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타의에 의해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이 있고 멀지않은 시기에 자기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떠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때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에 있는 사람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내세울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학벌도 시원찮고 회사에서 인정도 못 받고 있는 사람은 이곳을 떠나서 과연 살 수 있을까 항시 노심초사한다. 재수좋게 입사해서 버티어 왔지만 인사관련 얘기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뚜렷한 주특기는 없지만 괜찮은 학벌과 원만한 성격덕에 그런대로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해본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정형화된 업무, 관료적인 조직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염증을 느껴 그렇지 않아도 갈등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아주 잘 나가고 있으며 누구나가 차세대 주자라고 인정하지만 불투명한 회사 미래로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기업과 개인이 처한 처지에 따라 경우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민의 근본 원인은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변하는데 있다. 고도성장 시기에는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입도선매식으로 신입사원을 뽑아 전공만 보고 대강 사람들을 배분하고 일을 시켰다. 업무영역이 무언지 그 사람이 거기에 적합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산성을 따지고 어쩌고 할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새로 시작하는 일이고 필요한 전문인력도 없었다. 그야말로 「싸우면서 일하고, 한 손엔 총칼들고 한손엔 망치들고」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저성장시대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대학을 나왔느냐, 기업에서 어떤 직책이었느냐 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십여년전의 일류학벌도 그 후 아무런 노력이 없었다면 퇴출대상이지만 중학교만 나오더라도 한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여 전문성을 갖추면 영입대상이다.누군가는 그런 얘기도 한다. 배선공, 미장공, 전기기술자 등 기능과 기술을 가진 자들은 외국에 나가도 바로 일을 할 수 있지만 현재 대기업 간부 중 외국에 나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또 외국에서 오래 회사 생활을 하다 국내 기업으로 옮긴 사람은 『저는 처음 한국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한가한 시간이 많고 업무의 생산성이 너무 낮아요. 일도 못하고 그나마 비효율적인데 비해 월급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라고 얘기한다.정책상의 오류, 교육의 잘못, 그동안 제대로 사람을 키우지 못한 기업 등 우리들이 능력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 많다. 따라서 이런 우리의 억울한 처지를 나 아닌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지금의 낙후된 우리 개인을 변호하진 못한다. 대학 들어가는데 온 정력을 바치는 대신 졸업후에는 별다른 노력을 안하는 사이 우리들의 생산성은 형편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기업의 구조조정 못지않게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주특기를 시장 니즈에 맞게 갈고 닦는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