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소주ㆍ그린색 사각 병 모양 차별화 ... 김치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
김치와 소주. 일본에서의 한국 간판상품이다. 김치는 요즘 인기폭발이다. 별의별 김치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치낫도(한국의 청국장) 김치찌개 김치우메(매실)…. 올들어 일본TV와 후지TV는 고추의 켑사이신과 마늘이 함유된 김치복용 실험결과를 방송했다. 육상선수와 쥐를 대상으로 김치를 복용시킨 결과, 건강식품임이 입증됐다는것이었다.김치에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인기 한국상품은 소주. 두차례에 걸친 소주세 인상으로 소주 전체 소비가 줄어 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소주만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한국소주업체가 일본과 손잡고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경월그린을 꼽았다.두산의 「경월그린」은 일본의 소주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측은 올해 경월그린 1백54만상자(7백㎖짜리 12병 기준)를 일본에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43%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실적도 올해에 못지 않다. 지난해에는 38% 늘어난 1백7만3천상자를 내보냈다.두산재팬이 감히 어떤 회사도 넘볼 수 없는 기록들을 세울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차별화 전략이다. 「설악산 천연수로 만든 고급 한국 소주」라는 TV광고로 큰 효과를 봤다. 건강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깨끗함」을 부각시킨 것이다.병모양도 차별화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녹색으로 된 사각병을 판매했다. 「그린」 색깔로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 최대업체인 다카라주조와 기코망이 바로 따라왔다.독특한 영업전략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일본의 최대 위스키업체인 산토리와 손잡았다. 두산은 이 제휴로 일본진출이라는 과제를 실현했다. 산토리측도 고급 한국소주판매라는 희망사항을 관철시켰다.◆ 대중술집 공략 … 가정으로 이어져유통업체와의 유대관계도 다지고 있다. 판매 우수도매상을 1년에 수차례씩 두산의 강릉공장에 초청, 견학을 시키고 있다.판매전략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시장 개척초기에 일본의 대중술집 등 업소를 집중 공략했다. 술집에서 그린을 마셔본 사람들이 집에서 또다시 찾기 시작했다.두산재팬은 2000년 목표를 2백만상자로 잡고 있다. 수출 5년만에 2백만 고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두산의 위력이 소주에서만 발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가집 김치」도 한국산의 진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올들어 5월까지 종가집 김치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16만달러에 비해 1백59%나 늘어난 3백2만달러에 이르렀다. 품목별로는 새로 선보인 75g짜리(최근 80g으로 변경) 미니컵김치의 수출이 하루 3만5천개로 당초 목표로 잡은 2만개의 1.75배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1백18만t)의 2배를 웃도는 2백43만t을 수출할 계획이다.두산은 일본의 김치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부터 「종가집」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활용키로 한 것이다. 종가집하면 곧 한국김치를 연상할 수 있도록 브랜드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일본인의 식성과 기호에 맞는 상품 개발에도 온힘을 쏟았다. 1인용 미니컵 김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인들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는다. 발효가 좀 덜된 김치를 선호한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 80g짜리 미니컵을 내놓았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처음에는 다이에 자스코 등 대형 슈퍼를 중심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시장개척이 한계에 부딪쳤다. 그래서 최대 유통망인 편의점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4천개 매장에 미니컵 김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두산은 내년에 3백70만t을 수출, 1천2백95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지난 89년 첫 수출에 나선지 11년만에 처음으로 1천만달러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1천만달러 고지 달성을 위해 기존의 맛김치 이외에 백김치 총각김치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 테스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고품질화를 통해 일본김치에 비해 20~30%정도 비싼 가격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판매망 세분화해 공급시장세분화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의 하나다. 대형슈퍼 편의점 이외에 백화점 양판점 단체급식소 외식체인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병구사장은 『일본의 TV가 고추의 켑사이신과 마늘이 함유된 한국김치 복용 실험 결과를 보도한 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한다.올들어 김치의 국제 규격화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효식품의 대명사인 종주국 한국김치에 일본식 「기무치(キムチ)」가 도전하고 있다. 소주에서도 힘겨루기가 벌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이 「소주의 나라」라는 자존심을 내걸고 한국소주를 견제하고 있다.두산재팬이 「깨끗함」과 「종주국맛」을 내세워 소주와 김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김치 소주시장 쟁탈전에서 두산이 일본의 기세를 꺾는데 앞장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