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ㆍ정보통신업체들 활발히 추진 ... 대학ㆍ지자체도 적극적

「뉴 밀레니엄 시대에 맞는 새옷으로 갈아입는다.」기업들 사이에 CI(기업 이미지통합)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의 정체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들을 찾아간다는 전략 아래 회사이름과 로고를 바꾸는 회사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회사이름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를 한단계 끌어올리거나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손을 대는 회사들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으로는 우선 국내 재계의 양 기둥인 현대와 삼성 계열사를 포함한 대기업들을 들수 있다. 먼저 현대의 경우 후계구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분리가 확정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현대의 그늘에서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들어 현대해상화재가 기존의 현대그룹 마크 대신 H자를 형상화한 로고를 쓰기 시작한데 이어 최근 현대백화점이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이미지 개선이 주목적현대백화점은 이전부터 현대그룹과는 다른 학모양의 로고를 사용했으나 이번에 21세기에 맞는 고급백화점의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원칙에 따라 외국의 CI전문업체에 의뢰,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정세영 명예회장 소유로 바뀌면서 그룹에서 떨어져나온 현대산업개발 역시 현대그룹 로고를 대신할 새로운 상징마크를 준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CI전문업체에 의뢰해 로고작업을 한창 진행중에 있다』며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에서는 삼성전관이 이미 회사이름을 삼성SDI(Samsung Display Interface)로 바꾸고 12월1일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파이프 만드는 회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왔던 삼성전관은 주력사업이 디지털 및 인터넷과 관련이 깊은만큼 이에 걸맞는 이름을 짓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관」 대신 「SDI」를 넣기로 했다.같은 삼성가족이면서 회사 이름에 「삼성」자를 넣지 않았던 제일기획도 개명작업에 한창이다. 내년초 전체적인 안을 확정할 예정인 제일기획은 삼성의 가족을 강조하면서 뉴밀레니엄 시대에 맞는 종합광고기획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종합전자부품 회사로 최근 들어 인터넷 관련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삼성전기 역시 「전구회사가 아니냐」는 세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회사이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회사측은 전문 CI업체에 의뢰하는 한편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공모를 동시에 진행, 회사 이미지에 딱 맞는 최고의 이름을 찾을 방침이다.삼성에서 분가한 회사 가운데는 이미 로고를 바꿔 사용하고 있는 제일제당에 이어 신세계백화점이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상징마크(태양모양에 S자를 넣음)가 너무 복잡해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21세기형 백화점으로서의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LG계열사 가운데는 LG증권이 최근 「투자」자를 넣어 LG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새로운 투자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대우그룹 계열로 있다가 최근 홀로서기에 나선 대우증권은 공개모집 방식으로 새로운 이름 찾기에 나섰다. 대우증권은 2000년에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출발을 한다는 계획이다. 쌍용 계열사였던 쌍용투자증권은 외국계 회사로 바뀌면서 사명을 굿모닝증권으로 갈아치우고 로고도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중견기업·은행도 가세다른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발걸음도 부산하다. 최근 OB맥주가 로고를 시대변화에 맞게 약간 고쳤고, 게스(GUESS) 청바지로 유명한 일경통산은 사명을 영문자인 IKE로 바꿨다. 또 한국야쿠르트가 로고를 고객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방향으로 수정했고, 대동벽지 역시 국제감각에 맞게 변경했다.기업들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은행권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해 은행권 구조조정 이후 흐트러진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한다는 구상 아래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한빛은행이 새이름에 어울리는 로고를 선보인데 이어 얼마전 조흥은행 역시 뒤질세라 새옷으로 갈아 입었다. 특히 조흥은행은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다는 포석에 따라 영문 이니셜인 「CHB」를 은행명 앞에 붙여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되 기존의 로고에 약간의 변형을 주는 방식으로 21세기를 대비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완작업을 진행중이다.21세기 최고의 유망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 업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PCS업체인 한국통신프리텔이 n자와 016을 묶어 형상화한 로고를 새롭게 내놓았고, 프로골퍼 김미현 선수를 후원하는 업체로 유명한 한별텔레콤도 기존의 로고 「HB」 대신 「Hanbyul Telecom」으로 바꾸고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은성디벨로프먼트가 테크놀러지 이미지를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지인텍으로 개명했다. 이밖에 많은 정보통신 업체들이 회사이름에 변화를 주거나 로고를 새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회사이름이 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I작업에 적극성을 띠는 회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이밖에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대학, 병원 등도 과거의 안주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CI전문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라남도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시대감각에 맞는 CI를 새로 선보였고, 올해 연말이나 내년 발표를 목표로 작업을 서두르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구청이나 군 차원에서 로고를 만드는 곳이 생겨나고 있어 이채를 띤다. 또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철도차량주식회사, 한국산업안전공단 등이 새단장을 했고, 대학 가운데는 대전우송대와 인천대가 산뜻한 로고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서울 소재 몇몇 대학은 현재 CI작업을 진행중이다.이렇듯 21세기를 앞두고 각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대학들이 CI작업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이미지 창조다. 기존의 어정쩡한 모습에서 벗어나 국제화, 전문화, 정보화 시대에 맞는 기업이미지로 승부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대적인 성형수술 작업을 진행중이다.◆ 마케팅에 활용여기에다 최근 들어 「브랜드가 곧 회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CI를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심을 갖는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CI전문업체인 인피니트그룹 박병천 대표는 『사업영역 정리 뿐만 아니라 CI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이제는 CI도 디자인에 의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들어 CI의 전체적인 트렌드가 각 기업의 특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내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시장에 나가더라도 이미지 면에서 확실하게 부각될 수 있는 회사 이름이나 로고를 만들어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력을 다하고 있다. 회사 이름으로 어려운 한자 대신 발음하기 쉬운 영문을 많이 쓰고, 기업을 상징하는 워드마크로 로고를 만드는 것이 붐을 이루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디자인파크 심인보 이사는 『세계화시대인만큼 국제감각에 맞는 CI를 만들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전통도 중요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세계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상호 고집하는 회사들 / 유한양행ㆍ종근당ㆍ쌍용양회기업들 사이에 CI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립 당시의 이름을 고수하는 회사들이 있다. 굳이 「옛 것은 좋은 것이여」란 유행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들 업체들은 지금 입장에서는 상호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단언한다.대표적인 곳으로는 지난 26년 설립 이후 올해로 73년째 같은 이름을 고수하고 있는 유한양행을 들수 있다. 서양식 상점을 뜻하는 「양행」이란 단어가 들어 있어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회사측은 상호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설립의지가 고스란히 배어있는데다 「버들표 유한양행」이란 브랜드 가치가 엄청난만큼 굳이 모험을 해가며 바꿀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ㅇㅇ당」으로 끝나는 이름을 갖고 있는 종근당과 고려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제약업체인 종근당의 경우 지난 46년 종근당제약사로 출발해 69년 (주)종근당으로 사명을 바꿨고, 지금까지 이를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일각에서 다소 촌스럽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회사측은 창업자 고 이종근 회장의 혼이 담겨 있는만큼 회사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60년대 이후 해외에서는 「CKD」라는 상호를 쓰고 있다. 빵과 과자로 유명한 고려당 역시 라이벌 업체들이 베이커리를 경쟁적으로 쓰는 상황에서도 상호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이밖에 쌍용양회는 시멘트라는 이름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양회」를 고집하고 있고, 도드람사료와 신촌사료는 생명공학 관련 이미지를 풍기는 방향으로 간판을 바꿔 단 다른 사료업체들과는 달리 회사 이름에 「사료」를 그대로 넣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