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공식석상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연사가 누군가를 지칭하면서 『걔네들은 말이지요, 걔네들 전략이란게…』라고 얘기를 한다. 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거부감이 느껴진다. 말하는사람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은 『저는 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존중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지요』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결혼을 한 삼십 넘은부하직원 앞에서 『얘네들이 어쩌구, 우리 애들은 말이지요』라고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삼십 넘은 사람을 애라고 지칭하는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삼십 넘은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내가 귀엽고 허물없으니까 그렇게 불러주어고맙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모욕감을 느끼게 될까.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임원이 있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일단 맘에안들게 되면 인간이 바뀐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사람을 모욕한다. 일을 잘 하자고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나 풀자는 것인지 도대체 구분할 수 없다. 단 한가지 『그 사람에게 부하직원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저런 사람이 민주국가의 정상적인기업에서 아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어이, 김 대리 당신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이야 어쩌구…』 『그 친구들은 제가 데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 친구는 제가 키우다시피 했지요』라는 짧은 표현에 그가 부하직원을 대하는 생각과태도가 그대로 녹아 있다. 짧은 말 한마디에 『그와 나는 동급이 아니고 나는 그들을 존중하지 않아. 그들은 시키는 일이나 잘 하면 되는거야』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사람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중의 하나는 바로 서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말로 표현되는가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우습게 보고있느냐 아니면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느냐 하는 것은 상대방의언어습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심리학자 제임스 윌리엄은『인간 본능중 존중을 받고자 하는 마음보다 강한 것은 없다』라고얘기했다.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애정을 갖고 일하지 않는다.반대로 근무환경이 다소 열악해도 자신이 인정받고 있고 자신이 이조직에 도움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그는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다.죽어라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돈을 많이 벌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도, 비싼 차와 좋은 옷을 사는 것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족에게 잘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에게 존경받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다고, 직급이 낮다고,가난하다고 사람을 우습게 생각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위험한일이다.언어가 왜 중요한가는 그에 관한 말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우리는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기도 하고 갚기도 하는 것을 수없이봐왔고, 촌철살인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간단한 말 한마디가급소를 찔러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 자신의 인격 그 자체라는 것을부인할 수 없으므로 언어사용에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