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10' 추진, 2010년 매출 3백억달러 달성

현대중공업은 신기한 회사다. IMF때도 임직원을 한명도 잘라내지 않았다. 평균학력이 중졸밖에 안되는 2만6천3백명 직원의 평균연봉이 4천3백만원에 달한다. 미국의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를 이상적인 기업으로 생각했다. 현대중공업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의 선견지명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있도록 했다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과감한 확장전략은 우량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존재를 가능케 했다.현대건설이 울산 미포만의 허허벌판 모래사장에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을 입안했던 것이 지난 70년. 그로부터 13년만인 지난 83년, 현대중공업은 당시 세계 1위였던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면서 세계 조선시장을 평정했다.세계 최대의 조선소로 떠오른 이 회사는 IMF 위기때는 물론, 지금도 든든한 달러박스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무역의 날에는 3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4천5백억원, 당기순이익은 2천5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라이벌인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엔고 등의 여파로 2000년3월 결산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백억엔의 경상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이 회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난1월초 현대중공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조충휘 사장의 「비전2010」이 그것이다. 조선 이외의 다른 분야도 키워 짜임새있고 균형있는 세계 최고의 종합중공업체로 변신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다. 세계 최고가 돼야 살아 남는다는 인식하에 「세계 최고의 기술, 품질, 생산성」을 모토로 내걸었다. 시장전망과 경쟁요소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적극 진출함으로써 현재 매출 60억달러 수준에서 2010년에는 매출 3백억달러의 종합중공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83년 미쓰비시 제치고 세계 평정전망이 좋은 기존 사업부문을 버릴 생각은 없다. 예컨대 상선 대형엔진 해양설비 철탑 등은 세계시장에서 경쟁기반이 갖춰져 있고 회사의 매출과 수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분야는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고수하거나 확대한다는 방침이다.한편 크루즈선, 펌프, 자동화설비, 심해 및 극지 해양설비, 환경설비, 화공설비, 초고압기기, 전력전자제어시스템, 건설중장비 등은 미래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영자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이처럼 전략적 사업집중화와 내실경영을 통해 2010년까지 평균 7%의 경상이익을 실현하고 2010년까지는 부채비율을 50%로 줄인다는 것이 현대의 구상이다.이같은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 회사는 지난 8월초 기업을 공개하고 자주적인 경영을 펼칠 태세를 갖췄다. 상장이전에는 그룹의 자금줄로 인식되기도 했다. 김형벽 회장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상장을 계기로 조충휘 사장은 계열사간 거래나 지급보증 투자지원 등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 투명경영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현대그룹 대규모 유상증자 때 실권주를 현대중공업이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조사장은 투자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일체 계열사 실권주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 주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6월말기준 부채비율 1백90%였으나 이달중 유상증자(1조3천억원)가 끝나면 연말 부채비율은 1백40%대로 떨어지게 돼 「비전2010」을 가속화할 수 있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비전2010」이 타깃으로 삼는 모델은 미쓰비시중공업(MHI)이다. 일본 최대의 중공업체인 MHI는 조선뿐만 아니라 발전시스템분야, 항공사업분야 등 기계산업 전반에 걸쳐 고른 발전을 이룬 세계적인 기업이다.MHI는 지난 1884년 창업자인 이와사키 야타로가 정부소유인 나가사키조선소를 임대받아 운영한 것이 시작이다. 그후 선박 항공기 철차 등을 만들어내는 군국주의 일본의 간판 방산업체로 성장했다. 70년대까지 절대적이었던 조선사업부 비중을 줄여 사업부문간 균형을 취함으로써 조선불황에 대비했다.그러나 MHI는 최근 엔고가 지속되고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손실을 보면서 사상초유의 위기에 닥쳐 있다. 조선 화학플랜트 산업기계 사업부의 영업실적이 악화되자 지난달초 사업운영체제를 대폭 수정, 유망분야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골자로 한 99년∼2003년까지의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매출은 3조엔 수준으로 억제하고 경상이익을 1천5백억엔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가스터빈 컴바인드 사이클, 신에너지, 항공우주 등의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인원을 2003년 6만4천명으로 지금보다 7천명을 자연감소방식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올해로 창립 26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이 창업 1백15년이 된 미쓰비시중공업을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선비중 50% 이상에서 25%로 조정한중민영화 참여와 한라중공업 위탁경영은 올해 현대중공업의 주요현안이었다. 이중 최근 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을 떠맡아 경영하게 된 것은 현대로서도 큰 사건이다. 한라중공업 자체도 세계 5위권에 달하는 큰 조선소이기 때문이다. 건조능력이 현대(연간 3백50만t)의 절반이 약간 안되는 1백50만t에 달한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이 세계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커지게 됐다.위탁경영때 경영상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주들의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현대는 당장 인수하는 것도 아닌데다 삼호가 부채를 상당부분 탕감받고 인원도 2천8백명 수준으로 줄어 큰 부담은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조선 해양부문을 보완·전문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울산조선소는 고부가가치선위주로 고도화하고, 삼호조선소는 초대형원유운반선과 해양부문 위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조충휘 사장은 밝히고 있다.삼호중공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도크를 정상가동하게 된다. 2년 정도면 경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현대측은 자신하고 있다. 수년 뒤 정상화된 삼호중공업을 인수하고 말고는 현대의 결심에 달려 있다.어쨌든 세계 조선시장에서 현대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으나 현대는 자사 사업내 조선비중을 현재의 50% 이상에서 25%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다른 전략사업부문을 몇배로 키우겠다는 뜻이다.한편 민영화 예정인 한국중공업의 인수와 관련, 조충휘 사장은 『전문기업이 맡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내 기업간 컨소시엄도 가능하다』고 밝혀 국내 라이벌인 삼성중공업과도 손잡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가급적 재무적인 부담을 줄여 주가를 올리자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