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발밑을 울리는 진동이 차츰 크게 느껴지면 설렘으로 가슴은 콩닥거린다. 딱딱하고 무릎을 펴기에 턱없이 좁은 자리라도 엉덩이를 걸칠만큼의 공간이 보인다면 반갑기 그지없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틈틈이 갈라진 칙칙한 갈색나무의 전신주들이 뒤로 쏜살갈이 달려가는 모습에 약간의 현기증마저 인다. 좁은 통로를 따라 오가는 매대에서 삶은 계란 한줄과 사이다 한병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기차안이 바로 천국이다. 누구나 가졌을 법한 유년시절의 기차여행에 대한 짤막한 기억들이다. 그래서인지 기차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아련한 기억들이 오버랩되면서 기차여행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차여행의 묘미가 남다른 것이다. 마침 오는 9월18일은 1백년 전에 서울역을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열차가 첫선을 보이고 지축을 흔드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힘차게 바퀴를 굴렸던 날. 철도 1백주년 일이다.철도청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국순회관광열차를 마련했다. 경부선 동해남부선 등 노선이 바뀔 때마다 기차를 갈아타는 불편함이 없이 레일이 깔린 전국의 이름높은 주요관광지를 4박 5일간 일주한다. 카페객차 1량을 포함한 총 7량의 객차로 이뤄진 단일관광열차로 4백여명이 탑승할 수 있다. 논산 남원 구례 하동 마산 부산 경주 안동 강릉 정동진 청량리 등 주요 역을 모두 거치며, 기차가 서면 역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이동해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이다. 관광일정에는 부소산성 화엄사 광한루 남해대교 충렬사 촉석루 한산섬 태종대 자갈치시장 불국사 천마총 낙산사 오죽헌 경포대 등이 마련돼 있으며, 국악공연관람(남원) 온천사우나(지리산·경주) 유람선관광(한려수도) 하회탈춤공연(안동) 등을 즐길 수 있는 일정도 함께 짜여 있다.이번에 마련되는 전국순회관광열차는 철도창설 1백주년을 기념하는 열차이자 전국순회열차로는 처음인만큼 열차가 서는 역과 관광지마다 환영행사가 마련되며, 숙소인 호텔에서는 야간축하공연과 경품행사 등도 진행된다. 가격은 1인당 36만5천원(2인1실 기준)이며 1차로 오는 9월14일부터 18일까지 운행한다. 철도청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요금체계로는 불가능할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마련한 고객서비스 차원의 열차여행상품』이라며 『반응이 좋아 10월중 추가운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여행안내센터 (02)392-7788, 홍익여행사 (02)71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