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종 소각로 개발, 1천3백여곳 설치 ... 2001년 매출 5백억원 가능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부근에 있는 고려소각로. 환경관련 벤처기업인 이 회사의 연구소는 마치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각종 자료가 서가에 빽빽히 꽂혀 있다. 환경 기계 전기 화공 토목 열관리 등. 무려 5천여종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에서 수집한 것이다.이곳은 고려소각로의 귀중한 자산이자 기술력의 원천. 중소기업 사장이 책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개발 영업 자금융통 종업원관리로 바쁜데 전문분야와 관련된 권위있는 책을 저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20년 동안 소각로 연구에 몰두해온 김향원(49) 사장이 <중·소형 소각로 designtimesp=18766>라는 소각로 전문서적을 출간하고 각종 환경관련회의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학구적인 성격에 풍부한 자료가 뒷받침된데 따른 것이다.그는 불모지와 같은 소각로 분야에서 씨앗을 뿌리고 가꿔온 기업인. 개척자 대부분이 그렇듯 그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충북 보은 쓰레기매립장에 설치한 소각로가 한 예. 어렵사리 개발한 중형소각로가 몇달 동안 공사끝에 첫 완공됐다. 관계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거행됐다. 하지만 며칠 후 청천벽력같은 연락이 왔다. 가동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 기술진과 함께 즉각 보은으로 내려간 김사장은 밤샘끝에 원인을 밝혀냈다. 연소노즐방향이 잘못됐던 것. 노즐방향은 쓰레기 체공시간과 연소효율에 영향을 준다. 제대로 타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것. 즉각 고쳤다.◆ 쓰레기 자원화 꿈 ‘결실’고려소각로는 이같은 각종 시행착오를 귀중한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환경분야는 이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열역학에서 전기 전자 기계 화공 등 인접기술의 총화인데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뜻하지 않은 사태가 많은 것이다. 마치 바둑에 무궁무진한 수가 있듯이 아무리 연구실에서 완벽하게 연구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따라서 각종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현장기술과 노하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요 자산이다.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고려소각로는 이제까지 20여종의 소각로를 개발해 1천3백여곳에 설치했다. 지적재산권은 출원을 포함해 발명특허 5건 실용신안 18건에 이른다. 일본에서 받은 발명특허도 있다.각종 상도 휩쓸었다. 제1회 대한민국 환경기술상 우수상, 조선일보 환경과학기술대상, 조달청 우수제품선정, 한국폐기물학회 기술상수상 등.그가 개발한 소각로는 많지만 대표적인 것은 「하향통풍식 화염건류소각시설과 준건식 세정시설」. 한국기계연구원 연소환경그룹, 한국과학기술원 토목환경시스템연구실과 공동 개발한 이 시설은 산학연 공동연구의 대표사례이기도 하다.이 소각방식은 고려소각로가 세계 최초로 폐기물 분야에 적용한 것. 폐합성고분자 폐기물을 안전하게 소각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폐합성고분자 폐기물은 분해가 어렵고 부피가 크다. 토양오염을 가중시키고 매립지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각에 의한 감량이 필수적이나 연소특성상 직접연소식을 택하면 대기오염물질의 다량발생과 내부재질 파손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심하면 이송관로가 막혀 폭발할 위험성도 있다.하향통풍식 화염건류소각시설과 준건식 세정시설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간접연소방식. 응축성 타르나 오일의 발생이 적다. 따라서 높은 연소효율을 유지하고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적다. 폭발위험도 없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산업자원부의 대체에너지 기술개발과제로 선정돼 2년동안 연구끝에 개발됐고 국산신기술로 인정받았다.김사장이 소각로 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70년대 후반 난지도를 방문하면서부터. 외대 대학원을 나와 롯데알미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난지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면서 이를 버릴게 아니라 자원화해야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소각하면 열도 얻고 토양오염도 막을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때부터 본격적인 소각로 연구에 나섰다.80년대들어 소각로업체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85년 서울 대림동에 고려소각로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외국기술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작은 기술도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그나마 핵심기술 이전에는 난색을 표하자 기술제휴를 포기하고 독자적으로 소각로개발에 나섰다. 각국을 다니면서 기술자료를 모으고 학계와 연구기관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요청했다.◆ 다이옥신 제거하는 소각로 생산이 분야가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독학으로 자료를 모아 자문을 받으며 공부한 끝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론적인 체계를 갖췄다. 94년 남동공단으로 이전하고 이듬해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더욱 체계적인 연구에 나섰다.그는 다이옥신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소각로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미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다이옥신을 없애는 기술을 확보해 적용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에 설치한 소각로의 경우 다이옥신 배출량이 권장치의 5백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이옥신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공인기관의 측정치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이옥신 제거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일부업체들의 소형소각로 때문에 전체 소각로가 불신을 받고 있는 점이지요. 제대로된 소각로는 괜찮다는 점을 주민에게 납득시키는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김사장은 경주시와 하남시가 과감하게 나서 주민을 설득한 것은 님비현상의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올 매출목표를 1백억원, 수주목표를 1백20억원으로 잡는 김사장은 환경분야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만큼 2001년에는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중 절반은 해외시장에서 거두겠다며 중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032)817-5100©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