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이 지속되면서 「신경제(New Economy)」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5.5%를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경제는 지난 91년3월의 경기저점을 통과한 이후 93개월 연속 성장을 기록했고, 평화시의 최장 경기확장기록을 경신했다. 또 지난 10월의 실업률은 4.1%로 70년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경제가 이젠 지칠 때도 됐다는 우려속에 이같은 고성장이 계속되자 그 원인과 처방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신경제란 미국경제가 종래의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서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 그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금의 미국경제는 신고전파 이론으로 정립된 필립스곡선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필립스곡선이란 물가와 실업률은 대체(Trade-Off)관계에 있음을 증명한 이론이다. 즉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실업률은 낮고,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실업률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업률의 높고 낮음이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필립스곡선은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이론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경제는 사상유례없는 고성장, 즉 완전고용에 가까운 저실업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물가상승률이 1% 수준에서 안정을 지속함으로써 필립스이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또 다른 이론적 혼란은 과거의 전통경제이론에서 수확체감의 법칙을 가정해왔던 것이 전혀 빗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생산량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추가투입되는 단위생산요소당 산출량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경제에서는 수확체증 및 규모의 경제가 보편화된 체질로 변하고 있다는게 많은 학자들의 분석이다. 생산규모를 늘려도 단위당 생산이 줄지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요즈음 성행하는 인수합병 현상도 그런 측면에서 타당성을 찾을수 있겠다.문제는 기존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현상들이 왜 일어나는가. 이것이 학자들간에 일고 있는 신경제 논란의 초점이다. 신경제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진단은 우선 인터넷혁명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산업의 발달과 그로인한 획기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첫번째로 꼽는다. 여기에 경제의 글로벌화와 과감한 규제철폐로 인한 미국 시장자본주의의 확산이 신경제를 가능케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진단은 미국경제의 고성장이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고, 따라서 고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그러나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같은 신경제 비판론자들은 90년대의 고성장이 성장률의 측정오차와 경기순환에 따른 결과일 뿐 생산성 향상은 미미하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고성장은 거품경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어쨌든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인터넷혁명이 꽤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지속성장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 경기과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경제에도 적용해 볼만한 논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