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ㆍ오피스빌딩 등 '군침' ... 토탈컴퍼니스ㆍ컬리어스 쟈딘 활동 활발

『지금이 진출할 적기(right time us to open).』 지난 7월 세계 1위의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쿠시맨 앤드 웨이크필드(C&W)사의 니겔 베이컨 아시아담당 회장이 『올해 안에 한국 현지법인을 열고 부동산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밝힌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해외법인 개설을 추진할 때 규제 등 현지의 사업환경을 조사하고 고객수요를 분석한 후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의 속성을 감안하면 『한국의 비즈니스환경이 조성됐다』며 한국진출을 공표한 베이컨회장의 말은 곧 다국적 부동산업체들의 본격적인 한국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국내 부동산업계는 해석했다.비단 C&W사의 예가 아니라도 한국시장은 이미 외국 부동산서비스업체들에 매력적인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외국인에게 완전히 빗장이 풀린데다 IMF로 헐값에 나온 부동산매물들이 쌓이면서 이를 겨냥한 외국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국내에서의 비즈니스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체사무실이나 공장마련, 투자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한국진출에 대한 외국본사 차원의 기대도 만만찮은 실정이다.『내년 3월에 쟈딘 세계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을 정도로 본사의 기대가 크며 그만큼 주목하고 있다』는 컬리어스 쟈딘 코리아 박남규지사장의 말이나 『많은 고객(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의 부동산 물건에 대해 큰 관심과 투자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또 다른 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 임원의 말이 이런 분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이처럼 외국투자가들의 한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케팅 평가 관리 경영 등에서의 선진기법, 풍부한 자금,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 국내업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들의 한국진출도 차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국내 부동산서비스가 낙후돼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내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단독출자한 독립법인을 새로 출범시키는가 하면 기존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우 이제까지 진행해온 임대나 매매중심의 사업을 보다 다원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떤 업체들이 진출했나●BHP코리아국내에서는 가장 먼저인 지난 94년 국내업체와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업체. 40여개국에서 6천여명의 컨설턴트들이 근무하는 다국적 부동산서비스업체로 아시아본사는 홍콩에 있다. 한국진출후 국내외 부동산개발·투자 자문, 부동산시장 조사·분석, 시설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지난해에는 1년여 작업 끝에 홍콩 상하이은행(HSBC)의 삼성생명 남대문빌딩 매입건을 성사시켰다.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론스타펀드를 대행해 모두 7천5백60여건(채권가 기준 2조원어치)의 성업공사보유 담보부 부실채권의 감정평가와 낙찰을 수행했으며 지금도 이들 부동산의 처분 및 자산관리를 대행하고 있다.●컬리어스 쟈딘 코리아영국계 쟈딘그룹과 컬리어스 인터내셔널이 합작해 설립한 컬리어스 쟈딘에서 지난 95년 서울에 설립한 국제 부동산자문업체. 43개국에서 4천4백여명의 컨설턴트들이 근무하고 있다. 보잉 GM 델파이 로댐코 암웨이 ABN암로 브리티시텔레콤 3M 퀄콤 인텔 등의 고객을 두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컨설팅, 시장보고서, 감정평가, 사무실임대 등의 부동산수요를 대행해왔다.현재는 한라 만도기계 매각관련 감정평가, 델파이사의 부산 대우공장매입컨설팅, 컴퓨웨어사의 사무실임대, 도이치방크의 해외입찰평가 등을 수행중에 있지만 앞으로는 임대관련업무에서 탈피해 부동산채권쪽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박남규지사장은 『자산관리에서 아시아 최고라는 명성에 맞게 모든 부동산분야에 적극 진입하겠다. 특히 부동산채권 등 간접투자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토탈 컴퍼니스한국계 CEO인 조셉 한(한국명 한영준)회장이 지난 79년 미국 LA에서 설립한 부동산관리전문업체인 토탈컴퍼니스의 한국지사. 토탈컴퍼니스는 미국 남가주지역의 벌처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관리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곳. 지난 2월 비즈니스차 한국을 왕래하던 한회장이 IMF로 외국기업들에 부동산매물을 내놓고 부동산시장을 완전개방해도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부동산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한국감정원측과 업무협정 조인을 맺어 협력회사로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성업공사의 부동산자산관리와 외국컨설팅업체가 인수한 국내 은행의 해외부실채권을 판매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현재 부동산매매나 임대 등에 주력하는 다른 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와 달리 『자산관리차원의 부동산서비스제공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이준호전무의 설명이다.●쿠시맨 앤드 웨이크필드3년간의 작업 끝에 지난 8월 국내 부동산의 외국매각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예로 거론되는 휴렛팩커드사의 여의도 고려빌딩매입건을 성사시키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중개 및 컨설팅수임료 기준으로 세계 1위의 부동산컨설팅업체로 꼽히며 포천지선정 5백대기업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지난 20일에 서울사무소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에 서울사무소 설립 및 영업과 관련한 모든 기반정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 국내외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특히 문화·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부동산 부가가치의 제고라는 쪽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국내프로젝트를 수행중에 있으며 다른 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앞서갈 자신이 있다』는 것이 에이미 조(한국명 조나연)이사의 말이다.●기타지난 96년 진출해 최근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꾼 미국계 커니벅 코리아, 지난해 국내업체와 합작으로 설립된 홍콩계 바이거스 코리아, 지난 5월에 설립된 홍콩계 (주)랜코 등이 국내에서 활동중이다. 이밖에도 C&W, CB 리차드 엘리스와 함께 세계 3대 부동산컨설팅그룹으로 꼽히는 존스 랑 라살이 내년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CB 리차드 엘리스는 삼성 에버랜드와 자산관리계약을 맺었으며 최근 태평양감정평가법인과 업무제휴를 맺어 한국시장에 한걸음 다가섰다.◆ 전망 'Good', 소유관념이 '장애물'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들이 주로 다루는 것은 오피스빌딩이나 공장 등 덩치가 큰 물건들이다. 그만큼 경기를 많이 탄다. 그런 점에서 외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들은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IMF로 값이 많이 떨어진데다, 부실자산을 매입해 활용만 잘하면 빠른 경제회복에 따라 충분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장미빛 전망」을 가로막는 장애도 만만찮다는 것이 외국계 부동산 서비스업체들의 일치된 불만이다. 가장 먼저 거론하는 내용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강한 소유관과 거래관행.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소유하는 개념이 강해 가격에 집착을 보이며, 그나마 가격산정도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평가하는 잣대인 수익률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구입한 가격이나 주변의 매매시세를 기준으로 삼아 거래성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랜코의 이상원사장은 『수익률개념이 아닌 향후 상승효과를 기대하면서 가격을 내놓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은데다 성업공사의 부실부동산도 감정가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불투명한 부동산시장과 그릇된 거래관행도 문제로 거론된다. 토탈 컴퍼니스의 이전무는 『가격을 정하고 협상하는 중에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의사결정과정에 일관성이 결여돼 막상 계약을 맺는 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컬리어스 쟈딘 코리아 박지사장은 『아파트분양시장만도 3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지만 투명하지 않아 참여를 않고 있다』며 『간접투자의 길이 열려야 시장이 투명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