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의 구멍가게가 새로 문을 연다면 주로 이 가게를 찾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롯데 백화점 7층에서 A라는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현대 백화점의 같은 층에서 비슷한 제품을 구입할 것인가.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질문인 것 같지만, 지금처럼 고도로 정교해진 마케팅 시대에는 기다리다 보면 팔린다거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매출이란 없다.가끔은 별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대규모거래를 성사시켜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영업직원의 사례를 듣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현대 경영 이론에서는 이같은 「운」에 의한 매출도 하나의 매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우연이란 것이 전혀 없이 우리의 삶이 모두 예측될 수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인생이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겠는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연에 의한 매출은 도박에 비유될 수 있다. 도박에서는 누구나 돈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도박을 하면 할수록 돈을 잃을 확률이 커지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도박이란 이미 정해진 승률이 있고 그 승률은 너무 낮다. 그렇다고 항상 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누구나 내일 당장 복권에 당첨될 수 도 있고 슬롯머신에서 1억달러를 벌 수도 있다.우연히 물건을 구매하는 단순 구매자는 오늘날의 기업활동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법칙이나 질서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80-20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그 기업의 고객 중 20%가 우리가 말하는 소위 「A급」 고객이며 이들이 기업의 전체 경제적 가치의 80%를 창출한다는 말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 가치란 대개 영업 이익을 뜻한다. 영세한 소규모 점포의 경우라면 매출액이 될 수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독자들이라면 오늘날의 거의 모든 기업에 이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안정적인 매출세를 보이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소수의 고객들이 그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두번째 고객 유형은 매출기여자들이다. 이들은 경제적 가치,즉 영업이익 창출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 손해는 나지 않는 고객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전체적인 매출액을 늘려주며 「A급」 고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들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0% 정도에 달한다.「C급」 고객들은 업종별로 그 특징이 달라지는 소액 구매자들로서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고객 집단이다. 기업이 고객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이런 고객들과는 거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유형의 고객들을 분석해 보면 투입된 고정비용 및 기타 경영 비용을 감안할 때 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고객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통신판매를 하는 기업이라면 물건을 자주 반품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C급」 고객들이다.경영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구매자란 없다고 할 수 있다.대개의 구매자는 위에 든 범주에 해당한다. 이들의 구매유형과 이력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보면 그 가운데서 어떤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소매업체들이 내세우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구호가 더이상 금과옥조가 아닌 이유다. 앞서가는 소매업체들은 모든 고객이 다 왕이 될 수는 없으며, 따라서 모든 고객을 똑같이 왕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입각한 마케팅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왕처럼 대우 받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연에 의한 구매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매를 구매형태별로 범주화해서 살펴보면 독자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과학적인 경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