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들것네」. 온통 벌겋게 달아오른 먼산에 취했다가 눈길을 당기면 개구쟁이처럼 불쑥 다가오는 노랑색과 갈색의 불규칙한흩뿌림. 성급한 낙엽이 비척거리며 떨어지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억새들이 목을 뺀 갈숲길. 이마에 송슬송글맺힌 땀을 소매로 훔치다가 하늘이라도 올려다보면 한층 높아진 푸른 하늘. 가을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백양산(백암산) = 「내장산단풍이 대중적이라면 백양산단풍은 귀족적」. 하얀 암벽으로 꽃봉오리 모양을 이루고 있는 학바위와 어울린가을풍광이 인파가 북적이는 내장산보다 한결 짜임새있고 기품있다는 산악인들의 평이다. 다른 곳에 비해 단풍잎이 작아 「애기단풍」으로 불린다. 특히 석양녘에 백양사에서 바라보는 백양산의 화려한풍광과, 학바위 아래에 굽이치는 단풍융단이 탄성을 자아낸다. 백양사-쌍계루-학바위-약사암-영천샘-상왕봉 약수동골-운문암-백양사로이어지는 단풍길이 유명하다.● 망대바위산 연가리골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소재. 연가리골-1059봉-양양군 서면 연내골로 이어지는 단풍능선이 장관이다. 교통이 불편한게 흠이지만 화사한 단풍과 너럭바위 사이로 단풍빛이 일렁이는계류가 흘러 단풍산행지로 더없이 좋다. 특히 1059봉을 지나 동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등산로는 오후 하산 무렵이면 역광이 단풍을 비춰 곱디고운 빛깔이 화려한 색상을 뽐낸다.● 지리산 피아골 = 핏빛 단풍이 골짜기 내내 이어져, 지리산 제일의단풍절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붉은 단풍빛깔뿐인 길이 선유교부터 시작돼 삼홍교, 구계포교, 남매폭포 등을 거쳐 피아골산장까지 이어진다. 특히 남매폭포부터 피아골산장까지 1km정도 이어지는 단풍길과, 피아골산장에서 임걸령을 거쳐 노고단으로 내려오면서 즐기는 단풍이 일품이다.● 구학산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면 사이에 있는산으로 여성적인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산. 단풍이 우거진 산을 지나다 만나는 평원을 넘어서면 또 다시 부닥뜨리게 되는 평원에 일렁이는 억새물결이 장관이다.● 동구릉 = 경기도 구리시 소재. 조선왕조의 능묘 가운데 가장 큰 능역으로 태조의 건원릉과 현릉 목릉 등 8개의 능과 한 개의 묘가 대능원을 이루고 있다. 능 주변의 황금빛 잔디, 단풍, 낙엽이 쌓인 푹신한 길 등 3박자가 절묘하게 아우러진 곳으로 가족끼리 휴일나들이코스로 잡거나 혼자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