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원주와 동시 보유 ... 발행기업도 신뢰도 상승ㆍ투명성 개선 효과

그동안 국내 주식을 줄곧 순매수하며 장을 지켜주었던 외국인들이 지난 5월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우려감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작년만해도 순매수 규모가 6조원을 상회하였고 금년들어서도 4월까지 그 규모가 3조원대를 기록했다. 일부 언론과 국내투자가들이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과잉반응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해외DR 발행분과 국내 유상증자 신규 참여분이 감안되어 있지 않기에 계산상의 오류라고 할 수 있겠다.현재 증권거래소를 통해 집계되는 외국인 순매수 매도 규모는 유통시장에서 매매되는 거래만을 집계한 것이다. 따라서 발행시장에서의 국내 증자분과 해외DR 발행분을 감안한다면 상반기에 외국인들은 실질적으로 8조원 이상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우사태와 맞물려서 장내 매도가 계속되는 7~8월에도 포항제철과 한빛은행이 20억달러 가까이 DR를 발행해 외국인의 한국 투자 비중은 축소되지 않았다.DR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거래되는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와 런던증권거래소 등에서 거래되는 GDR(Global Depositary Receipt)로 구분될 수 있다.한국 기업으로서는 한국전력, 포항제철, 한국통신 및 SK텔레콤이 ADR를 발행했고, 그외 대부분의 기업과 은행들은 GDR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DR는 국내 유상증자에 비해 좋은 조건으로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유상증자는 25 ~ 30% 수준의 대폭 할인 발행이 되는데 반해 DR는 최근에 약간의 할인으로 발행되고 있다. 외국인 한도가 있던 97년까지는 수십%의 프리미엄으로 할증 발행되기도 했다. 한국통신은 5월에 2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DR 발행을 성사시켰다.◆ DR·유상증자 감안시 순매수DR 발행을 한 기업은 해외에서 신뢰도가 상승하며 투명성도 개선되어(특히 ADR의 경우)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다만 ADR의 경우 미국회계기준에 의하여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하므로 장시간이 소요되고 미국법의 적용을 받기에 기업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다.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는 국내 원주보다 DR가 훨씬 투자용이한 대상이 된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변수 중의 하나가 환리스크이다.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경험하였듯이 급격한 현지 통화절하는 투자유가증권의 가치를 달러로 환산하였을 경우 대폭 하락시킨다. 헤지펀드를 제외한 일부의 뮤추얼펀드나 연기금은 아직도 달러표시 유가증권이 아닌 경우 자체 규정으로 투자를 금하기에 주로 ADR나 GDR의 투자로 만족한다. 한국통신이나 포철의 ADR가 국내 원주에 비해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하기도 한다.대부분의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원주와 DR를 동시에 보유한 경우가 많다. 특히 상당수의 DR들이 일정한 조건하에 국내 원주로 전환될 수 있다. 헤지펀드들이나 증권사 상품계정에서는 원주와 DR 사이에 가격괴리가 발생하면 즉시 차익거래를 하여 비효율성이 오랜 시간 지속되지는 않는다. 기존에 국내 원주를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은 같은 기업에서 DR가 할인 발행될 때 대부분 기존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신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도 있어서 그다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한국주식이 외국인 주식 투자한도로 희소 가치가 있던 9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우선주 형태로 DR를 발행했다.그러나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격차가 많이 생기면서 이들 DR가격은 폭락하였고 외국인의 한국기업과 주식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는 대부분의 DR가 보통주로 발행되고 있고 특히 금년에 발행된 6건은 모두 보통주였다.ADR나 GDR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블룸버그통신이나 로이터통신 화면을 통하면 된다. 다만 ADR의 경우 거래소에서 매매가 되기에 단일가격이 있지만 GDR는 시장조성(market making)을 하는 일부 증권사의 매수·매도 가격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발행규모가 1억달러 미만인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대규모 DR발행 예정, 외국인 순매도 지속국내 주가가 1천포인트대를 돌파하던 8월초에 국내 증시에서 대형 우량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종목의 국내 주가가 DR 가격을 추월하는 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LG화학, 하나은행, 조흥은행 및 신한은행의 국내 주가가 DR보다 0~10% 정도 높게 형성되었다. 그동안은 외국인 한도 등에 의하여 DR 가격이 국내 원주보다 항상 높았는데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개인 투자가들 입장에서 이들 DR 가격을 살피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이 보는 적정주가 수준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반기에도 상반기 못지 않은(특히 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DR발행과 국내증자가 예정되어 있어서 기본 주식 보유분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