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조정국면, 내년 재도약 위한 움츠림 ... 수익 호전 업종 눈여겨 보길

여의도 KBS별관 뒤의 주점가는 한국 주식시장의 바로미터다. 증권회사들이 여의도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곳 술집들은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IMF외환위기 이후 폐업 직전까지 갔던 술집들이 금년에는 대호황이다. 전에 호프집이었던 곳이 갈비집으로, 갈비집이 일식집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증시활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종합주가지수가 300포인트 밑으로 폭락했던 작년 가을. 저녁 7시만 되어도 술집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조차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스산했던 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이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의도 주점가의 분위기를 주식시황 판단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올해 7월초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을 때 밤 12시가 다 되어서도 여의도 거리는 명동 골목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이처럼 모두가 축배의 잔을 들고 있을 때는 주식을 팔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며, 반대로 주식을 사기에는 아주 위험한 시점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지난 10월25일 저녁. 필자는 모처럼 지인들을 만나 여의도에서 저녁식사와 술 한잔을 하고 10시쯤 술집을 나섰다. 그 순간 붐비던 몇 달전의 밤거리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데 대해 놀랐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던 것이다. 『아하! 주식을 사기에 대단히 안전한 시점이 다시 왔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종합주가지수 종가는 798포인트였고 주가는 3일 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이렇게 시작된 이번 주가 상승은 11월16일 장중 1024포인트를 고점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주가지수는 10월27일의 저점 793포인트에서 출발해 20일 동안 29% 올랐다. 증권주와 은행주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반도체로 확산되었고 통신, 인터넷관련주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금리 구조적으로 안정 안된 것이 변수코스닥시장의 경우 거래소시장보다 한발 앞서 오르기 시작해서 고점도 먼저 형성했다. 코스닥의 주가급등을 선도한 것은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디지틀조선, 인터파크 등 인터넷관련주였다. 코스닥지수는 10월1일 150포인트에서 11월11일 225포인트까지 50% 급등했다.이번 주가 단기급등은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투신업계의 위기에 대한 주식시장의 과잉반응 후의 되돌림장세라는 성격이 짙다. 직접적으로는 10월말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되고 11월 들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데 따른 영향도 컸다.5월 중순부터 서울 거래소 시장에서 한국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외국인들은 10월부터 매수세로 전환했다. 10월중에 9천억원을 순매수했으며 11월 들어서는 15일까지 1조8천억원을 순매수했다.그러나 주가가 실물 경기회복에 비해 대우 쇼크로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데 따른 반동장세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기에는 아직 미해결 과제가 많다. 금리가 아직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아직도 얼어붙어 있다.투신권의 부실채권 문제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증권사의 분담, 하이일드펀드 판매 등으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대우그룹 채권에 대한 환매비율이 현재의 80%에서 95%로 높아지는 내년 2월10일부터는 대량 환매를 피하기 어렵다. 투신권의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지금부터 연말까지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는 소강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미리 예상한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은 발표에 앞서 어느 정도 한국주식의 편입을 마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연말에는 Y2K문제로 외국인들이 아시아국가에서의 주식매수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기준 21%를 점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동향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국내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외국인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따라가는 경향이 많다. 외국인에 맞섰다가 큰 실패를 몇번 경험한 개인투자자들 역시 외국인을 무서워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약화됨에 따라 주식시장은 연말까지 하락 조정국면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소비·투자·수출 모두 증가그러나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이 여전히 밝기 때문에 이번 조정국면은 재도약을 위한 일시적인 움츠림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6% 정도의 견실한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금년에는 민간소비 위주로 불균형 성장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완료로 순이익이 금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연말까지는 큰 욕심을 버리고 내년에 수익성이 호전될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