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vs 기린」. 히트상품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면 으례 입에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사히맥주는 일본내 맥주시장에서 만년 2위를 면치 못했던 업체. 부동의 1위는 기린맥주였다. 그러나 아사히맥주가 신제품 「슈퍼드라이」를 출시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나오자마자 일본인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아사히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2∼17%대에서 43%까지 뛰었다. 반면 63%에 이르던 기린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0%로 떨어졌다. 시장철수설까지 나왔던 아사히맥주의 극적인 「9회말 역전결승타」가 슈퍼드라이였던 셈이다.지금도 일본맥주시장에서 아사히와 기린의 팽팽한 접전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의 히트상품이나, 히트상품 하나로 기업이 기사회생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많다. 크라운맥주라는 상표를 벗어 던지고 하이트라는 새로운 제품과 마케팅으로 「철옹성」같았던 OB맥주를 제압한 하이트맥주나 대규모 누적적자와 사업영역제한으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기아자동차재기의 견인차였던 봉고 등이 예다. 집안 전체를 일으켜 세우는 똑똑한 자식 한명이 바로 히트상품인 셈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히트상품에 집착한다.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에 거액을 들이며 마케팅에도 그에 못잖은 돈을 쓴다.그러나 히트상품에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히트제품의 성공비결-일본의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많은 관심을 끈다. 특히 일본 히트제품의 경우 곧 바로 약간의 시차를 두거나 동시에 한국시장에서 히트제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근동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일본간의 히트제품에 대한 접근자세나 전략은 비슷하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히트제품의 출시가 시급히 필요하며 새로운 경영여건과 환경에 맞는 히트제품의 창출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히트제품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시장에서 히트한 제품들은 소비자의 취향과 실질적인 가치를 강조한 제품이 대부분이며, 정보가전 환경·바이오제품 등 급속한 사회변화에 부응한 21세기형 제품들이 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가는 추세가 역력하다. 지난해 일본에서 히트한 제품을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정보통신형으로 소니의 초소형 멀티미디어 노트북 「VAIO」와 NTT도코모의 휴대용 전자메일단말기 「포켓보드」 △캐릭터형으로 산리오사의 「헬로 키티」와 닌텐도의 「포켓몽」 △시장창조형으로 마쓰시타전기의 「저소음청소기」와 닛산의 소형RV카 「큐브」 △고객지원형으로 야마토운수의 지정택배와 세콤의 노인의료서비스 △가격파괴형으로 이토요카드의 소비세해당분(5%) 환원세일과 아지노모토의 고급냉동식품 △외자(외국제품)형으로 애플사의 PC 「iMAC」과 맥도널드의 「65엔 햄버거」 등이 꼽힌다. 특히 가격파괴형이나 외자형의 경우 무차별적인 가격할인이 아니라 고객이 지불한 돈의 가치만큼 또는 그 이상의 만족을 주는 제품들이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르는 사례가 많았다.이러한 일본히트제품의 올해 전망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초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올해 일본에서 히트할 제품의 키워드를 △전뇌(電腦)커뮤니케이션 △귀여움 지상주의 △철저한 커스터마이즈 △저가격·환경·안전 △외자계 후원자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일본히트상품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고서에서는 일본제품 히트화의 7대 트렌드로 △캐릭터관련 신제품 △키튼(kids와 teens의 조합어로 어린이와 10대를 묶어서 가리키는 말)대상 신제품 △정보통신관련 서비스 및 제품 △디지털비즈니스 △환경·생명관련 신제품 △건강·노인관련 신제품 △외자계제품 등으로 분류했다.◆ 히트제품 창출전략1. 신제품개발 사전목표설정이 관건이다.신제품개발은 사전에 타켓그룹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시장포화상태라 해도 타깃그룹으로 잡은 수요자들의 니즈라는 「맥점」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가미해 제품을 개발한다면 히트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98년 2월에 닛산이 출시해 일본자동차시장에서 판매 2위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는 소형 RV차 「큐브」가 그 대표적인 사례. 기존의 개발전략이었던 「모두에게 팔리는 차」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20대 젊은층으로 과녁을 좁혔다. 완성차모형이 20대 수요층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막판에 변경했을 정도로 타깃그룹의 니즈에 충실했다. 가격도 1백10만엔대의 저가로 책정했다. 덕분에 시장포화상태로 대체수요만이 존재한다는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큐브는 판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이러한 사전목표설정에 있어서 디자인 이름 홍보 등도 신제품의 히트의 중요한 요인이다. 큐브의 경우 차의 높이를 올려 내부공간이 넓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으며, 이름도 네모난 외관을 강조하기 위해 「입방체」라는 뜻의 큐브로 정했다. 20대의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지난해 소니에서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노트북 「VAIO」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신호를 연상해 만든 신조어이지만 환경·생명(BIO)을 연상시키는 제품명을 택해 20대 수요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취해 성공했다.2. 히트제품 창출에 걸맞은 개발조직 구축하라히트제품의 개발에 있어서는 제품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등 이질적인 조직에서 인재를 뽑아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샤프의 경우 신제품개발을 위해 모든 사업부에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만을 모집해 만든 「긴(緊)프로」라는 특수조직에서 액정비디오카메라 「뷰컴」을 개발해 히트시키기도 했다.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조직의 구성도 효과적이다. 닛산은 큐브개발을 위해 기술·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젊은층으로 구성된 별도의 개발팀을 운영했다. 소니도 개성과 아이디어를 가진 인력을 신제품개발팀에 배치해 「모션아이」라는 디지털카메라를 내장한 「VAIO」시리즈의 후속모델을 개발, 젊은층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데 성공했다.3. 유행창조 고객층을 노려라어린이와 10대 즉 키튼이나 여고생 젊은층 등 유행창조력을 가진 고객을 활용할수록 히트제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에서도 스티커사진점으로 알려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린터클럽」의 경우 10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히트제품으로 떠올랐다. 「헬로키티」라는 브랜드로 최근 한국에도 체인점개설이 활발한 산리오사의 경우도 시대흐름에 따라 키티의 디자인을 변형시키면서 10대의 수요에 발을 맞춰왔다. 최근에는 스티커사진의 테두리에 분홍색 키티를 넣거나 10대들 사이에 체크무늬가 유행하면 키티캐릭터의 배경을 체크무늬로 하는 등 10대의 유행을 반영하는 마케팅으로 일본 캐릭터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산리오사는 90년대 들어서 계속됐던 심각한 경영부진을 떨쳤으며 올해에는 2만여종의 캐릭터판매와 로열티 등을 통해 2백억엔의 흑자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코카콜라의 경우 10대들의 여론에 따라 우유음료의 병모양을 바꿨으며, 메이지유업의 경우 10대들에게 맛을 평가토록 하는 등 10대를 잡기 위한 노력이 다른 기업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4. 미래 성장산업에 눈을 돌려라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나 디지털 비디오카메라와 같은 신제품들이 속속 인기리에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초기에는 이처럼 실질적인 제품들이 가치가 높지만, 본격적인 디지털시대에 들어서면 평면화면의 대형TV 등과 같은 정보가전으로 승부할 필요성이 커진다. 아울러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제품에 대한 평가나 마케팅이 중시되면서 네트워킹 관련사업의 중요성도 그만큼 부각된다.또 다른 미래 성장산업으로 환경 생명공학 캐릭터관련 비즈니스 등을 들 수 있다. 도요타의 환경친화형 자동차인 「프리우스」나 닌텐도의 게임 「포켓몽」 등이 예다. 특히 포켓몽의 경우 닌텐도가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게임으로 게임판매는 물론 관련 캐릭터사업으로 닌텐도의 재도약을 이루게 했다. 일본내 40개 이상의 기업이 캐릭터 사용권리를 획득해 2천여종 이상의 제품이 선을 보였으며 캐릭터제품마다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ANA항공사의 경우 여객기 동체에 포켓몽을 새긴 광고에 힘입어 탑승률이 15%나 오르기도 했다. 해외시장에서 반응도 엄청나다. 지난해 미국상륙 7개월만에 텔레토비에 육박하는 7천만달러의 캐릭터 매출을 올렸으며 책 비디오 게임 캐릭터제품 등이 독일 프랑스 등 5개국어로 번역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포켓몽의 성공비결은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캐릭터사업에 일찍 눈을 돌리고 소수정예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력한 경영진과 수십만단위에 이르는 「소프트하우스」라는 개발조직의 덕분이다.5. 시대흐름 읽고 제품전략 차별화 하라성장사회는 기능중심의 제품이 인기를 얻지만 물건이 남아도는 성숙사회에서는 「감성+α(저가격 고품질 디자인 색상 등)」의 제품이 히트상품이 될 확률이 높다. 파이오니아사의 미니컴포넌트 「Happy Tune」, 소니의 「VAIO」, 애플사의 「iMAC」 등은 모두 특이한 디자인이나 색상으로 인기를 더한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선을 보인 소니의 로봇애완견 「아이보(aibo)」를 들 수 있다. 선을 보이자마자 불티가 날 정도로 팔려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성숙사회에서는 또 환경, 품질, 안전 및 생활지원과 관련한 제품들이 인기를 끈다. 고객의 목적지까지 스키 골프 여행물건 등의 신속한 운반을 내건 야마토운수의 지정택배서비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유해성논란과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종래의 대두를 원료로 하는 두부나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벗어난 안전·안심관련 제품들이 그런 사례들이다.6. 세계 일류제품과 경쟁하라히트제품의 수요자가 자국내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 시장개방 등으로 세계적인 일류기업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미국의 장난감 체인점인 「토이저러스」가 일본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맥도널드의 「65엔 햄버거」, 애플사의 「iMAC」컴퓨터 등 수요가 늘면서 크게 히트하는 외국상품들이 많다. 한국도 다국적기업 특히 수입선 다변화의 해제에 따른 일본제품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이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히트제품의 개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