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인문로 서쪽은 젊은감각ㆍ디자인 능력, 동쪽은 점포 유경험자 '유리'

동대문상권에 쏟아지는 국내외의 시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동대문시장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유해 화제가 됐고 어느새 외국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로도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패션밸리」라는 새로운 애칭도 생겼다.사실,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상권이라는 점에서 동대문 패션상권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이있다. 동대문 패션상권에선 어떤 방법으로 「사장님」이 되나. 임대시세는 얼마나 되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20~30대가 주축, 프리미엄 ‘억대’밀리오레, 두산타워, 프레야타운이 위치한 서쪽 상권(흥인문로 기준)은 동대문시장의 부흥을 이뤄낸 곳이다. 터줏대감 격인 동쪽 상권에선 디자이너클럽, 팀204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이들 상가에 입점하려는 수요가 가장 많은 것은 당연지사.소매 중심의 쇼핑몰로 자리를 잡은 밀리오레나 두산타워의 경우, 빈점포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퇴점 상인이 있을 때마다 대기 순서에 따라 입점한다. 입·퇴점 관리는 중앙 운영진에서 총괄하며 입점신청자에 대한 심사도 빼놓지 않는다. 대개 의류 점포를 경영해 본경험이 있거나 자가 디자인, 생산이 가능한 경우 입점을 「허락」한다. 감각을 중시하기 때문에 요즘 입점하는 상인은 20대~30대가 주축을 이룬다.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임대가격 외의 억대 프리미엄이 오간다는 사실은 동대문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인으로서의 능력이 뒤떨어지면 부담해야 할 프리미엄 수준이 높아진다는 말도 나돈다. 시장상인들에 따르면 일부 상가의 실제 거래 시세는 공식 임대가격(표참조)에 최소 5배를 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이에 비해 디자이너클럽, 팀204 등 동쪽 상권(동대문 운동장쪽)은노련하고 경험많은 도매상인이 득세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보따리 장사꾼을 겨냥한 도매시장의 성격이 강해 매출은 서쪽 상권을 능가한다.동쪽 도매 상권 상가들은 밀리오레, 두산타워와 달리 상인들끼리의임대차 계약이 이뤄진다. 특별한 입점 심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그야말로 의욕과 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 최근 거래된 디자이너클럽의 1층 점포(실평 1.4평)는 권리금 1억원, 보증금 7천만원, 월세 1백20만원 선이었다.「동대문 드림」이 확산되고 있지만 어두운 이면도 없지 않다. 투여자본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억대 자본을 투여했지만 몇 개월만에 큰 손해를 보고 물러났다는 상인이 적지 않다. 게다가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호소할 곳도 없다. 반면 하루 순수익 1백만 원 대의 「준재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억대 웃돈이 들더라도 몇 달사이 회수할 수만 있다면 탁월한 투자인 셈이다.◆ 상가 흐름 파악 ‘중요’… 컨설팅도 이용할만이렇듯 동대문 패션타운에 입점하기 위해선 동대문시장의 생리를감안해 움직여야 한다. 감각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젊은 창업 희망자라면 서쪽 상권의 쇼핑몰에 입점을 타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능력을 충분히 부각시키면 웃돈없이 점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노련한 의류 사업자라 하더라도 감각이 뒤지면 이곳에선 손해를 보기 일쑤다.점포 경영 경험자라면 오히려 동쪽 도매상권이 적합하다. 디자인·생산 능력이 없어도 하청공장과 사입자(상품 주문, 공급 대행)를 활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내세울 경력없이 의욕만 높다 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동대문시장 이모저모를 꿰고 있는 「창업도사」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생겨난 동대문시장 관련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정보 제공자에게 부탁, 대면 컨설팅을받을 수 있다. 수년간 체험한 동대문시장 구조를 직접 전해들을 수있어 초보 창업 희망자에게 권할 만하다.★ 인터뷰 / 오태훈 신우인포컴 대표지난 7년 동안 동대문시장의 밤을 지켜 온 오태훈씨(31)의 본업은사입자다. 유행 상품을 골라 공장에 주문, 도소매점에 공급하는 직업이다. 누구보다 유행을 감지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배포도 커야한다. 「대박」 한번 터트리면 며칠만에 월급장이 봉급 몇 달치를거뜬히 벌어 들인다.그런 본업 외에도 두 가지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을노크하는 조심스런 투자자들을 만나 상담을 해 주는 일, 그리고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추진중인 「동대문 네트워크」의 구축.그는 지난해 겨울 신우인포컴이라는 회사를 차려 인터넷에 동대문시장에 관한 정보 사이트(http://www.dawnmart.co.kr)를 오픈했다. 이를 계기로 동대문시장 창업 도사 반열에 올라 지난 10개월 사이 10명이 넘는 상담자를 동대문시장 식구로 만들었다. 그의 컨설팅 범위는 점포 시세부터 입지 선정, 부대 비용 산출, 상품 수급, 매출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청년기를 바쳐 체득한 「동대문시장에서 살아남기」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동대문시장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기반으로 또 하나의 사업을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동대문 네트워크」로 명명된 일종의 세계화 프로그램이다. 재래시장의 구조를 벗고 주문-생산-수출이 바로이어지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향후 10년을 바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