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사업 실패후 유럽시장 공략 ... 일본 시장 재진출 노려

「2005년 전세계에 1백80만기의 디젤엔진을 생산한다. 목표는 세계정상이다. 전체의 3분의1인 60만기를 유럽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승리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디젤엔진의 유럽현지생산은 장고끝에 나온 결단이다. 폴란드 진출을 실현한 지금이 바로 이스즈의 향후 1백년을 결정하는 전환점이다. 폴란드공장의 성공여부가 이스즈의 장래를 결정한다.」지난 9월17일 폴란드 공장의 개소식에서 세키 가즈히라(關和平)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같이 강조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3백km 떨어진 체코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인구 4만명의 소도시 티히.이스즈가 폴란드 공장건설을 발표한 것은 2년전인 97년9월. 이스즈와 대표주주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그룹은 이스즈를 디젤엔진개발 생산의 핵심기업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세계 최강 디젤엔진 업체, 변신 시도이는 치밀한 계산의 결과였다. 이스즈가 실적부진으로 승용차사업에서 손을 뗀지 4년. 세월이 흐르면서 굴욕감은 사라졌다. 그러나 트럭사업만으로는 글로벌전략을 짜낼 수가 없었다. 세키사장(당시)은 GM그룹의일원으로 세계 최대 최강의 디젤엔진 공급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폴란드 공장은 그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제1보였다.이스즈는 폴란드 공장에 2백60억엔을 투자했다. 일본기업의 폴란드투자 가운데 최대규모다. 당면목표는 GM그룹의 독일 아담오펠에 디젤엔진을 공급하는 것. 2000년에 생산될 10만기는 전량 오펠에 공급된다. 이미 생산에 들어간 1. 7ℓ짜리 엔진은 올가을 유럽시장에서선보이는 「오펠아스트라」에 탑재된다.이스즈는 지금까지도 오펠용 엔진을 생산해왔다. 연간 약 20만기를홋카이도 공장에서 제조, 독일 스페인의 오펠공장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폴란드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여러가지 이점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환율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있게 됐다』는게 이나오 다케시사장의 설명이다. 엔진공급 가격도대폭 줄일수 있게됐다. 유럽에서의 부품조달비율을 60% 이상으로끌어올렸다.이뿐만 아니다. 폴란드 정부로부터 10년간 법인세면제 특례까지 인정받았다. 값싸게 우수한 인력을 대거 확보할 수도 있게 됐다. 임금은 일본의 8분의1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정을 관리하는 팀리더의 70% 정도가 대졸학력을 가졌다.세계 톱을 겨냥하는 이스즈로서는 디젤엔진 최대시장인 유럽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국내에서와 동등한 품질을 유지해나가면서 코스트경쟁력을 끌어올리는게 지상명제다.일본의 경우 디젤엔진의 승용차 탑재는 거의 제로상태다. 트럭이나버스용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엔진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경유가 가솔린보다 훨씬 싼 이점도 있다. 상용차는 물론 배기량 1ℓ전후의 소형차로부터 고급차에 이르기까지 디젤엔진이 채택되고 있다.이스즈는 유럽업체들과의 디젤엔진 경쟁에 대비,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1천명인 개발요원을 1∼2년안에 1천3백명선으로 늘릴 예정이다. 탑재하는 차량에 적합한 엔진개발을 위해 지역별 개발체제도다지고 있다. 97년11월 독일에 「이스즈모터 독일」을 설립, 부품메이커 엔진공급선과 공동개발에 나섰다. 폴란드 공장에서도 오펠기술진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98년 이스즈의 디젤엔진 생산기수는 70만. 2005년에 1백80만기를 목표로 잡고 있다. 98년에 7백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GM그룹의 스케일을 감안할때 결코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대형엔진 공장 건설도 추진이스즈가 GM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즈가 타사에 엔진을 공급하는 것은 완전히 자유』라는게 GM측의 설명이다. 대주주인 GM그룹이외 기업 가운데 납품이 유력시되고 있는 곳은 혼다기연.혼다는 현재 영국에서 생산중인 「어코더」「시빅」용으로 영국의「로버」로부터 엔진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승용차와 픽업트럭등의 상호공급을 통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이스즈로 엔진조달선을바꿀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이스즈는 지난 61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승용차용 디젤엔진을 생산했다. 디젤의 선구자였다. 그런만큼 기술도 앞섰다. 그러나 디젤쪽으로의 경영자원집중을 선뜻 선언하지 못했다. 승용차사업 포기라는과거의 뼈저린 실패경험 때문이었다. 실적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92년1월 사장에 취임한 세키회장은 바로 그해 승용차사업 중단을결정했다. 이스즈는 일본자동차업계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있다. 닛산 도요타와 더불어 한때 3대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한이스즈가 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40년이상 계속해온 승용차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한마디로 굴욕이었다. 그런데도 세키회장이대담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제휴선인 GM측 존 스미스회장과의 두터운 신뢰 때문이었다. GM측에서도 이스즈가 자립할 수 있는길을 열어줬다.그러나 실적이 계속 부진해지자 GM도 자본의 논리를 들고나올 채비였다. 세키회장이 개인적으로 구축한 GM과의 인맥도 영원히 유지될수가 없었다. 승용차포기 결단을 내린 세키회장이 해야할 마지막 역할은 이스즈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 해답이 바로 디젤엔진으로의 사업특화였다. 그는 세계 최대 디젤엔진 공급업체라는 목표를 향해 전략을 짰다. 소형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폴란드 공장에 이어 내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GM과의 합작회사에서대형디젤엔진 생산을 개시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등 4개거점에서 디젤엔진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디젤엔진 부문의 전략은 순탄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99년 3월기에 단독결산으로 46억엔의 최종적자를냈다. 7년만이다. 2000년 3월기에는 적자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승용차 포기후 트럭에 집중한 것이 주효하면서 96년 3월기에는사상최고익을 올렸다.그러나 전체매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트럭시장이 부진하면서몸살을 앓고 있다. 이스즈는 그룹인력 4천명 감축, 판매회사 절반감축, 고정자산 매각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젤엔진으로 미일승용차시장에 쳐들어간다. 그것이 우리의 꿈이다.』 승용차포기후에도 세키회장은 승용차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이스즈는 엔진공급업체로 유럽뿐 아니라 일본 미국승용차시장까지도넘볼수 있게 됐다. 한번 포기한 승용차시장에서 디젤엔진으로 또다시 명문 이스즈의 간판을 올릴 수 있을까. 구조개혁을 통해 유럽 미국등에 엔진사업의 최전선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