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제약을 뛰어넘은 은행」.인터넷은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쿠라은행과 후지쓰는 지난 7월26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고객의 금융거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전담은행을 2000년에 공동으로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최초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이 은행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상품의 대금결제는 물론 보통예금 정기예금 외화예금 무담보 카드론 업무 등을 취급할 방침이다. 실체는 없지만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는 은행인 것이다. 이 은행의 자본금은 2백억엔으로 사쿠라은행이 90%, 후지쓰가 10%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게 된다. 종업원은 20명 정도로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고객의 주문을 접수한다.이에앞서 작년 10월 미국에선 인터넷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최초 인터넷은행인 「컴퓨뱅크(Compu Bank)가 탄생했다. 이 은행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지점과 객장은 없다. 그러나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또 예금보험공사도 승인한 정식은행으로 출범했다.선진국들은 왜 앞다퉈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걸까.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은 일반 점포은행보다 거래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월등히 낮은 수수료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거래비용이 일반 은행을 통한 거래비용의 1백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인터넷 은행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고객입장에선 점포에 가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도 인터넷뱅킹 열기일반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폭증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은행 설립을 불러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경우 80년대에 출발한 PC뱅킹이 95년까지 겨우 2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95년 중반에 시작한 인터넷뱅킹은 최초 3개월 동안에 5만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96년 가을엔 20만명을 돌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 앤 해밀턴」은 미국내에서 인터넷뱅킹을 제공할 은행수가 2000년에 2천여개(전체은행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적이 있다.한국 은행들도 올들어 인터넷뱅킹 열기에 휩싸여 있다. 신한 한미 하나 주택 조흥 등 시중은행들은 7월부터 인터넷뱅킹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예금잔액을 조회하고 계좌를 이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특히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 인터넷대출도 가능토록 만들었다. 주택은행의 경우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은행들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이같은 인터넷뱅킹 붐이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한 은행거래의 경우 무엇보다 해킹방지를 위한 암호화 등 철저한 보안장치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과 국내은행이 공동으로 인터넷뱅킹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도 보안문제 탓이다. 인터넷은행은 인터넷뱅킹이 제공하는 것 이상의 결제능력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예금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걸음마단계에 있는 국내 인터넷뱅킹을 감안하면 거기까진 아직 멀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인터넷은행의 장사 밑천이 될 수 있는 전자상거래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듯 인터넷뱅킹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내년부턴 인터넷은행 설립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