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점검 최소화 통해 '뉴채널아이' 개발 ... 자율경영으로 역량 극대화
인터넷 서비스사업은 시장선점이 생명이다. 어느 사업분야가 유망한지를 파악해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사업성패는 달라진다.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해 유망분야에 먼저 진출할 경우 별다른 경쟁없이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장선점업체로서의 이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가입자를 기본 자산으로 활용, 부가서비스를 잇달아 개발·공급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계속해서 확대할 수 있다.그러나 후발업체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선발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감은 물론 선발업체 가입자의 「접속」을 유혹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인터넷서비스업계에서 『후발업체의 경우 사업에 뛰어든지 4~5년만에 이익은 고사하고 개발비만 건져도 다행』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LG인터넷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회사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을 때인 97년7월 인터넷 접속 및 정보서비스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런탓에 각종 경영지표는 선발업체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주력분야라 할수 있는 인터넷서비스인 채널아이의 경우 가입자수는 현재 35만여명으로 이 분야 시장점유율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업계에서 LG인터넷을 「한수 아래」로 보지 않는다. 정보통신분야 기업의 잠재력 및 성장성 평가에서 중요 척도로 작용하는 경영인이 녹록치 않아서다.◆ 차별화로 후발 약점 만회나서후발업체인 LG인터넷을 「상수」로 보게 하는 경영인은 이양동 사장(39). 그는 회사설립과 동시 실시된 사장공채에서 내로라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30대에 일약 최고경영자로 선임돼 화제를 모았다.젊은 나이에 사장자리에 올랐다는 점못지않게 그의 일관된 경력도 후발업체인 LG인터넷을 다르게 보는 요인이다. 서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전자계산학과)를 받은 뒤 미국에 유학, 예일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89년 삼성SDS에 입사해 삼성그룹의 컴퓨터통신 및 인터넷사업을 주도했다. 그가 사장에 선임된 것은 나이도 나이지만 인터넷사업을 주도한 이런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그는 이런 평가에 보답이라도 하듯 인터넷접속 및 정보서비스인 「채널아이」를 사장 선임 1년여만에 개발, 선발업체를 맹추격하고 있다. 인터넷접속서비스 전체 가입자수에서 채널아이는 선발업체와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가입자순증가 부문에서는 경쟁업체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의 채널아이를 통한 인터넷접속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비장의 무기를 개발, 선발업체 추격에 나서고 있다. 9월에 선보이게 되는 「뉴 채널아이」가 바로 그것이다. 뉴채널아이는 기존 경쟁사 것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접속 및 정보서비스 툴이다.경쟁사의 인터넷 및 통신서비스가 Communication(접속), Contents(정보), Community(만남), Commerce(전자상거래) 등 4C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제품이라면 뉴채널아이는 이 4C를 고객 입장에서 한곳에 모았다. 예를 들어, 컴퓨터분야를 클릭하면 관련 제품은 어떤 것이 있고, 전문가는 누가 있고, 어떤 동호회가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사이트 저사이트를 옮겨 다닐 필요가 없는 셈이다.『지금까지는 경쟁업체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며 따라잡기에 급급했다면 뉴채널아이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격경쟁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이사장이 채널아이 서비스 1년만에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된 뉴채널아이를 선보이게 된 비결은 스피드 경영. 다른 분야와는 달리 정보통신분야는 누가 먼저 제품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데 이사장은 이를 스피드 경영으로 해결했다.이사장이 선임된 뒤 마련한 의사결정구조를 보면 이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의사결정구조는 일반 회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장밑에 팀장 및 부문장이 있을 뿐 이사, 부장, 차장등 중간 결재단계가 없다.이와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땐 리스크체크를 꼼꼼히 하게 마련인데 이사장은 이를 최소화해 시간을 절약했다. 뉴채널아이에 들어간 검색엔진 개발이 좋은 사례다.『검색엔진을 개발할 당시 다른 회사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나은지 등 중요한 몇가지 요소만 체크를 했습니다. 이것 저것 고려하다보면 전체 계획에 차질을 줄 우려가 있고 그러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돼버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습니다. 뉴채널아이가 경쟁업체보다 앞서 선보이게 된 것은 이런 리스크체크 최소화가 큰 역할을 한 셈이지요.』◆ 출퇴근·복장 자율, 운영도 독특그의 경영스타일은 철두철미하게 자율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만 챙기고 그후 진행은 모두 팀장 및 부문장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뒤 그는 고객입장으로 돌아간다. 사장으로서 일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입장에서 일일이 점검해 팀장 및 부문장에게 알려준다.그의 자율경영의지는 출퇴근시간 및 근무복장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일반회사처럼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이 팀별로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일이 없는 팀은 조금 늦게 나와도 그는 상관을 하지 않는다.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복장 또한 자유롭다. LG인터넷에서 정장을 하고 근무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복장은 캐주얼하다.그가 이렇게 하게 된데는 회사가 젊고 이를 선발업체 추격요소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LG인터넷의 전체 직원은 1백20여명으로 평균 나이는 29세.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사장인 자신보다 오히려 10살이 적다. 그는 이런 젊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기존의 회사와는 전혀 다른 기법으로 LG인터넷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사장에, 젊은 직원들의 패기가 어울려 있다는 점에서 경쟁업체들은 LG인터넷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