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1999년/468쪽/1만2천9백원

아랫 사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소위 말하는 장(長)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주제다. 지금 당장은 장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하지만 어떤 지도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도력이 정치학과 사회학의 오랜 이슈였고, 20세기 후반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경영학이나 조직학의 핵심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것도 사실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사회집단의 리더는 그들대로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더 큰 파워와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따라오게 만들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속적이고도 주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이 아랫사람들한테 한차원 높은 지도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아주 익숙한 해답을 제시한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존경심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심을 받는 것이 최고의 지도력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른 이들이 리더를 존경한다면 그 리더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도력의 원천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존경심에 바탕을 둔 지도력은 다른 의미에서 보면 원칙중심의 지도력을 의미하고 아주 장기적이라는데 특징이 있다. 간디, 마더 테레사, 슈바이처 등이 죽은 후에도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특히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고 있다. 바로 생전에 원칙에 중심을 둔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지도력에 대한 이 책의 접근은 정치학이나 경영학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특히 지도력 연구를 어떤 특정한 집단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 사회 곳곳에 펼쳐져 있는 모든 크고 작은 조직들을 대상으로 한다.어느 조직이건 관계없이 그 사이에는 파워가 있다. 또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 자식 사이는 물론이고 교사와 학생, 상사와 부하, 그리고 친구 사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에는 파워가 존재한다. 이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서 저자는 몇 가지 예를들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행복한 가정은 지도력의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안다. 존경심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는 리더로서, 혹은 교사로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녀를 지켜보고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다. 훌륭한 교사는 소리치거나 잔소리하거나 때리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지 않고, 학생들의 긍정적인 부분을 키우고 격려함으로써 지도력으로 가르친다. 고객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존경받는 세일즈맨은 영향력을 판매한다. 존경받는 세일즈를 하기 위해서는 완전무결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술, 상품에 대한 지식과 소비자 심리에 대한 이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이 책은 마지막으로 존경심에 기초한 원칙중심의 지도력을 얻기 위해서는 오래된 권력과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을 바꾸고 남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나를 바꾸고 내가 먼저 상대를 진심으로 존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절대로 진정한 권력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