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오는 2001년4월부터 부활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대규모 기업집단, 즉 30대 대기업그룹에 속하는 회사들은 다른 국내 회사에 대한 출자를 자기회사 순자산의 일정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과거의 공정거래법에서는 이 비율을 순자산의 25% 이내로 정했었다.다만 민자유치법의 1종시설을 영위하는 회사에 대한 출자, 소유 분산이 우량한 회사등에 출자할 경우는 적용을 배제토록 했다. 또 산업합리화 대상업체로 지정된 회사, 소유주식의 신주배정, 담보권 실행 혹은 대물변제를 받아 늘어난 출자지분, 결산기의 보유주식평가액 증가 등은 1~4년 이내에 해소하도록 하는 예외조치를 두었다.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통한 경제력집중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조치중의 하나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두 회사가 서로 상대회사에 출자하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순환형 상호출자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A회사가 B회사에 출자하고, B회사가 C회사에 출자하는 등 여러 회사가 차례로 출자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상호출자를 하지않더라도 한 기업이 수많은 계열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경제력집중 현상을 총량적으로 막자는 것이 출자총액제한제도다. 말하자면 자기자산은 많지 않으면서도 순환식 출자를 연결고리로 수많은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선단식 경영을 유지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의도다.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지난 87년부터 도입, 시행돼오다 지난해 2월 폐지됐었다. 97년말에 밀어닥친 외환위기이후 외국인투자 자유화, 특히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대폭 허용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경영권방어 수단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자는 논의가 제기된 것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30대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지난 1년간의 출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요인중의 하나는 지난해 2월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대두된 것. 그러나 대기업들의 계열사 출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해 올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줄이도록 유도함에 따라 증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여기에 김대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재벌개혁의 방향을 밝히면서 이같은 순환출자에 따른 불공정 경쟁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함에 따라 부활된 것이다.과연 출자총액제한이 그같은 순기능을 어느 정도 발휘할 것인가는 단정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기업경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업재구축과 신규사업의 진출등 전략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고, 또 신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그같은 탄력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와 유망 첨단업종에의 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현저히 약화시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출자총액제한제도의 구체적 실행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같은 문제점들이 감안된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