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산업을 주목한다

이야기 하나. 요즘 여행업계에서는 지난 9월에 개막된 강원국제관광엑스포를 두고 말이 많다. 「졸속」 「수준이하」 등의 혹평이 항상따라 다닌다. 지난 3월 국정개혁 보고회의에서 문화관광부가 국제회의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거론한 주요 국제행사의 하나였으며, 주최측인 강원도에서도 당초 3백만명 이상의 내외국인 관람객들이 참관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하지만 막상 개관을 해보니 홍보 등 준비소흘이 여실히 드러난데다내국인들만 북적이고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관람객이 줄어들자 각 여행사들에 티켓판매를 맡기는 등 관주도로 이뤄진 졸속행사의 전형이자 우리 컨벤션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내보였다는 것이 관광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이야기 둘. 지난 2일 대한초음파의학회는 오는 2006년 세계초음파의학회행사를 서울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막상 개최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오래 전부터 유치를 준비해온 호주 브리스베인과 경합이 붙으면서 불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지난해에 한국소개책자 등을 겨우 회원들에게 돌릴 정도로 뒤진데다 호주측의 준비가 워낙 철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막판에 유치제안서 같은 관련서류와 책자를 배포하는 등 한국관광공사측의 지원에 힘입어 전세계 45개국에서 3천명이 참가하는대규모 국제행사를 서울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국제적인 의학행사를 유치한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 따라 기대되는 경제적 이익도 막대하다.『예전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했을 때 1인당 직접경비가 2천8백달러로 전체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직접적인 비용만 7백8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간접소비까지 포함하면 1천5백만달러 이상을 한국에서 경비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한국관광공사국제행사처 국제회의부 조덕현과장의 설명이다.◆ 컨벤션산업 = 관광산업의 ‘꽃’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우리나라 컨벤션산업의 두 사례다. 전자가 막대한 경제·사회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대규모 관광행사를졸속으로 추진해 오히려 흠집만 냈다는 말을 듣는데 반해, 후자는경제적 효과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의사와 언론을 대상으로 우리의 의료산업·의학수준과 국가이미지를 널리 좋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이처럼 대규모 국제행사를 하나 유치하는데 따른 엄청난 경제·사회적인 효과로 인해 컨벤션산업(국제기구가 주최·후원하거나 국제단체가 주최하는 국제규모의 회의, 전시·박람회, 기업 및 단체회의,인센티브관광 등을 포함)은 「굴뚝없는 수출산업」이라는 관광산업의 「꽃」으로 불린다.관광산업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컨벤션산업이 국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구체적인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95년의미국 컨벤션관련단체들로 구성된 PCMA에서 발표한 경제효과분석에따르면 94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국제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직접지출액은 8백20억8천만달러에 이르며 1백57만명의 직접고용효과와1백20억3천달러의 세수증가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가자들은 평균 3.48일을 개최도시에서 체류하고 1인당 평균 6백72달러를개최도시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돼 개최도시의 지역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만이 아니다. 전시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세계 최대의 전시회인하노버메세를 열고 있는 독일의 경우 총교역량의 80%가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며 전시회관련 노하우를 수출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사결과가 있다. 지난 95년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참가한 외국인 1인당 평균 소비액을 보면 같은 해 일반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소비액인 1천64달러의 3.1배인 3천2백85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많은 돈을 쓰고 가는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로 인해 세계 각국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관광단체 컨벤션관련 기업 등이 총력을 모아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컨벤션산업은 앞의 사례 가운데 전자에 해당되는 수준이라는 것이 관광관련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국제협회연합(UIA)의 통계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표 참조)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이 없다. UIA의 자료에나타난 아시아 국가별 순위에서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 이어 9위를, 도시별로는 싱가포르 홍콩 예루살렘 도쿄 쿠알라룸푸르 방콕 베이징에 이어 마닐라와 함께서울이 공동 8위에 올라 있다.한국의 컨벤션산업이 이처럼 빈약한 것에 대해 『전문국제회의시설하나 없는 실정, 컨벤션전문인력의 부족, 말뿐인 정부지원 등 척박한 환경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기초를 정비해 컨벤션선진국대열에 진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0년 아셈회의, 2001년 한국방문의해, 2002년 월드컵 등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큼지막한 행사들이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행사들과 곁들여 진행되는 회의 박람회 전시회 인센티브관광등 컨벤션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관광산업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컨벤션선진국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제주관광대 컨벤션산업과 신왕근교수는 『전문적인 컨벤션센터의 건립이라는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컨벤션뷰로의 설립, 마케팅, 기획·운영능력, 관광인프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동시에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