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커지면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다. 사람이 많아지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중간관리자를 두다보니 개개인의 생각은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생각다 못해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이라 해봐야 특별한 것은 없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고향은 어디고 부모님은 뭘 하시나, 결혼은 했는가, 배우자는 뭘 하는가, 애들은 어떻게 되냐, 좋아하는 일은, 어려운 점은…. 질문하면서 열심히 들어주는게 전부다. 진심으로 눈을 바라보면서 상대방과 주파수를 맞추는데 초점을 둔다. 비극적 사실에는 같이 마음 아파하고 의문사항에 대해서는 물어본다. 또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감탄도 한다.이런 시도를 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누구에겐가 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과 누군가에게라도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회사라는 것이 워낙 공적인 업무만 다루고 개인적인 일은 개인의 문제로 여겼기 때문이다. 아버님의 병환으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장남으로서 겪는 고통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해 얘기하고 유학의 꿈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맞벌이부부로서 애 키우는 애로사항과 부인과의 갈등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물론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해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직원도 듣는 나도 그 과정에서 서로의 벽이 허물어짐을 느낀다. 어려운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카타르시스로 인한 속시원함이 생기고, 그런 얘기를 열심히 들었다는데서 둘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자신과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자」 또는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오직 그들의 성과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 고민을 가지고 또는 그것을 잊은 채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하기는 어렵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들로 하여금 얘기하게 하고, 그 얘기를 듣고, 물어보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애정이 생겨난다.애정이란 것은 같이 일을 하면서도, 술을 마시면서도 아니면 등산을 하면서도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이를 나타내는데서 출발한다. 세계 최대 기업의 총수인 잭 웰치는 한달에 두번은 크론톤빌에 있는 연수원에서 직원들과의 시간을 갖고 이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여기서의 시간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서 출발한다. 어디서 근무하느냐, 이름은 무어냐, 지난번에 한번 만난 일이 있는 것 같다, 최대 고민은 뭐냐….『부하직원에게 너무 잘 해주면 안된다. 오냐오냐하면 나중에는 기어오른다』라는 말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흔하게 들었던 말이다. 물론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고 공(公)과 사(私)는 구분해야 한다. 약속을 어긴다든지, 하기로 했던 일의 품질이 떨어지면 질책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만 그런 상사로서의 권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직원과 상사 사이에 애정이 형성돼야 한다. 애정은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경영의 인프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