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오지 누비며 다양한 수종 발굴... 인터넷 연계, 첨단경영 나서
나무는 돌과 더불어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다. 인류는 수많은물건을 발명했지만 아직도 나무를 능가하는 내장재는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나무는 미려한 무늬와 색상으로 사람을 매혹시킨다. 단풍나무로 깔끔하게 다듬어 깔아놓은 바닥을 보면 원목의 아름다움이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오크로 만든 품위있는 가구를 봐도 마찬가지. 요즘 유행하는 붉은 빛깔의 체리목은 신비스러울 정도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영림목재는 특수목분야의 1인자. 이 회사의마당에는 직경이 50㎝가 넘는 원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나무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드메이플 비치 오크 체리 더글러스퍼 등. 우리말로는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참나무 벗나무 홍송이 된다. 다양한수종을 취급해 「목재은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현재다루고 있는 50여종의 원목은 가공돼 인테리어재 가구재 악기재로전국에 공급된다. 한샘 에넥스 보루네오가구 동양토탈 리바트 등이주고객.이 회사가 다양한 수종을 취급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업계 최초로연구개발(R&D)개념을 도입했기 때문. 중남미 아프리카 등 오지의수종을 발굴해 한국실정에 맞게 용도를 개발해 공급해왔다. 목재는온도와 습도에 예민하다. 나무로 근사하게 가구를 만들었는데 온도에 따라 크기가 늘었다 줄었다 하면 곤란하다. 표면이 갈라지거나휘어져도 마찬가지. 용도에 맞춰 적절한 크기와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이를 조사하고 테스트하는 일은 결코 쉬운게 아니다. 외국 문헌을참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나무는 생장환경에 따라 특성이 전부다르기 때문. 이를 발굴하기 위해 이경호(50)사장은 1백회 가까이해외출장을 다녔다. 눈으로 직접봐야 하는 성미 때문에 오지에서 길을 잃어 목숨에 위험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식량이 떨어져짐승이 먹는 것으로 배를 채운 적도 있다. 개척정신이 바로 영림목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연결된다. 커버하는 지역도 북미 중남미 유럽 동남아 태평양제도 아프리카 등 지구 전지역을 망라할 정도다.경쟁력의 또 다른 원천은 베테랑 임직원. 올 12월로 창업 30년을 맞는 영림목재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임호식이사, 김세훈 공장장은창업 멤버이고 이현의 상무는 21년째 일하고 있다. 전체 직원 40명중 10년 이상된 장기 근속자가 10명이 넘는다.이들은 침엽수 활엽수 악기재 가구재 인테리어재 등 전문분야별로제품을 가공 공급한다. 가장 적합한 수종을 선정해 납품하는 것이다. 완전자동화기기로 팰릿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작년 매출은 1백15억원. 올 목표는 1백50억원이다. 1인당 매출액이3억원대에 이른다.◆ 원목가공 제품 수출도 추진이사장이 목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78년. 대학졸업후 동양정밀과대우전자에서 무역업무를 담당해오던 그는 선친이자 창업자인 이용복씨로부터 물려받은 가내공업 형태의 목공소를 재창업해 영림목재로 키웠다.목재가격의 폭락 등으로 회사가 어려웠던 경우도 있었으나 신용으로극복했다. 거래은행에서 당신처럼 신용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밀어주겠다며 적극 지원해줬던 것. 불황이 닥칠 때면 과감하게 공장과잉여부지를 매각하는 등 신속한 자구노력을 기울인 것도 어려움을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나무는 10년 이상 종사해야 약간 눈을 뜹니다. 그것도 자기가 다뤄봤던 수종에 한해서 말입니다. 20년 정도해보니까 이제야 비로소 나무가 뭔지 얘기할 정도가 됐습니다.』나무는 종류가 워낙 많고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아주 까다로운 사업분야라고 토로한다. 직원들에게 『나무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숙해지라』고 늘 당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영림목재는 최근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해 보유하고 있는 수종과 규격 가격 등을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가장 재래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목재업과 인터넷은 웬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사장은 원목사업이 어느 분야보다 첨단이라고 확신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많이 찾는게첨단제품이라면 원목 역시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 게다가원자재는 국제시세가 급변해 이를 적절히 예측하고 대응하려면 첨단경영기법 도입이 절실하다. 대학졸업후 서강대 외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고 지금도 KAIST의 최고정보경영자 과정을 다니는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자상거래가 뭔지 어떻게 기업에 활용할 수있는지를 배우기 위한 것. 앞으로 분사와 아웃소싱을 강화할 계획이다.인천 도화동에는 자회사인 신복산업(대표 성열찬)도 운영하고 있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부엌가구용 원목도어를만드는 이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공장을 세차례 확장했을 정도로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원목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는 이사장은 일본 유럽 등지로 원목가공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032)811-9051©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