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시/394쪽/1999년/1만2천원

지구촌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화폐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없이 미국의 달러화다. 여전히 세계 화폐시장의 강자로서 지배하고호령하는 모습이다. 달러화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화폐시장에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달러화가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올 1월1일 대망의 유로(EURO)화가 출범하고 일본의 엔화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등에 엎고 천하를 호령해온 달러가 이제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셈이다.이들 빅3 화폐의 부상은 「1국1화폐주의」에도 서서히 변화를 요구한다. 전세계에 걸쳐 통화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자국 화폐를 갖고 있는 나라들은 큰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자칫 이들 거대 화폐의 위력에 눌려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화폐가 국가와 영토의 질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영토가 화폐의 논리에 의해 재편되는 오늘날의 「화폐 지리학」을집중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통화정책과 환율제도의 선택 및 통화대체를 비롯하여 통화의 세력권역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를 놓고 정부와 시장이 벌이는 투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의 세계에 있어서 화폐가 차지하는 역할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융이란 용어의 전통적 의미를 초월해 왜 특정 통화들만이 투자와 그밖의 거래에 사용되며, 그 경우 이통화들의 공급량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금융문제를 재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출발점을 점차 확대, 증가되고 있는 발행국 밖에서의 통화사용 문제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책은 전체적으로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표상체제로서 화폐지리학이 갖는 의미를 탐구한다. 2~4장에서는 영토 제한적 화폐와 영토주권의 종속, 통화주권의 공유 문제등에 대해서 폭넓게 설명한다. 5~8장에서는 국가 중심적 베스트팔렌모델에 대한 대안들을 다룬다. 베스트팔렌 모델이란 국가라는 고정되고 상호 배타적인 실체를 기준으로 정치적 공간을 상상하듯이 통화공간도 각각의 화폐를 발행한 개개의 주권적 영토를 기준으로 그리는 것을 의미한다.이를 좀더 세분하면 5장은 주로 경험적인 자료들을 모아놓은 파트로현대의 국경을 넘어선 통화사용의 인상적 규모와 그 성장을 설명한다. 또 6장에서는 국경을 넘어선 경쟁이 국가간에 그리고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통화관계의 자원 및 능력의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했다.이밖에 7장은 정부가 통화관계를 지배하는데 있어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8장에서는 오늘날의 화폐문제에 있어중요하리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 정책적 도전들을 검토하고 있다.앞으로도 국경을 초월한 통화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자연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화폐의 지리학에 갈수록 더 큰 영향을 가해오는 국가와 사회의 변증법적상호작용에 적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