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가전' 선회, 유럽서 호평...MPEG기술 등 국제 표준 주도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새 천년을 주도할 기업으로 선정된 삼성전자의 새 천년 계획은 디지털로 압축된다.이런 의지는 지난 10월말 채택한 「SAMSUNG DIGITall everyone’s invited(삼성의 디지털 세상에 모든 사람을 초대한다)」라는 슬로건에 잘 드러나 있다. 초일류기업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목표는 Digital과 All의 합성어인 DIGITall에 나타나 있듯 모든 기기의 디지털 복합화, 모든 사람의 디지털 세상으로의 초대이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Digital Convergence Revolution」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의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다. 삼성이 추구하는 디지털 컨버전스는 모든 미디어와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용기기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같은 혁명의 선봉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천년대망이다.20세기의 마지막해인 올해 이 회사의 분위기로 볼 때 새 천년에 대한 이같은 기대가 단순히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이 회사의 경영성과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액 25조원에 순이익 최소 3조원 이상을 이룰 것으로 보여 창사 30년 이래 최고의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 95년 순이익 2조5천억원 이후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초우량기업 삼성전자의 저력이 단순히 높은 순이익에 있지만은 않다. 지난 4년 동안 수익구조가 다변화됐다는데 전문가들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동통신 장비부문 비중 25%로 확대95년 당시 순이익의 80% 이상이 반도체 경기호황에 따른 이익이었다. 하지만 올해 수익구조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밑돌고 있다. 반도체 가운데서도 메모리가 35% 가량이며, 나머지는 차세대 테마인 알파칩 등 비메모리 분야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이 차지하고 있다.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한 셈이다.또 미래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할 이동통신 장비 부문은 지난 95년에 10%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선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95년의 기업구조는 미래를 볼 수 없는 형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는 실리콘사이클(반도체 가격의 등락 곡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일을 반복했던 것이다.현재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Cash Cow(이익을 가져다주는 효자종목)가 여러 마리 있는 형태다. 반도체, 통신장비, LCD 등이 그것이다. 이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우 선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비메모리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분야를 제외하고는 수익이 나더라도 과감히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이를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대신 미래 가능성을 지닌 품목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그 의지가 가시화된 대표적 사례가 GSM(범유럽이동통신방식) 제품의 출시다. GSM은 TDMA(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유럽 이동통신 표준방식으로 국내에선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제품의 국내시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이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의 GSM 이동통신 단말기는 유럽 최대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인 노키아보다 10% 비싼 가격에 팔릴 정도로 유럽에선 호평을 받고 있다.가전 부문에서의 변화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과거처럼 단순한 가전기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보가전으로 진로를 바꾼지 오래다. 이 회사가 최근 출시한 네트워크 냉장고의 경우 「음식을 저장하는 고전 냉장고」가 아니라 냉장고 문에 인터넷 및 정보처리가 가능한 LCD를 달아 「정보를 전달하는 냉장고」로 탈바꿈했다.가정의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컴퓨터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성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단순 가전 생존 불능 … 미래지향 품목 개선삼성전자의 21세기를 위한 대변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이 회사가 올해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 3조원의 3분의1인 1조원은 구조조정의 결과다. 지난 97년 IMF체제 돌입 이후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전체인원의 35%인 3만명의 인력조정이 이루어졌다.또 그동안 쥐고 있던 재고와 채권을 줄이는데 주력해 97년 재고 채권비용이 9조3천억원이던 것을 올해 6조3천억원으로 줄였다. 재고보유 기간으로 보면 1백11일분의 재고를 안고 가던 것을 72일분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차입금 규모도 97년 20조원에서 올해말까지 8조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같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1인당 매출액은 97년 2억7천만원에서 올해 5억3천만원으로 높아졌다.앞으로의 시대는 「디지털」이란 말을 빼놓곤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 디지털 세상으로 가기 위해 전세계 기업들이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누가 먼저 디지털 경쟁의 표준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인터넷 동영상 등의 디지털 정보를 압축 복원하는 MPEG 기술과 관련 삼성은 지난 11월 17개의 MPEG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삼성의 표준 기술을 채택하는 기업들은 이제 삼성에 특허료 등 라이선싱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표준을 확보하는 기업은 그만큼 지적재산권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삼성전자는 이같은 표준을 만들기 위해 3가지 관점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TV 중심의 가정용 기기, 휴대폰 중심의 모바일 비즈니스, 스마트미디어카드(어느 정보단말기의 정보든 모두 저장할 수 있는 카드) 등을 중심으로 한 퍼스널 기기에서 이같은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삼성의 포부다.그 혁명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등 부품기술에서 삼성은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삼성은 과거엔 부담으로 느껴졌던 부품에서 완제품까지의 생산라인을 이제는 최고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모든 가전 및 정보통신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에선 이같은 전체 라인업이 구축된 기업이 강하기 때문이다.삼성은 이런 강점과 계획을 통해 2005년 매출 70조원, 5년 평균(2000년∼2005년) 수익 12%에, 기업가치를 현재의 4배인 1백20조원의 기업으로 키울 새 천년 야망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