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IMF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인가.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과 생산설비 가동률 등을 보면 이같은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주가지수를 2백포인트나 하락시킨 대우그룹사태도 실물경제에 별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한국민들이 다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이같은 낙관론을 경계한다. 한국경제는 이제 응급수술을 막 끝낸 환자라고 진단한다. 수술후유증을 극복하고 새롭게 원기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맥킨지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한국경제에 유리하게 전개되더라도 세계 수준의 생산설비와 금융서비스 능력을 갖추고 국내경제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기까지는 적어도 3년에서 5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맥킨지는 대우사태의 후유증과 투신사 구조조정이란 단기 과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명암은 달라진다고 본다. 여기다 한국 수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경제의 성장여부가 또다른복병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맥킨지는 한국경제가 나갈 방향을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대내외상황이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한단계 도약하는 경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을 배제한채 경제개혁을 추진한다는 전제를깔고 있다. 정부가 대우그룹과 투신사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을 극복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2000년 한국경제는 6%의 경제성장률, 10%의 시중금리를 달성할 것으로예상한다.물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수익증권 대량 환매에 따른투신권의 유동성위기와 은행권의 추가 부실로 금융시스템이 제대로작동하지 않는 경우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도와 달리 채권안정기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다 중국이30%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국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약화시킨다. 또 미국경제도 오랜 호황을 마감하고 후퇴에 들어간다.이들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1%, 금리는 18∼20%가 재현할 것으로 예상한다.이들보다 현실성이 높은 경우는 대우사태의 후유증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만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때다. 이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3%, 시중금리는 12∼15%수준으로 전망된다.그러면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기 위해 한국경제에 요구되는 과제는무엇인가. 맥킨지는 장단기 과제로 나눠 제시한다. 먼저 맥킨지는금융부문의 당면과제로 △투신사 구조조정 △은행권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신축적인 적용 △정부출연 신용보증기금의 점진적 철폐△은행대출에 대한 보다 엄격한 국제기준의 회계원칙 적용 △배드뱅크(Bad Bank)설립 등 은행권의 부실자산에 대한 신속한 처리 △은행권의 전문인력 육성 등을 제기한다. 지난 4일 발표한 금융시장안정대책보다 훨씬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담고 있다. 부실 투신사의 퇴출과 자기책임아래 투자하는 풍토 정착 등을 요구한다. 사실상 파산상태인 서울보증보험을 포함한 정부출연 신용보증기금의 정리를 주장하고 있다. 대우사태로 추가발생하는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신속히처리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라고 권한다. 또한 소매금융 도매금융 해외금융 등 전문인력을 집중 육성하라고 조언한다.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환경조성 △강력한 자본시장 육성 △위험관리능력의 제고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중심의 금융정책에서 자본시장 육성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기업들이 부채비율 2백%를 충족시키고 주주경영이란대세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맥킨지, 자본시장 육성 강력 권고기업부문에서는 생산성 제고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고 지적한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 나아가 총수들이 지분 이상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이 요구된다고 밝힌다. 특히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자본시장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금융과 기업부문이 결합하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맥킨지측은 이같은 작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강도를 높일수록 저항이 거세질 것이다. 한국경제가 외부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여기다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권의 압력도 개혁칼날을 무디게 할 수도있다고 지적한다.그럴 경우 3가지 가능성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고 인정한다. 고금리와 저성장 그리고 새로운 금융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이라는 망령이 되살아 날 수도 있다. 결국현정부의 개혁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중간평가가 향후 한국경제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