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아직 환경분야의 기초시설이 부족합니다. 프랑스 기업들이 한국의 환경기초시설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한국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선진국처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문제는 산업이 발전하는 시기부터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산업규모의 확대가 끝나고 나면 뒤늦게 환경보호투자를 하려 해도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한국도 더 늦기 전에 환경기초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또 수요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환경문제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공공자금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지요. 하지만 환경기초시설을 운영해야할 지자체는 재원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프랑스를 비롯, 대부분의 서구국가들이 민자유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공시설의 민간 위탁 경영에 대해서는 한국의 지자체나 기업들의 이해와 참여가 아직은 부족한데요.개도국 단계는 벗어났지만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않은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 운영에 있어서 민간 위탁 경영만큼 합리적인 방법은 없습니다.우선 오늘날 지자체들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도로관리나 생활폐기물 수거 및 처리, 상하수도 관리 등 임무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선진국에서는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그래서 공공서비스 중 상당부분을 민간전문업체에 위탁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공공서비스업무가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변모했지요. 우선 전문민간업체들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양질의 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수많은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모두 확보하기는 불가능하지요.두번째는 위탁경영 전문업체들이 해당분야에서 뛰어난 물류능력과 풍부한 경험, 잘 정비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위탁경영을 하면 국가나 지방정부가 민간기업의 탁월한 연구개발시설 및 우수한 연구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쓰레기소각장이나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지을 때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는 NIMBY현상 역시 심각합니다.중요한 것은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토론이나 공청회 등의 방법을 거쳐야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사안이든 정치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도록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화과정을 거치면 주민들의 이해가 높아집니다.물론 이 모든 것이 법령이나 제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정보는 지역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대화를 나누는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NIMBY현상은 대부분의 경우 많이 완화됩니다.▶ 공공시설의 건설과 관련해 한국 지자체에 대해 권고할 사항은.지방 정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호를 열어 놓고 주민이나 업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개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자체장은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공공시설을 설치할 때는 지역의 필요성과 있을 수도 있는 모든 위험을 조화시켜야 하지요.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선은 정책결정을 잘 해야 하고 대화를 통해 시스템에 대해 주민과 업체의 이해를 높여야합니다. 그런 후 공공서비스 건설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위탁경영을 할 경우라면 파트너 선정도 잘 해야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 공공서비스 민간위탁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까.기본원칙은 같습니다. 우선 정부는 공공서비스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민자유치여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수처리시설의 경우 소요재원이 엄청나기 때문에 민자유치를 위한 금융조달방식도 중요합니다. 일단 사업자로 선정된 민간업체는 건설은 물론 운용도 담당하고 유지보완도 맡습니다. 공공기관과 민자유치, 사업운영의 3박자가 맞아야 성공합니다.▶ 프랑스 업체들이 어떤 형식으로 한국 공공시설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프랑스의 공공 서비스 위탁경영 경험은 매우 깁니다. 약 1백50년 전인 19세기 중반에 벌써 상수도 서비스가 민간에 위탁경영이 됐으니까요. 1853년 리용시를 시작으로 낭트시와 파리가 상수도의 민간 위탁 경영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환경분야로 확대돼 하수 처리분야까지 확대됐지요. 현재는 생활폐기물 처리와 에너지공급 분야에서도 민간 위탁 경영이 활발합니다.이처럼 오래된 위탁경영에서 나오는 노하우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해외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위탁경영경험도 풍부합니다. 프랑스 기업들은 각국의 특성과 조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위탁경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나 지방정부는 IMF가 권고한 긴축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재원부족 상태인데요.프랑스 업체들이 한국 공공시설 민자유치에 참여할 경우 공공정책의 개념정립단계부터 주민반응 검토작업을 포함, 재원조달방법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사업이라도 대형투자사업의 경우 수익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어떤 계획이든 전체적인 운영과정에서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투자자는 나타나게 마련입니다.공공시설 민간 위탁 경영에 참여하는 외국기업이 한국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도울 수 있겠지요. 한국의 금융시장도 민자유치사업에 대해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는 갖춰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단계에서 프랑스 민간사업자와 한국민간사업자의 협력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공공시설 가운데 특히 프랑스 업체들이 관심갖는 분야는.우선 프랑스의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된 상하수 처리와 생활쓰레기 처리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 산업오염제거분야나 대중교통수단, 도시교통시설에도 관심이 있습니다.특히 수자원 처리분야에서 수에즈 리오네즈 데조와 비벤디사 등은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지난해 환경사업부문에서 각각 2백억유로(약 26조원)와 1백55억유로(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지요. 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수출에서 올렸습니다.▶ 공공서비스의 민간 위탁 경영과 관련된 한국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한국도 이제는 성장과 환경보전이 조화되는 중장기적 경제성장정책을 마련할 때입니다. 6년전부터 한국의 공무원들을 만나왔는데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공공서비스의 민간 위탁 경영이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또 정책 입안 과정에도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구요. 3, 4년전만 해도 공공서비스 민간 위탁 경영에 관한 세미나를 한국에서 열었다면 시기상조였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