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세기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펼쳐지는 유통업체들 사이의 상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지금 위상이 흔들리면 영원히 살아남지 못할것이라는 비장감마저 느껴진다.한때 유통전쟁의 스타트라인에는 5~6명의 주자가 몰려 있었다. 누가 뭐래도 롯데가 가장 앞서 있긴 했지만 안심할 수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해서 일부주자가 낙오됐다. 모기업 부도로 미도파가 경쟁에서 탈락했으며 한때 승승장구하던 뉴코아 역시 무리한 확장에 따른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거대재벌 삼성은 유통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스스로 뒤로 처지기를 자처했다.이제 남은 것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가의 빅3다. 그런데 이들의 3파전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식성 좋은동물의 왕이 밀림을 평정하듯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이미이들의 손에 넘어간 유통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일일이 세기도 힘들 정도다.전국 유통의 핵심 서울은 이미 이들 3사가 장악했다. 뉴코아와 미도파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을 하기에는역부족이란 느낌이다. 일부 백화점은 이미 할인점 비슷한형태로 매장의 상품구성을 바꿨다. 게다가 올해말과 내년초에는 롯데와 신세계가 강남에 본격 진출, 영향력이 더욱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지방에서도 빅3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미 부산과 광주, 울산등지에서는 빅3가 상권을 완전 장악했다. 기존의 지방백화점들은 부도를 내고 한발 물러섰거나 틈새시장 공략 쪽으로진로를 바꾸고 있다. 역량 면에서 도저히 정상적인 게임이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빅3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은 지역은 겉으로는 평온하다.지방백화점들이 나름대로 영업을 잘 하고 있다. 그러나 그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언제 이들 빅3가 밀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 등 일부지역은 빅3 가운데 한 두곳의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거의 비상 상태다.◆ 중견 및 지방백화점 고전중일정한 간격을 두고 빅3를 추격하는 LG, 경방, 애경 등 중견백화점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진격해오는 빅3를 상대해야 하는데다 나름의 스케줄에 따라 점포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업전략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정면대결보다는 우회적인 전략을 쓰겠다는 의도를 내비친다. 지역에철저히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지역주민들을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한편으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그 가운데서도 LG의 움직임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빅3가 없는 지역(부천 구리 안산)만 골라 입점하며 지역1호점전략을 펴고 있는 LG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증가율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고,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빅3 부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있다.유통가의 전체적인 판세는 빅3가 맹렬한 기세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이에 맞서 중견백화점과 지방백화점이 나름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단계로서는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는 느낌이다. 빅3가 뛰어난 자금동원 능력과 구매력(Buying Power)을 앞세워 무차별적인공격을 펼치기 때문이다. 과연 21세기에는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또 어느 업체가 살아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