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의 상승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다. 다만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는 OPEC에 진출한 해외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SK증권 김순영 리서치팀장의 설명이다. 최근 25달러까지 상승한 국제원유가는 대우그룹사태로 취약해진 국내 증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가상승 압력과 경상수지 축소로 기업수익성과 증시유동성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업종과 기업에 따라 충격여파는 달라질 전망이다. 운송업체와 해운업체 그리고 제철 비철금속 제지 등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김팀장은 분석한다.이들 업체들은 유가상승 압력을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의 주가상승에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운송·해운업체 수지 악영향정유업체와 석유화학업체의 충격은 적은 편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두달의 시차는 있지만 원유가격 상승분만큼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에 원유가 상승으로 급격한 수익성 악화는 없다는 판단이다. 소비자들도 가격인상을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다만 가격인상으로 소비가 감소할 경우 매출액과 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김팀장은 해외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2의 오일달러」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팀장은 SK 등 해외유전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원유가 상승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배당원유가 극히 적어 혜택이 별로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삼성증권의 이남우 이사는 김팀장과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국제원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연말까지 20달러 안팎에서 원유가격이 형성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이사는 현재 원유가는 일부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OPEC가 애당초 의도한 가격보다도 훨씬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이 많다며 추가적인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특히 원유가격 상승은 동남아시아 등의 경기 회복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또한 국내기업들이 원유가격 상승액을 생산품에 전가할 수 있어 기업이익의 급격한 감소는 없다고 설명했다.대우증권 이봉식 부장도 현재의 국제원유가는 다소 높은 편이라고 분석한다. 애당초 OPEC의 감산목표 가격대는 18~20달러였기 때문에 현재같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감산 이행률 하락이나 유휴설비의 재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구나 20달러대도 올해초에 비해 80%나 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이같은 견해에도 불구하고 원유가 상승은 국내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에 실물 경기의 하락 요인이 겹쳐질 위험성도 크다. 기업들이 유가상승 부담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보전할 경우 물가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에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그동안 정부는 한자릿수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시중에 자금을 풀었다. 원유가 상승요인과 결합할 경우 두자릿수 금리가 정착된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시 기업들의 금융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나타난다. 4/4 분기 주가가 1천포인트를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의 핵심 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