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 진위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서강대 사학과의 이종욱교수가 화랑세기 해설판을 내면서 논쟁은 더욱 달아 오르고 있다. 신라사람 김대문이 쓴 것으로 알려진 화랑세기는 불행히도 이 낡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 왕궁 도서관이 진품을 아직 공개하지 않아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 일제시대 때 왕궁도서관인 궁내부에 근무하던 박창화라는 분이 필사했다는 것이유일한 자료다. 일본 당국이 『이게 진짜요』라고 내보이면 그만이지만 웬일인지 그들은 화랑세기 진본공개를 꺼리고 있다.일설에는 화랑세기에 일본 천황가의 가계를 보여주는 내용이있어 공개를 꺼린다는 것이니 궁금증만 더해갈 뿐이다.이 작품이 박창화의 창작 즉,가짜임을 주장하는 분들은 아마도 이 작품이 인간쓰레기 같은 인물들의 복잡한 성관계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서부터 거부감을 갖는 모양이다. 『화랑이라고 하면 삼국을 통일한 주력이요, 신라의 상징이며 스스로 신선(神仙)되기를 추구했다는 높은 인격체들인 터에 무슨불륜이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몇 대목을 추려보면 의문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신라법제의 토대를 쌓았던 32대 법흥왕은 선대왕인 비처왕이 죽자그의 아내 벽화를 취해 삼엽이라는 공주를 낳은 것은 물론 처제인 오도와 성관계를 가졌고 오도의 딸인 옥진공주와도 그짓을 했다는 것이다. 법흥왕의 왕비는 신하와 상관했고 사다함이라는 자식을 낳았는데 나중에는 아들 사다함의 친구와도 그짓을 했다.』화랑들의 우두머리인 풍월주(風月主) 32명의 행적을 그린 화랑세기는 바로 이런 내용들 때문에 꼼꼼히 따져볼 것도 없이보수주의자들의 위작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매우 적합하다고할 것이다. 그러나 놀랄 것도 없는 것은 고려시대의 그많은 농염한 가요들이나 고려까지 갈 것도 없이 신라 향가들만 해도허다히 불륜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음을 마음을 열고 보면 쉬이알수 있다.늙은 중이 젊은 여자에게 절벽의 꽃을 꺾어 바친다는 헌화가만해도 이를 고상한 다른 방법으로 해석할 길이 없다. 단순명쾌한 것을 억지로 비틀어 무언가 엄숙장엄한 것을 찾으려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바람피운 마누라를 두고 어쩌지못하고 있는 처용만 해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역신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니 어쩌니하는 교과서의 해석부터가 사실은 가관이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옹졸한 해석들인 셈이다.화랑세기의 진위여부야 비전문가들이 논할 일이 아니지만 위작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하도 한심해 해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