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ㆍ제조ㆍ판매업체 함께 정보 공유, 수요 예측ㆍ생산ㆍ공급해야

기업은 수요예측에 온갖 노력을 다한다. 소매점 판매실적을 파악하고 판매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것을 기초로 판촉계획과 가격정책을 세우고 판매계획을 만든다. 이 판매계획을 바탕으로 생산부문에서 재고와 설비능력에 알맞은 생산계획을 세운다. 자재부문은 이를 토대로 자재를 발주한다.그러나 이런 과정이 항상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수요예측과 생산계획에서 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유행과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의 기호 또한 종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파악하기도 힘들 뿐더러 파악하더라도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소매점, 제조업체, 공급업체가 각각 정보를 따로 가지고 따로 계획을 세우고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요예측 못하면 생산까지 차이 발생기업이 이런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잘 팔리는 품목을 추가 생산하려고 해도 원자재가 없거나 생산능력이 모자라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팔리지 않는 품목은 이미 자재를 사왔거나 일부 가공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산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재고가 쌓이게 되면 가격을 할인해서 처분해야 하고 심지어는 비용을 들여 폐기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기업 내부에는 각 부문간에 벽이 있어 정보가 잘 흐르지 않는다. 판매부문에서 시장 변화를 파악했더라도 이런 변화가 생산이나 자재부문에 빨리 전달되지 않는다. 판매가 감소하고 있을 때에도 생산부문은 시장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가동률과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려 한다.결국 재고가 쌓이게 되고 재고부담은 증가한다. 반면에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경우에도 자재부문은 원료나 부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재고를 쌓아두려고 한다. 그러나 재고가 많아지면 시장에 대한 대응능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자금이 잠기고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 부문간의 부조화는 결국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공급체인 전체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매업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긴밀하게 연결해 수요 변화를 함께 예측하고 팔리는 제품을 빨리 보충해야 한다. 원자재 공급업체에 제조업체의 생산계획과 진도를 지체 없이 알려주고 필요한 양을 필요한 시점에 정확하게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시장에서의 경쟁은 한 기업과 다른 기업과의 경쟁이 아니라 공급체인과 공급체인과의 경쟁이 되고 있다. 공급체인 안에서 공급업체, 제조업체, 판매업체는 서로 이해가 상반되는 관계에서 벗어나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델 컴퓨터의 선진 공급체인 관리델 컴퓨터(Dell Computer)는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던 마이클 델이 19세 나이에 만든 회사다. 올해로 설립 15년을 맞는 델 컴퓨터는 연간 매출액 1백90억달러가 되는 세계 제2 컴퓨터 제조업체가 됐다. 배당을 많이 해서 현재 미국 주주에게 가장 인기있는 회사중의 하나로 꼽힌다.델 컴퓨터는 여러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급체인 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델 컴퓨터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고객의 맞춤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재고 부담을 제로에 가깝게 줄였다. 세계적으로 3만가지 이상의 제품을 팔면서도 6일분 재고밖에 가지지 않는다.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델 컴퓨터가 원칙적으로 판매대금을 받은 뒤에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상은 거의 없고 금리 부담도 적다. 델 컴퓨터가 매출을 현금화하는 기간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36시간에 불과하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고객 주문에 맞춘 맞춤생산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델 컴퓨터는 부품공급업체를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한다. 소수의 부품공급업체를 엄선해 장기계약을 맺고 이들과 모든 판매정보, 생산정보를 공유한다. 즉 부품재고는 델 컴퓨터에서 챙기지 않고 공급업체가 델 컴퓨터의 판매에 맞추어 공급한다. 델 컴퓨터의 주된 부품 공급업체는 걸리버 로지스틱스다. 걸리버는 델 공장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부품창고를 설치하고 델에 부품을 대고 있다. 이를 통해 델 컴퓨터와 부품공급업체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이중재고를 없앨 수 있었다.델 컴퓨터는 물류업무도 전문회사에 맡겼다. 완제품 물류는 페덱스(FedEx)가 한다. 페덱스에서 컴퓨터의 출고, 운송, 통관, 보관에서부터 배달까지 한다. 페덱스는 화물추적시스템을 구성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이 지금 어디 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국내기업들도 공급체인관리 착수국내기업들도 공급체인 관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제일모직의 경우 QR(Quick Response)를 통한 공급체인 관리에 나섰다. 전국 1백20개 매장 계산대에서 얻을 수 있는 판매시점 데이터를 통해 제품기획을 하고 되도록 판매시점에 근접 생산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즉 생산관리 시점을 세분화함으로써 보다 기민하게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삼보컴퓨터도 늘어나는 PC수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공급체인 관리에 착수했다. SAP사의 선진계획최적화 시스템 (APO, Advanced Planner and Optimizer)을 도입해 국내 생산과 미국 판매를 엮는 공급체인 관리 시스템 구축을 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해외 생산거점, 국내 판매까지를 포괄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삼성전자도 전세계적으로 모든 제품의 공급체인을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즉 물류를 전문회사에 맡기는 제3자 물류전략 (Third Party Logistics)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일 큰 물류회사인 라이더(Ryder)에 물류를 맡겼다. 라이더는 로스앤젤레스와 루이스빌에 물류거점을 두고 미국 전역을 커버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 모니터를 컴퓨터 회사에 보내지 않고 바로 물류회사가 넘기면 물류회사에 컴퓨터 본체와 함께 고객에게 전달하게 된다.경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대량생산을 해서 누구에게나 똑 같은 제품을 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야 하고, 고객의 취향이 바뀌면 거기에 맞추어 새로운 성능,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대량생산 시절에는 소비자의 변화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대량생산을 통해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는 개성화 되고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 소비자가 변하지 않으려고 해도 경쟁이 소비자를 변하게 만든다.따라서 기업은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품종을 소량씩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상승 요인을 흡수할 방도도 마련해야 한다.◆ 고객 입맛 맞는 제품 공급해야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업 안에서 판매계획, 생산계획, 자재계획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판매부문에서 판매계획을 세운 뒤 생산부문에서 생산계획을 세우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구매부문에서 구매계획을 세우는 시스템으로는 시장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없다.그동안 기업은 물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흩어져 있던 물류기능을 통합하고 물류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물류부문에서 재고를 줄이려고 해도 생산과 판매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이제 물류관리의 개념에서 전체적인 공급체인 관리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물류관리에서 이익을 올리기 위한 공급체인 최적화로 넘어가야 한다. 공급체인 관리는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체인 관리를 통해 짧은 기간에 눈에 보이는 이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맞춤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납기 약속을 지켜 고객 만족을 높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투자는 적고 이익은 크다. 공급체인 관리에는 오늘의 정보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와 기업 공급을 최적화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