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마케팅과 유통 문제이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한국 기업들이 외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외 시장의 다양성을 제대로이해하지 못해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한국 기업들의 실패 이유를 낮은 품질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다. 해외 시장으로 수출되는 국산 제품이주로 저가품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품질 탓만은 아니다. 더욱이 상당수의 국산 제품은 외국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으로 자리잡았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국 기업 경영진의 마케팅 인식 부족을 들고 싶다.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국내 대기업의 마케팅 노력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시장의 경쟁이 느슨한 것도 아니다. 이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먹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대중 매체의 전파력이 크기 때문에 이같은 매체를 통한 제품의 광고 선전 효과가 상당히 크고, 그만큼 효율적이다.또 한국 시장은 여러모로 단일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단 소비자들의 구매 취향이 엇비슷하고, 구매하는 제품도 거의 유사하다.또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따라서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결국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공략할 수 있는 단일 시장인셈이다. 그 다음 특징으로는 푸시마케팅이 마케팅 활동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 특히 고가사치품일 경우에 해당한다.반면 외국 시장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국내 시장과는 다른 전략이필요하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경쟁업체끼리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업끼리 제휴를 맺는 경우가 바로 마케팅 제휴에 해당한다. 일단 마케팅 제휴를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중요한 이점은 특정 시장에서의 총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자동차메이커가 다른 자동차업체와 유통망을 공유함으로써 전반적 비용 및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 시장에서 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끼리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점이다. 시장 구조(국내 시장의 경우 너무 많은 업체들이 너무 작은파이를 놓고 나누어 먹어야 하는 현실)탓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 기업들은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문화를 감안할 때 사실 한국 기업들에 마케팅 제휴를 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기아, 대우, 현대가 지금처럼 다른판매망을 이용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신 유통망을 공유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것 역시 실현되지 못한 채 그저꿈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