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는 차와 마주보게 됐다.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뒤로 양보해 그 차를 먼저 지나가게 했다. 지나가면서그 운전사가 고개까지 꾸벅이며 밝게 인사를 한다. 불쾌하던 기분이일시에 좋아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빌딩을 들어서는데 안에서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여 미리 문을 열고 그 사람을 먼저 지나가게 했다. 문을 열고 서 있는 나를 본체만체 뚱한 얼굴로 지나간다. 좋았던 기분이 순간 확 나빠졌다. 차를 타고 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쿵하고 박는다. 따질까 하다가 별것 아닐 것 같아 손짓으로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 운전자는 뚱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이 간다. 그 순간 쫓아가서 따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상쾌했던 기분이 사라졌다. 감사의 표시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 한마디, 조그만 손짓, 표정 하나에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표시 안하는것은 선물을 포장해 놓고 주지 않는 것과 똑같다.서울의 경쟁력은 선진 30개 수도중 18위, 삶의 질은 맨 꼴찌라는 기사를 봤다. 주원인은 교통, 공해문제와 문화시설 미비 등이란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한국인들의 무뚝뚝함과 예의없음이란 생각이다.결코 만족해할 줄 모르는 탐욕, 모든 문제를 자신의 문제이기보다는대통령, 서울시장 탓으로 돌리는 몰염치, 양보와 배려가 결여된 생활자세 같은 것들이 우리 사회를 고달프게 만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인간 뇌는 기본적인 욕망이 충족되면 엔돌핀이 나온다. 하지만 기본값만 충족하고 나면 더 이상 엔돌핀이 나오지 않는다.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어느 정도 먹으면 그저 그렇고 과식하게 되면 오히려 탈이 나는데 이와 같은 부작용을 네거티브 피드백이라 부른다.마찬가지로 남에게 애정을 베풀거나 봉사할 경우에도 엔돌핀은 나오는데 이 경우는 아무리 지나치게 만족을 시켜도 네거티브 피드백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식욕이나 성욕같은 기본욕구는 어느 정도 이상 충족되면 엔돌핀 대신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지만 남을 위한 사랑과 봉사는 지나치게 하더라도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같은 성인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평생을 산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진리요 공리다.우리들의 삶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접촉과 자잘한 일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만큼 우리들이 느끼는 기쁨이나 행복도 크고 획기적인 것보다는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에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사소한 것에 대한 배려, 조그만 도움에도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 주변사람에 대한 작은 친절…. 이런 것들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일제침략, 6.25 전쟁, 군사독재, 극심한사회변화, 경제적 어려움, 과도한 경쟁 등 우리사회가 고달픈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무뚝뚝하고 무례하고 배려없는 우리 모습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또 누구나 현재 우리들의 이런 모습이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 작은 것에 감사함 표시하기, 그런 것들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