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온라인(AOL)이 인터넷의 거물이라는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에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특유의 수완있고 발랄한 「싸움꾼」 기질이 큰 몫을 했다. AOL은 지금도 이전까지와 마찬가지로 만만찮은 전투들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가 지금 벌이고 있는 여러 싸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적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정면대결로 이는 인터넷시장의 향후 판도를 가름할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지금까지 MS는 수많은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경쟁업체들 중 하나인 AOL은 MS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AOL은 독점적 온라인서비스만을 취급하던데서 벗어나 인터넷서비스 공급업체로 탈바꿈했다. 웹의 선두주자들이 자체 개발한 컨텐츠와 몇가지 화면을 도식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을 때 AOL은 일반 소비자들의 취향과 필요를 재빨리 알아채고 이를 적절하게 공급했다. 지난 93년 MS의 빌 게이츠가 AOL이 계속 MS의 영업에 거치적거린다면 아예 AOL을 통째로 사버리거나 도산시켜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이 회사는 지금까지 끄떡없이 잘 버티고 있다.◆ 넷스케이프 인수로 능력 과시지난 2년여 동안 AOL의 전진은 거칠 것이 없었다. 1천8백만명의 가입자와 50억달러가 넘는 순익에 AOL의 매출은 나머지 20개 인터넷기업의 가입자와 순이익을 능가한다. AOL 회원이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시간의 거의 3/4과 전체 미국인들이 웹에 쓰는 시간의 40%정도는 AOL의 울타리안에 들어있는 컨텐츠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이다.세계 어느 미디어회사들보다 훨씬 높게 평가되는 AOL의 시장가치 덕분에 이 회사는 마음만 먹는다면 거의 모든 사업이나 온라인브랜드를 인수할 수 있다. 올 초 AOL은 MS와의 계속된 경쟁으로 성장이 둔화된 넷스케이프를 인수했다. 동시에 자바 프로그램언어의 창안업체이며 MS와 숙명의 라이벌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전략적 제휴관계도 완성시켰다.1백억달러짜리 넷스케이프의 인수와 선(Sun)과의 계약은 두가지 사실을 상기시킨다. AOL이 전자상거래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과 이 회사가 지난 96년 이후 계속돼온 MS와의 「긴장된 평화」가 서서히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반독점 재판에서 행해진 스티브 케이스 AOL회장의 증언 때문에 심기가 아주 불편한 MS는 AOL에 대해 세 방면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그 중 가장 세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AIM으로 알려진 AOL의 인스턴트메신저 서비스와 관련이 있다.인스턴트메시지는 인터넷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어플리케이션 중의 하나로 AOL이 이 분야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인스턴트메시지는 통신을 원하는 사람의 목록(buddy list)에 올라 있는 회원 중 한 사람이 온라인에 접속해 있을 때 유저들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또 상대방의 텍스트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교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E-메일과 채팅의 장점을 결합하고 있다.약 두달전 MS는 AIM에 쉽게 연결되는 자체 인스턴트메시지 소프트웨어의 새 버전을 출시했다. AOL은 자신들이 개발한 서비스에 MS가 무임승차하려 할 뿐 아니라 AOL이 쳐놓은 기존의 차단벽을 뚫고 들어가 AOL 가입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두 회사의 상호비난전이 이어졌다. AOL은 MS의 메시지가 AOL유저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했고 MS는 다시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했다. MS는 이런 행위에 대해 겉으로는 E-메일 분야와 마찬가지로 업계 공통으로 인스턴트메시지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보다 서비스와 질로 승부MS는 다른 방법으로도 공격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영국에서 프리서브(FreeServe)가 제공한 돈 안드는 인터넷 액세스의 성공에 착안해 미국에서도 저렴한 가격이나 아니면 아예 무료 인터넷 액세스 서비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전자상거래와 광고를 통한 순익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AOL은 아직까지 수입의 77%를 핵심 AOL서비스 한달요금으로 21.95달러를 내는 가입회원들로부터 얻고 있다. 브라우저를 무료로 배포했던 MS가 이와는 반대로 생존을 위해 브라우저를 판매했던 넷스케이프에 승리할 수 있었던 전략을 AOL은 답습하지 않고 개발한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AOL은 그것을 앞으로 들어올 이익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두 회사간의 향후 경쟁양상은 MS가 AOL의 이익기반을 잠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MS는 AOL이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내놓은 컴퓨서브(CompuServe)가 이미 공급 중인 9.95달러짜리 서비스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AOL의 현장책임자 봅 피트먼은 가격만으로 경쟁하지 않고 프리미엄 서비스의 질로 승부할 것이라며 최근 2%의 가격인상을 단행했음에도 가입자 증가추세가 둔화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AOL의 독특한 컨텐츠로 MS의 위협을 물리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또 가격전쟁에서도 AOL은 인프라 구축이 이미 완료됐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AOL에 대한 MS의 세번째 전선은 케이블분야에 대한 접근차단 전략이다. MS는 앞으로 케이블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광대역(broadband)이 인터넷의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MS는 광대역을 통해 인터넷이 정보와 상거래 분야 둘 모두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광대역 시대가 도래하면 MS가 굳이 관여하지 않아도 AOL의 헤게모니는 도전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는 2003년까지 케이블과 텔레컴 공급업체들이 AOL의 시장점유율을 44%에서 36%로 끌어내리며 2천6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AOL이 소비자시장에 대한 광대역 서비스를 위한 주요 플랫폼이 될 케이블네트웍에 빨리 손을 대지 못하면 그 위치가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게이츠가 AOL이 이 분야에 접근하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AOL의 피트먼은 이런 전망을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광대역은 전화회선을 이용한 다이얼업 액세스의 대체물이 아니라 부가적 기능이 될 뿐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스피드보다도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는 편재성(偏在性)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앞으로 AOL은 모든 종류의 인터넷 도구에 다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어 한다.그러나 AOL의 실제 능력이 대단하고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이 회사에 충격을 입힐 수 있는 MS의 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또 특정분야에서 선두에 선다고 해도 쫓는 입장일 때보다는 쫓기는 처지가 더 신경쓰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AOL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자료「Pricks and kicks」 Aug. 14th, 99 designtimesp=18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