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안정 종합대책」이 지난 4일 발표됐다.말 그대로 금융대란설을 잠재우기 위한 시장대책의 완결판이다. 지난 7월19일 대우그룹 구조조정계획이 나온뒤 정부는 무려 네차례에걸쳐 시장대책을 쏟아냈다.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를 제한한 8.12대책을 비롯 8.26, 9.18, 10.4 안정대책이 숨가쁘게 꼬리를 물었다.기존의 시장대책이 중간 중간에 터져 나오는 문제를 미봉하기 위한단기 대책이었다면 11.4대책은 종합대책이다.그런만큼 「11.4대책」은 대우사태로 금융권에 나타날 수 있는 온갖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담고 있다. 특히 대우채권에 대한 수익증권환매비율이 80%로 확대되는 11월10일이후 나타날지도 모를 금융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이중 삼중의 그물을 쳐놓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정부의 이번 대책은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장기적으론 경제에부담을 지우겠지만 단기적으론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11월 금융대란설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해외채무가 많은 대우그룹핵심 4개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계획에 대한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걸림돌이다. 11월10일 수익증권 환매규모가 예상외로 많을 경우 금융시장은 다시한번 기우뚱거릴 공산도 크다. 추가로 투입될 공적자금의 조달방안도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더욱이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돈을 푸는 것은 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11.4 대책의 내용크게 세가지다.투신사 대책,기타 금융권 대책, 금융시장 대책이 그것이다.투신사 대책은 정상화가 핵심이다. 대우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투신사에 공공자금을 투입,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경우 최저 자본금(각각 1백억원)수준으로 감자한 뒤 공공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규모는 한국투신 2조원,대한투신 1조원이다. 한투에는 산업은행이 1조3천억원을 출자하고 정부가 6천억원을현물로 출자한다. 대투에는 기업은행이 6천억원,정부가 3천억원을현물로 출자한다. 나머지 1천억원은 두 투신사의 기존주주인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출자토록 했다.다른 투신(운용)사들의 경우 대주주의 증자를 통해 정상화를 이루도록 했다. 실제 현대그룹은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에 각각 6천억원과 1천억원을 증자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이런 방식을 통하면 대우채권손실을 흡수하면서 투신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정부는 이와 함께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무보증 대우채권 18조6천억원어치를 성업공사가 사들이기로 했다. 현재로선 8조원으로 할인해 매입할 공산이 크다. 대우채권이 유통되면 환매로 인한 투신사의자금부담은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투신사 이외의 금융권 대책은 은행 서울보증보험 종금사 등으로 나뉜다. 은행에 대해선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 후순위채 발행,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 등의 자구노력을 유도키로 했다. 아울러 미래상환능력(FLC)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올해와 내년에 나눠 적립토록 했다.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선 오는 2001년까지 4조원의 공적자금을 단계적으로 투입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그룹 워크아웃 계획에서 원리금이 조정되는 부분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에서 대지급하도록 했다.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현재의 저금리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환매사태에 대비, 채권시장 안정기금으로 하여금 투신사 보유채권을 무제한으로 매입토록 했다.◆ 11.4 대책의 배경과 평가역시 대우사태다.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계속해 왔다. 특히 최근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워크아웃계획이 확정됨으로써 금융권별 손실규모가 드러났다. 금융권이 부담해야할 돈은 총 31조2천억원이다. 은행이 12조5천억원으로가장 많다. 투신사도 10조4천억원이나 된다.이만한 돈을 부담할 경우 금융기관 전체가 치명타를 받을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감 팽배→수익증권 환매및예금인출→금융기관의 채권및 주식매각→주가급락·금리급등→금융시장 혼미및 실물경제 악영향」의 악순환이 되풀이될게 분명하다.정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밖에 없었고,자연스럽게 그 첫번째 고리인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춘대책을 내놓게 됐다.이에 대한 금융시장의 평가는 사뭇 호의적이다. 그동안 금융시장을괴롭혀온 문제는 크게 두가지였다. 다름아닌 대우문제와 투신사문제였다. 그중 대우문제는 워크아웃계획확정으로,투신사 문제는 시장대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가닥을 잡았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물론 최종 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해결방향이 구체화된 만큼 그동안 금융시장을 짓누르던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제거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성모 동원경제연구소 시황팀장은 『정부대책으로 11월 금융대란설의 현실화 가능성이 불식된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전망정부대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우호적인만큼 금융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주가는 다시 1천시대를 향해 돌진하고금리는 연 9%대 전후에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게 염려스럽지만 역시 통제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그동안 갈곳을 찾지 못한채 시장을 배회하던 1백조원의 부동자금이 증시나 금융권에 안착할 경우 금융시장은 이전보다 오히려 탄탄해질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점쳐진다.주가의 경우 1천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금융연구원은 내년말에 1천2백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에 직접 참가하는 사람들은 더 낙관적이다. 11월10일의 환매사태만 무사히 넘기면 내년 2월까지 1천2백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기업실적 호전과 엔화강세라는 호재가 찬란히 빛을 발휘할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미국증시의 호조와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를 감안하면 올해안에 1천고지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경민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상무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 기업의 수익가치가 제대로 평가됨으로써 주가는 한단계 레벨업할 것』이라며 『종합주가지수는 내년 2월전에 사상최고치(1천1백38)를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금리의 경우 현수준인 연9%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시장수급만 보면오를 가능성이 높다. 수익증권 환매가 들어오면 투신사들이 보유 채권을 내다팔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채권을무제한 매입키로 하는 등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연말까지 한자릿수 금리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환율의 경우 역시 현수준인 달러당 1천2백원 안팎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시장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어 큰 폭의 등락은 없을 전망이다.그렇지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도 아직은 산재해 있다. 주가의 경우 환매규모, 외국인의 매매패턴,연말까지 예정된 8조원가량의 유상증자 물량, 물가불안 우려 등이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주)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전자등 주력 4개사의 워크아웃 플랜에 대한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정부의 시장대책 자체가 헝클어질 수도 있다. 또 정부가 공언한 한투및 대투에 대한 공공자금 투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투신사등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감이 다시 팽배해질 수 있다.정부의 종합대책은 한마디로 금융대란을 불식하기에 충분하긴 하지만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