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돌며 사기진작 심혈 ... '손익관리시스템' 도입, 내실경영 박차
「주파수를 맞춰라」. 아마추어 무선햄들이 교신에 앞서 보내는 시그널이 아니다. 동양생명 구자홍사장(50)이 지난해 12월 취임이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경영론이다.라디오를 잡음없이 잘 들으려면 우선 주파수가 잘 맞아야 한다. 회사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회사가 경영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한 목표(주파수)로 뭉쳐야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구사장은 틈만나면 주파수론을 강조하고 있다.그의 주파수 경영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단히 권위주의적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소대장이 고지를 향해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식이다. 그러나 총론에서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런 색깔은 말끔히 지워진다.구사장은 주파수를 자신의 맘대로 정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격의없는 토론을 통해 맞춰야 할 주파수를 정했다. 심지어는 생활설계사들까지 만나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경영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어떤 경영전략을 펴야 하고, 제도는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토론했다. 철두철미하게 하의상달식으로 주파수를 정한 셈이다.이런 과정을 통해 그가 직원들에게 제시한 주파수는 「99년중 비차익 실현 및 2000년 당기 순이익 실현」. 이 주파수에 맞춰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 동양생명은 지금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7백억원의 후순위 차입과 3백50억원의 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구조는 대폭 개선됐고 비차익도 4월부터 실현되고 있다. 비차익은 실제 사업비에서 실제 집행사업비를 빼고 남은 비용부문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 당초 연말쯤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7개월 앞서 실현됐다. 구사장의 주파수경영론이 서서히 위력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지금이야 주파수경영론이 위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가 사장에 선임될 당시 회사 분위기는 흉흉하기 그지 없었다. 3번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었다. 2천여명에 달하던 직원은 1천3백여명으로 줄었고 70개였던 지점 및 영업소는 34개로 줄었다.『떠난 사람은 그렇다치고 남아 있는 직원들 또한 지쳐 있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내가 사장으로 오자 직원들이 몇 명이나 또 자를까 생각했을 정도로 회사와 직원간의 불신감은 심했습니다.』구사장은 이런 상태로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주파수경영론은 실현불가능하다고 판단,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임원회의 석상에서 사장으로서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점을 강조한 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언했다.◆ 현장 애로 파악, 경영 반영그런 뒤 전국 34개 지점 및 영업소 방문에 나섰다. 현장의 애로를 파악,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최고경영자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취임과 동시 현장경영에 나선 셈이다.그러나 구사장은 방식을 달리했다. 다른 경영자들이 하는 것처럼 직원들이 건의를 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지점방문시 설계사들이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얘기하면 현장에서 해결가능한 것은 해당임원에게 바로 지시, 수정토록 했다. 현장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서울 본사로 돌아와 담당부서와 협의한 뒤 처리결과를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려주었다.지점방문을 하면서 현장의 얘기만 듣지 않았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경영방침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당장 회사 사정이 어려워 월급은 올려줄 수 없지만 참고 열심히 뛰면 「다른 방법」으로 보상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샐러리맨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봉급과 직급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봉급인상은 회사 사정상 당분간 어렵고 해서 그 대안으로 승진 인사를 대대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구사장은 지난 7월초 인사에서 이 약속을 지켰다. 전체 승진 대상자중 60%를 한 직급씩 올려주었다. 과거에는 대상자중 승진을 하는 사람은 40%에 불과했으나 구사장은 사기진작을 위해 승진인사를 거의 파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사장과 직원들간 신뢰가 쌓여갔고 주파수경영론은 힘을 얻어갔다.그러고 난 뒤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주파수경영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익성위주 경영에 본격 나선 것이다. 그는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성위주 내실경영이 최선책이라고 판단, 업계 처음으로 「손익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지금까지 보험업계는 외형위주로 영업을 펼쳐왔습니다. 보장성이나 저축성따지지 않고 계약고를 많이 올리는 지점이 일등이고 일등설계사로 취급을 받았지요. 그러나 회사입장에서는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보험 계약이 많아야 이익을 보다 쉽게 낼 수 있습니다.』구사장은 이에 따라 보장성보험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더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시스템을 변경했다. 그러자 일선 영업소에서 반대의견이 거세게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형위주 평가시스템에서 1등을 하던 영업소가 「손익관리시스템」을 도입하자 영업실적이 중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부실생보사 인수 적극 추진개의치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3개월간의 영업소 방문을 통해 자신과 직원들 사이에 주파수가 이미 「이익실현」으로 맞춰진 상태에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동양생명의 영업구조는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10% 미만에 불과했던 보장성보험 계약고가 지난달말 현재 27%로 껑충 높아졌다. 회사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많이 생긴 것이다. 구사장은 연말까지 보장성보험 계약고를 35%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구사장은 현재 동양생명을 한단계 더 도약시킬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파수경영으로 얻어진 힘을 바탕으로 부실생보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입찰제안서를 정부에 내놓은 상태인데 성사될 경우 동양생명은 「당차고 알찬 생보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구사장의 주파수경영론이 도착하고자 하는 최종목적지이기도 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