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비해 대형시설 태부족 ... 관광인프라 재구축도 시급

컨벤션산업이 종합서비스산업으로 회의시설 숙박시설 음식점 운송업체 관광업체 등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되면서 나라·도시간 유치경쟁이 치열한데 반해 우리나라 컨벤션산업은 해결해야 될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지적이다.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전문국제회의시설의 부재.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국제회의시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세계 각국의 컨벤션센터에 관한 세부사항들을 모아놓아 컨벤션관련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가이드북인 「The Worldwide Convention Centers Directory」에 기재된 4천㎡ 이상의 전시시설에 동시에 1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시설을 갖춘 대형컨벤션센터를홍콩 싱가포르 콸라룸푸르 등이 한두개씩 갖추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시설 부족해 국내유치 실패하기도전문국제회의시설이 없다는 것은 곧 『국제회의유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R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PMM(Professional Meeting Manage-ment)에서 마련한 「컨벤션행사 개최지 선정시 고려점」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에 개최도시, 회의시설, 연회와 식사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전문국제회의시설의 부족으로 국내유치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지난 96년의 참석인원 5천명 규모의 의료관련회의, 97년 2천명 규모의 소아심장병학·심장외과학회의, 2000년 2천5백명규모의 아시아오세아니아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 등이다.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한국의 수도,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 서울에 대형시설 하나도 없다는것은 말이 안된다』는 말이 컨벤션관련업계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처럼 전문국제회의시설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굵직한 국제행사는호텔의 대연회장이나 그랜드볼룸을 개조해 치러진 게 고작이었다.호텔 롯데의 한 관계자는 『컨벤션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대형 전문국제회의시설의 확보가 가장 시급하며 그나마 내년에ASEM컨벤션센터가 완공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COEX별관부지에 세워지는 ASEM컨벤션센터는 최대 6천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전문국제회의시설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전문국제회의시설로 대규모 국제행사들을 앞두고 완공이 돼다행』이라는 것이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ICEM) 류영호연구원의말이다.인력문제도 컨벤션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컨벤션센터 한 개당 요구되는 필요인원은 약 4천여명. 내년에준공되는 ASEM컨벤션센터와 제주 부산 일산 대전 대구 인천 등에 세워질 컨벤션센터를 모두 고려하면 적어도 4만명이상의 전문인력이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국제회의전문기획가(PCO)는 약 4백여명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국제전시회전문가(PEO)는 그보다도 적다는게 컨벤션교육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이러한 인력부족과 컨벤션산업 붐을 타고 여기저기서 교육기관들이세워지고 강좌가 마련되고 있다. 관광공사에서 발간한 「한국국제회의산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한림대(석사과정)와 제주관광대에 국제회의전문가양성 정규과정이 마련돼 있으며 이화여대 명지대 용인대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 등도 국제회의전문가 전문교육기관으로 올라 있다. 최근에는 몇몇 사설기관에서도 국제회의전문가양성과정을 마련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내용과 교육을 마친 인력의 「질」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게 관광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 류연구원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수진과 잘 짜여진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할 수있는 곳은 드물다. 때문에 컨벤션관련업체에서 필요한 중·고급인력은 부족한데 반해 단순보조 인력은 오히려 넘쳐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 컨벤션산업관련 인력교육이 국제회의기획전문가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컨벤션업계에서 통용되는 「국제회의개최시 회의준비·추진일정표」라는 타임스케줄에 따라 보통 6년이 소요되는 행사유치와 개최에 단기간에 양성된 국제회의 전문가들로는 무리라는 것이다. 제주관광대 컨벤션산업과 신왕근교수는 『국제행사 유치는 4∼6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으로 유치에서 성공적인 개최에 이르기까지 기획 마케팅 운영 홍보 등 제반부분에서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관광인프라의 재구축과 정비도 시급하다. 컨벤션참가자들은 대부분해당 국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로 컨벤션참가 외에 참여하는 관광이나 쇼핑 등을 감안하면 관광산업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가나 도시의 안전 등에서 서울이 일본의 여러 도시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국민들의 폐쇄성, 언어, 교통, 친절 등 관광객을 위한 수용태세에 있어 일본과의 컨벤션 유치 경쟁에서 다소 불리함으로 작용한다』는게 관광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단기간 인력교육, 유치에는 무리부족한 객실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특히 호텔객실의 확충이 시급하다. 서울 R호텔의 한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에 열렸던 국제행사로인해 강남지역의 특급호텔들은 객실이 모두 동이 났지만 그외의 숙박시설들은 여전히 객실이 남아돌았다』며 『컨벤션참가자들의 수준에서 특급호텔 이외의 숙박시설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객실 부족은 여실히 드러난다.지난 97년 기준으로 외래객 1만명당 객실수를 보면 호주 3백45실,영국 이탈리아 3백22실, 미국 6백83실 등이었던데 비해 우리나라는1백18실에 불과했다. 외래관광객이 3백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91년에전국 4백개 호텔에 4만실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4백만명을 돌파한 지난해 4백54개호텔에 4만7천실로 관광객은 1백만명이나 늘었음에도객실은 7천실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컨벤션산업진흥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컨벤션뷰로의 설치. 현재 관광공사 국제행사처 한 부서만으로는 컨벤션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역부족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컨벤션센터가 있는 도시마다 지자체단체 기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컨벤션뷰로의 설치·운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컨벤션뷰로가 관광공사와 함께 공동유치활동과 행사개최를 하고중앙정부는 컨벤션센터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 관광공사 김종희 국제행사처장의 말이다. 정부의 지원이 구체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제주관광대 신교수는 『국제회의전문기획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나왔지만 금융기관에서는 여전히 담보를 요구해 유명무실하다』며 『보다 실질적이고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 이수연 서울컨벤션서비스(주) 사장 인터뷰산업의 발달과 함께 국제회의가 늘고 있다.국제회의가 증가하면서 국제회의의 내용도한층 다양화 및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한 모임 단계에서 벗어나 세련된 노하우와 첨단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국제회의가 늘고 있다.국제회의의 일정도 회의뿐 아니라 전시회 박람회 그리고 이벤트를 포함하는 내용들이 포함되는 추세다. 원만히 국제회의를 진행하려면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와 경험 그리고 시설이 요구되는 것이다.최근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제회의를 전문적으로 기획, 운영하는 컨벤션산업이 하나의 첨단산업을 형성해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성장성을 간파하고 이컨벤션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여성사업가가있다. 주인공은 이수연 서울컨벤션서비스(주) 사장. 창업 후 첫 작품인 「99년 국제기술교육대회」의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이 사장을 만나 컨벤션산업의 사업전망과 흐름을 알아보았다.▶ 회사를 설립한지는.지난 5월6일입니다. 설립하자마자 첫 프로젝트로 「99년 국제기술교육대회」의 기획과운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술대회의 성격이 강한 이 프로젝트는 노동부와 UNDP(유엔개발계획)의 후원사업으로 이번 주제는 「21세기 신산업에 대응한 직업기술교육」입니다. 세계 15개국에서 학자 전문가 정책입안가 등 약 2백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세미나에는 신산업에 적합한 직업기술교육과 교수요원 양성교육 그리고 효율적인 산학협력체제의 구축을 모색할 것입니다.▶ 신설회사로서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있었던 배경은.전문인력과 노하우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저희 회사는 컨벤션산업분야에 대한석사학위 이상을 소유한 전문인력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모두 2년간 국제회의와 전시회그리고 이벤트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국내첫 컨벤션교육 정규과정인 한림대 국제회의학과를 이수한 전문인력들입니다. 이들이 중심이 돼 컨벤션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컨벤션산업경영연구원과 손잡고 국제회의에 관한노하우를 연구한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봅니다.▶ 컨벤션산업의 핵심이라면.전문인력과 네트워크입니다. 어떤 사람이 행사를 진행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또한 국제회의가 전시회와 이벤트를 결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시와 관광분야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기간에 치러지는 복합적인행사를 최상의 수준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집단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갖추는 일도필요합니다.▶ 컨벤션산업의 특성은.컨벤션산업은 관광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광산업중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국제회의 참석자들은 일반관광객에 비해 보통 3배 이상을 소비합니다. 참가하는 사람들이 해당지역의 상류층이나 지도층에 속하는 인사들이 많고 비즈니스를 위해 참석하는 사람은 소속기관에서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내컨벤션 산업에 대한 현황은.국내에서는 32개의 등록업체가 이 분야에서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중 5, 6개 업체만이고도의 경험과 지식을 요하는 국제회의를 기획, 운영하는 수준입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란 위상에 비해 턱없이 낙후된 분야라할 수 있습니다.▶ 컨벤션산업에 대한 전망은.국내에서는 막 성장하는 초기단계라 할 수있습니다. 국내산업이 IMF 위기를 지나면서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이 과정에서 국제회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컨벤션분야에대한 전문인력과 지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매우 부족한 분야입니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은 매우 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