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자체 확보 자신감... 고품질.고가격 제2신화 창조선언

『자체 유통망을 확보, 소주의 본고장 일본에서 제2의 진로돌풍을일으키겠다.』진로재팬이 최근 일본 주류 도매업체를 통한 판매방식인 현재의 발매원 제도를 내년 1월1일부터 직접 판매 영업체제로 전환한다. 기존의 발매원인 가시마(鹿島) 고쿠부(國分) 서일본주류판매 등 3개주류도매상은 내년부터 특약점이 된다.이에따라 진로소주의 유통경로는 내년부터 수입발매원(진로)에서특약점, 도매 및 소매, 소비자로 바뀌게 된다. 진로재팬은 지금까지수입원으로만 역할을 해왔다. 발매원은 일본주류판매 도매상인 가시마와 고쿠부 등이 맡았다. 판매를 일본 유통업체가 맡았던 것이다.진로가 발매원 제휴관계를 맺은 것은 일본에 진출한 지난 79년. 유통망이 없는 진로로서는 발매원 확보가 불가피했다. 88년9월까지 일본의 총판매원 및 수입원은 가시마였다. 88년10월부터 진로재팬이수입원을 맡으면서 가시마는 발매원으로 역할이 줄어들었다. 93년9월부터는 발매원이 늘어났다. 동, 서일본지역은 가시마가, 홋카이도는 고쿠부가 맡았다. 96년2월부터는 지역별로 발매원이 세분화됐다.가시마는 동일본만 맡고 서일본은 서일본주류판매로 넘어갔다.진로재팬은 이같은 발매원제로 지난해 소주 본고장 일본에서 단일브랜드 정상에 올랐다. 두 차례에 걸친 소주세인상에다 불황까지 겹치면서 판매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는 판이하다.가시마는 첫해인 79년에 4천2백케이스를 팔았다. 본거지인 이바라키현을 중심으로 한 직판으로 진로바람을 일으켰다. 현재까지 지역의 대표적인 도매상 48개사와 진로소주 특약점 제휴를 맺고 있다.가시마뿐만이 아니다. 고쿠부와 서일본주류판매도 진로 돌풍에 일조를 했다. 이들 회사는 진로 후원회까지 만들면서 소주판매 확대에열을 올렸다.이처럼 발매원 제도에 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진로재팬이 왜 자체유통망 확보를 선언하고 나섰는가. 유통판매를 직접 주도하겠다는게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만큼 자신이 생겼다는 의미도 된다.현재의 발매원 가운데 가시마 비중은 80%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가시마의 판매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전체의 55%를 판매하고있는 고쿠부도 가시마를 통해 진로를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이번 조치로 가시마의 유통마진은 종전의 3분의1선으로 줄어들게 된다. 진로재팬은 유통마진 절감분으로 최대 판매사인 고쿠부와의 거래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적에 비례해 그만큼 많은 혜택을주겠다는 것이다. 가시마는 진로재팬의 특약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간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발매원 폐지로 경쟁력 있는 유통업체만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진로재팬도 수익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발매원에 지불해온 마진의 상당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진로재팬은 지난해25억엔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97년에는 10억엔의 이익을 냈다. 96년도(96.4~97.3)에는 일본의 5년 연속 소득증가 기업 가운데 성장률랭킹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에는 경상이익이 3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로캔’폭발적 인기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일본유통업계의 관행으로 볼때 진로의선택에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년 제휴관계를 청산하는게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검증과정을 거쳤다. 그것이 바로 진로캔의 개발, 판매였다.진로재팬은 소주에 탄산수와 레몬즙을 첨가한 「진로캔」을 지난 9월2일 선보였다. 이바라키현의 소주청주업체인 메이리(明利)를 통한 위탁생산을 계기로 진로재팬을 발매원으로 했다. 현지생산에다판매 유통까지를 직접 맡고나선 것이다.진로캔은 또다시 돌풍을 일으켰다. 판매개시 20일만에 5만상자(3백50㎖짜리 24개 기준)를 돌파했다.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점포당 하루 평균 판매실적이 산토리의 「추하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점포취급률 또한 15일만에 93%에 이르렀다. TV광고를 통한 「고급고가」의 진로브랜드 이미지 홍보가 성공한 것이다. 진로는 올해 15만 상자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연 50만상자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진로캔 판매를 통해 「발매원 폐지 독자유통망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유통망 개편에 자신감을 얻었다는게진로측의 설명이다.김태훈 사장은 『수입제품으로 일본 발매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진로소주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진로재팬은 발매원 폐지에 따른 유통마진 개선을 계기로 자체 유통망 확대 및 강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는 나고야 우쓰노미야 요코하마 아오모리 등에 지점이나 사무소등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현재는 오사카 후쿠오카 센다이에 지점이 설립돼 있다.이들 지역 거점에 도쿄에 있는 진로가든과 같은 한국음식점을 개점,안테나숍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음식점 운영을 통해 진로이미지를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외식과 관련식품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 종합식품 사업도 육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가시마 고쿠부 서일본주류판매 등 대형 3개사만으로 돼 있는 특약점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맥주회사처럼 다수특약점제도로 바꾼다는 방침이다.신제품의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의 하나다. 진로소주의 명성을이어갈 제2브랜드를 개발해 나간다는 목표다. 기존의 제품을 혼합한시리즈제품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이같은 전략으로 2001년에 진로 단일브랜드로 소주 5백만 케이스 판매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일본 소주시장의 역사를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진로의 최종목표는 일본 주식시장에의 상장이다. 앞으로 3년 이내에 일단 장외시장에 공개한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상장기준을 충족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생산설비와 재무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에 단행된 자체 판매유통망의 정비도 상장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지난 86년5월 진로의 도쿄사무소 개설때부터 인연을 맺은 이래 14년째 진로재팬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사장. 「고품질 고가격, 공격적인 광고선전, 주류 도매상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시장공략,자체유통망정비….」 진로소주의 신화 창조의 비결은 바로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다.김사장은 『일본에서 제2신화를 창출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두꺼비」 진로가 일본 소주시장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