간부를 인터뷰해 보면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 신뢰는 사원들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쌓여간다. 불신이 만연한 조직의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이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캠페인을 펼치며 슬로건을 내건다고 신뢰가 한 순간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신뢰경영은 한마디로 조직내의 일상업무에서 사원들이 자신의 경영진이나 관리자를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밀레니엄 시대의 지식을 통한 부의 창출이 중요시되는 기업경영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신뢰경영이다. 즉 사원들이 보다 창의적이며 도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험해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의 경영진이나 상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그래야만 과감한 리스크테이킹을 할 수 있으며 혁신을 능동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다. 신뢰경영 지수가 높은 기업들의 특성을 살펴 보면 대체로 조직의 혁신 사이클이 짧다. 변화가 조직 내에 빠르게 스며들며 새로운 것, 차별화 되는 업무방식을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끊임없이 향상시키고 있다.반면에 신뢰경영 지수가 낮은 기업들은 혁신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일터의 사원들이나 관리자는 변화를 거부하며 보수적인 생각과 타성에 젖어 있다. 사원과 조직 사이에 신뢰가 깨지는 요인들이 많을수록 기업의 생명력과 역동성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에 대한 사원들의 신뢰가 깨지는 사례를 살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1. 관리자의 입술은 혁신과 창의와 권한이양(Empowerment)을 말하지만 실제 관리행위는 강한 지시-통제 중심의 위계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지시-통제 중심의 경영 또는 관리문화에서는 사원들이 시키는 일만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사원의 입장에서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자신이 지시한 일들이 잘 수행되는지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원들의 업무를 일일이 감시하게 된다. 챙기는 문화, 통제하는 풍토에서 사원들의 발상의 전환이나 자발적인 업무수행을 통한 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2. 개개인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무시되는 조직에서 사원들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육두문자(욕설이나 모욕적인 발언)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용하는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이 있는 조직에서는 사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위로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직의 문제점을 상사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제기하지 않는다.3. 사원들이 경영진 또는 관리자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하지 못하는 조직은 신뢰를 쌓아갈 수 없다. 외부의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며 조직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쌍방향 열린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전자우편을 통해 조직내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전자결재, 전자 보고 또는 잦은 회의 등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사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관리자 또는 경영진과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커뮤니케이션이 형식적으로 되어 조직의 벽이 두터워지게 된다. 이처럼 형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상하간은 물론 수평적으로도 조직의 벽을 만들어 조직내 개개인은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기주의적 생각을 하게 된다.4. 사원들이 학연이나 지연, 성별 또는 직급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때, 상사와 조직에 대한 신뢰는 상처를 받게 된다. 임원과 간부들이 「사람이 너 뿐이랴. 안되면 딴 사람 쓰면 되지」 하는 식으로 사원을 바라본다면, 그 조직은 생동감넘치는 조직이 될 수 없다. 특히 관리자와 임원들이 조직 구성원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원들을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적절히 일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할 때 기업내에서 신뢰는 성숙될 수 없다.5. 업무결과에 대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에서 사원과 조직간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 최고 경영자와 임원들이 사원들에게 혁신적인 발상을 하라, 실험하고 도전하라고 주장하면서도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질책성 문화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원들이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허용적 문화를 구축하지 않는 한 신뢰경영은 성공할 수 없다.6. 사원들이 자신의 업무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면, 사원과 조직간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사원일지라도 그 사원은 관리자나 임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조직의 풍토가 이미 위계중심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사원은 사원의 그릇만큼만 행동해서 정해진 성과만 내면 된다. 그 이상으로 행동하면 너무 튄다는 질책성 시선을 받게 된다.7. 회사의 규모보다는 그 회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직한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이면서 실제 업무추진 과정이 비합리적이거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 많다면, 사원들은 가치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회사의 사원들은 자기 회사의 규모에 대하여는 자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직과 자신의 일에 대하여 진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8. 경영이념에서는 인간존중과 인재육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업무평가에서는 단기업적과 성과만을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사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자기계발을 추구할 수 없다. 사원들이 자기성장을 확신할 수 없을 때, 자기 일에 대한 몰입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9. 정서가 메마른 조직에서 사원들은 재미있게 일할 수 없다. 신바람을 위한 많은 활동과 이벤트가 있지만 대부분 조직차원에서 일시적인 행사나 운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신바람나는 활동도 위에서 일방적으로 기획되어 하달된다면 사원들은 이러한 것들을 또 하나의 귀찮은 과업으로 생각할 뿐이다.10. 사원들이 최선의 결과를 창출했을 때, 이를 혁신적으로 인정해주는 조직풍토를 갖추지 못하면 신뢰경영은 실패한다. 아부나 험담 그리고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들이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면, 사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관리자의 평가가 공정하며 평가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질 때에만 사원과 조직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된다.신뢰경영의 실패사례는 이처럼 업무현장 즉, 일터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훌륭한 기업, 일하기 좋은 훌륭한 일터를 가진 조직은 액자 속에 걸린 멋진 비전의 문구나 미션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비전이나 미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생활 속에 녹아 있으며, 그들의 업무추진에 길라잡이가 되는 동시에 평가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